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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 토끼야.. 너 맞아..? 흔들리는 동공과 떨리는 목소리까지 누가 보면 크게 잘못한 사람인 줄 알았을 듯 싶었다. 정국이는 나와 눈이 마주쳐도 아무렇지 않은 듯 담배를 마저 피우고 꽁초를 바닥으로 떨어뜨렸다. 그 다음 발로 담배 꽁초를 비벼 불을 끄더니 하는 말이.

“아, 씨발. 좆됐네.”
그 곱디 고운 우리 아기 토끼 입에서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욕이 흘러나왔다. 아니야.. 우리 토끼가 이럴리가… 토끼가….. 나는 한동안 충격에서 헤어나오질 못했다.
“놀랐어요? 내가 이런 사람이라서?”
“…제가 사람을 잘못 본 것 같아ㅇ,”

“피식- 믿고 싶지 않구나?”
정국이는 내 정곡을 찔렀다. 정국이 말대로 나는 내가 그렇게 사랑하던 내 토깽이가 원래 저런 사람이었다는 걸 믿고 싶지 않았기에 그냥 모른 척 가려고 했다. 하지만 정국이는 내가 그냥 가게 두질 않았다.

“말해 봐요, 당신이 그렇게 좋아하던 나잖아. 그런데도 믿고 싶지 않아요?”
“……”
“응? 아까도 나한테 사랑한다고 그랬잖아요~”
내가 알던 토끼는 온데간데없고 뾰족한 이빨을 내세운 맹수만이 존재하는 것 같았다. 그런 이 와중에도 정말 미친 건지 정국이가 나를 기억해 줬다는 거에 심장이 반응했음. 하.. 김여주, 정신 차려..!! 이건.. 아니야… 정말 아니야….
“뭐야, 아까 소리도 제일 크게 지르는 것 같던데.. 이런 것도 대답 못 해요? 아~ 혹시 그쪽이 좋아한 내가 이런 사람이라서 놀랐나?”
정국이의 비꼬는 듯한 저 말에 온몸이 활활 뜨겁게 타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분노와 원망이 가득찬다고 해야 되나? 몇 년간 시간, 돈 다 써가면서 진심으로 좋아했는데.. 내가 좋아한 토끼가 겨우 이런 사람일 줄 몰랐기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점점 차올랐다.
“내가 몇 년간 너 하나 보겠다고 곳곳을 쫓아다녔어, 시간, 돈 아까워도 아깝지 않을 정도로 좋아했다고! 근데… 난 내가 좋아한 가수가 겨우 이런 사람일 줄은 꿈에도 몰랐지..”
“……”
“내가 좋아한 건… 이런 토끼가 아니야. 절대 아니야.. 지금 있었던 일은 못 본 걸로 할게, 그러니까 예의상 다른 팬분들께는 들키지 마. 갈게, 토끼야 안녕.”
억울한 마음에 무작정 정국이에게 소리쳤고 충격을 받은 게 꽤 컸던 건지 한 발자국, 두 발자국 뒷걸음질 쳤다. 나는 정국이에게 다른 팬한테는 들키지 말라는 말과 함께 바닥에 떨어뜨렸던 역조공 선물을 다시 품에 안고서 등을 돌려 무작정 달렸다.
급하게 달리다가 그 자리에 폰을 떨어뜨렸다는 건 꿈에도 모른 채.
*
[정국이 시점]
아침 사녹이 끝나고 머리를 털며 밖으로 나와 자연스럽게 오른쪽 주머니에 자리한 담배를 한 개비 꺼내 들었다. 입으로 물고서 조심히 불을 붙인 뒤, 쓰읍- 숨을 들이 마신 나였다.
“후우- 계속 쳐 웃느라 얼굴에 경련 일어나는 줄 알았네.”
담배를 손에 쥐고 아까까지 죽어라 웃고 있던 얼굴을 차갑게 굳힌 뒤, 표정을 한 번씩 찡그리며 담배를 마저 피우는데 저 앞에서 툭 하고 뭔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인기척이 나는 쪽을 봤다가 어떤 여자와 딱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토, 토끼야…?”
제법 작은 키를 가진 여자가 떨리는 동공으로 나를 토끼라고 칭했다. 큭.. 나보고 토끼라니. 토끼가 담배를 태울 줄 아나? 속으로 그 여자를 한껏 비웃은 뒤, 입에서 튀어 나오는 욕지거리를 그대로 해버렸다.
“아, 씨발. 좆됐네.”
솔직히 방송이고, 카메라고, 팬이고 다 꾸미기용 가식이었지 내가 처음으로 날 보여준 건 이 여자가 처음이었다. 가끔 궁금하기도 했고 두렵기도 했던 그 문제가 바로 이거였다. 내 진짜 모습. 과연 어떤 팬이 내 진짜까지 사랑해 줄까? 항상 궁금했었다. 그래서 이왕 들킨 거 다시 한 번 가짜 전정국을 불러내 꾸밀 수 있었지만 그러기 싫어 나를 보였다.
역시나 내 오랜 팬이라던 그 여자는 그런 내 모습에 배신감 같은 걸 느낀 것 같았고 날 원망하는 것 같기도 했다. 역시, 이럴 줄 알았어. 팬들은 내 가식적인 모습을 사랑하는 구나. 그 여자를 통해 마음 속 깊이까지 느꼈다.
“내가 좋아한 건… 이런 토끼가 아니야. 절대 아니야.. 지금 있었던 일은 못 본 걸로 할게, 그러니까 예의상 다른 팬분들께는 들키지 마. 갈게, 토끼야 안녕.”
자기가 좋아한 건 이런 내가 아니었다..? 그 여자는 그럼 도대체 어떤 나를 좋아한 걸까. 가식적인 나? 아니면 망상 속의 나? 궁금해 졌다. 호기심이 가득해 졌다. 자기 할 말만 쭉 늘어놓고 그대로 달려간 여자에 그 여자가 달려간 길을 계속 바라보며 헛웃음을 지어보인 나는 한참 벙쪄 있었다.
“눈.. 좀 슬퍼 보이던데.”
아까 그 여자가 덜덜 떨리는 몸으로 뒷걸음질 치며 나에게 했던 말들이 자꾸만 떠올랐다. 자신이 좋아한 건 이런 토끼가 아니라던 그 말. 다시 되짚어 보니 그 여자가 한 말이 꽤나 우스웠다. 나이를 먹을만큼 먹어놓고 나한테 토끼라니.
“누가 누구한테 토끼래.”
나를 토끼라고 칭하던 그 여자는 커다랗고 동그란 두 눈으로 덜덜 떨며 뒷걸음질 치던 꼴이 자기가 그렇게 말하던 나보다 더 토끼 같은 여자였다. 마치 맹수 앞에서 잔뜩 겁 먹은 약육강식의 세계 같았달까? 피식- 그 여자를 생각하니 계속 웃음이 나오는 것만 같았다. 다른 게 섞인 웃음이 아닌, 온전히 그 여자가 우스운 웃음.
그렇게 정신병이라도 있는 듯 한참을 그 자리에 서 피식 거리다가 뒤돌아 가려는데 그 여자가 있던 곳에 누구의 것인지 모를 핸드폰이 떨어져 있었다.
“아까 그 여자 건가.”
터벅터벅 걸어가 떨어진 폰을 주워든 나는 폰 케이스와 잠금화면을 보자마자 그 여자의 폰이라는 걸 바로 알 수 있었다. 그 여자의 폰은 온통 나로 가득했기에. 내 사진들이 가득 끼워져 있는 폰 케이스, 떡하니 내 얼굴을 잠금화면으로 설정해 놓은 그 여자가 꽤 흥미롭게 느껴졌다.
“곧 연락 오겠네~”
씨익 입꼬리를 올린 나는 그 여자의 폰을 그대로 가지고 방송국 안의 대기실로 들어왔고 대기실 소파에 드러눕듯 앉아 그 여자에게서 연락이 오길 기다렸다. 이 여자의 폰을 미끼로 그 여자를 한 번 다시 만나 제대로 알려주고 싶었다. 나와 당신의 약육강식에서는 내가 강한 쪽이라는 걸. 보통 사람들도 그러잖아, 더 많이 좋아한 쪽이 지는 거라고. 그러니 당연히 그 여자가 지는 쪽이고, 또 약한 쪽이었다.
한 10분쯤 지났을 때, 띠리리링- 하고 벨소리가 크게 울려대기 시작했다. 이거 벌써 연락이 와버렸네? 한쪽 입꼬리를 씨익 올려 웃은 나는 폰 화면의 초록색 버튼을 슬라이드해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
하아, 하… 아까의 그 이상한(?) 정국이를 봐버린 충격이 아직까지도 가시질 않는 느낌에 숨이 한껏 차오른 나는 심장 부근을 손으로 꽉 쥐고 자리에 주저 앉았다.
“흐윽.. 우리 토끼가 도대체 왜.. 왜, 내가 알던 토끼가 아닌 거야…”
충격을 크게 받긴 했지만 팬심이라는 건 한순간에 없어지는 것도 식는 것도 아니었기에 정국이가 준 역조공 선물은 놓을 수 없는 건지 꽉 끌어안고서 중얼거린 나였다. 하지만 현재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여기가 어딘지 아직도 모르겠다는 거!
“길찾기.. 폰 어딨지?”
길찾기라도 써보려고 주머니에 손을 넣었을 때는 이미 늦은 때였다. 온몸을 수색한 뒤에야 내 폰이 실종 됐다는 걸 알아챈 나는 근처 공중전화 박스를 찾아 두리번 거렸다.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 확인하자 전방 10미터 내에 공중전화가 하나 있는 걸 발견하고 무작정 달려가 땡그랑땡그랑 동전을 넣고 내 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뚜르르르- 신호음이 들리고 뚝 끊어지더니 너무나도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여보세요? 어? 이 익숙하고 산뜻한 목소리는…
“토끼…?”
- 바로 알아채네요?
“…못 알아채면 더 이상한 거 아닌가.. 근데 내 폰을 왜 네가 가지고 있어..?”
- 그쪽이 떨어뜨리고 갔잖아, 지금 어디예요? 내가 그쪽으로 갈게요.”
내 전화를 받은 사람은 다름 아닌 정국이었다. 하필 그런 일이 있고 난 뒤에 토끼를 만나야 한다니… 걱정도 약간 되긴 했지만 행운도 이런 행운이 없다 싶었다. 그런 일이 있었어도 난 어쩔 수 없는 토끼의 팬이라 내 사랑 아기 토깽이를 보는 건 언제든지 환영이었다.
나는 근처에 보이는 큰 건물을 아무렇게나 말하고 공중전화 안에 있다는 말까지 전한 뒤, 토끼와의 전화가 끊겼다. 두근, 두근. 심장이 미칠 듯 뛰었다. 아무리 최애한테 배신감을 느껴도, 미친듯이 화가 나고 원망스러워도, 최애가 나를 향해 오고 있다는 소식은 꽤나 설레는 법이었기에. 어쩔 수 없는 떨림이었다.
*
여러분 저 사진을 어떻게 넣어야할지 모르겠어서요... 사진 없이 갈까봐요ㅠㅠ
사진을 듬성듬성 넣느니 이게 나을듯 해요ㅠㅠ
죄송합니다ㅠ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