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부 내부 공지가 붙은 날,
분위기가 묘하게 가라앉았다.
“1:1 협업 프로젝트 중
내부 심사를 통해 한 팀만 메인 전시 선정.”
딱 한 팀.
김여주는 게시판을 가만히 바라봤다.
전정국과의 시리즈,
그리고 민규와의 시리즈.
둘 다 아직 완성되지 않았지만,
이미 공기는 경쟁처럼 흘렀다.
—
“너 부담돼?”
옥상 난간에 기대 서 있던 정국이 물었다.
여주는 고개를 저었다.
“사진은 경쟁 아니야.”
“근데 난 경쟁 같던데.”
“…뭐가.”
정국은 잠시 여주를 보다가, 낮게 말했다.
“너를 찍는 사람이 둘이라는 거.”
여주는 웃지도, 부정하지도 않았다.
그저 조용히 말했다.
“나는 찍는 사람이야.”
“아니.”
정국은 고개를 저었다.
“요즘은 아닌 것 같아.”
—
며칠 뒤, 정국과의 촬영.
체육관 안은 훈련이 끝난 뒤라 조용했다.
정국은 보호구를 벗은 채,
검을 손에 들고 서 있었다.
“오늘은 콘셉트 뭐야?”
“없어.”
“또 그냥 나?”
여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셔터를 드는 순간,
정국은 이번엔 일부러 시선을 피했다.
여주는 당황했다.
“왜 안 봐?”
“맨날 보니까.”
“…뭐?”
“네가 렌즈 들면,
항상 나를 보는 얼굴이잖아.”
정국은 그제야 시선을 돌렸다.
천천히, 정확하게.
“오늘은 네가 먼저 흔들렸으면 좋겠어.”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셔터를 눌러야 하는데,
손끝이 굳어버렸다.
정국은 한 걸음 다가왔다.
검을 내려두고,
아무 장비도 없는 맨몸으로.
“나를 찍는 게 아니라,
그냥 나를 보면 안 돼?”
공기가 달라졌다.
여주는 한 발 물러섰다.
그 순간—
찰칵.
뒤쪽에서 셔터 소리가 울렸다.
둘 다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민규였다.
카메라를 내리며,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미안.
구도 좋길래.”
정국의 표정이 굳었다.
“언제부터 있었어?”
“조금 전부터.”
민규는 솔직했다.
“둘이 서 있는 거,
되게 잘 어울리더라.”
그 말은 칭찬 같았지만,
묘하게 선을 긋는 느낌이었다.
—
그날 밤.
여주는 민규가 찍은 사진을 받아봤다.
체육관 중앙,
검을 내려둔 정국과
셔터를 들지 못한 채 서 있는 여주.
두 사람 사이의 거리.
눈이 마주치기 직전의 공기.
사진은 정확했다.
그리고 민규는 메시지를 보냈다.
“넌 찍힐 때,
생각보다 솔직해.”
—
다음 날.
정국은 여주를 불러 세웠다.
“민규가 찍은 거 봤어.”
“…응.”
“너,
그 사진에서 나 안 보고 있더라.”
여주는 말을 잇지 못했다.
정국은 천천히 말했다.
“누가 널 보고 있는지,
이제 좀 생각해봐.”
—
전시 최종 선정 D-3.
사진부 내부 투표가 시작된다.
정국은 여주에게 묻는다.
“만약 하나만 남길 수 있다면,
넌 어떤 시선을 선택할 거야?”
여주는 대답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처음으로,
자신이 누구를 보고 있었는지
헷갈리기 시작했으니까.
다음 화에 계속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