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최종 선정까지 3일.
사진부 게시판 앞은 평소보다 조용했다.
누구도 대놓고 말하진 않았지만, 다들 알고 있었다.
이번 전시는 단순한 작품 경쟁이 아니라는 걸.
김여주 – 전정국
김여주 – 민규
두 개의 시리즈.
같은 포토그래퍼, 다른 모델.
그리고 전혀 다른 분위기.
학생들은 이미 말하고 있었다.
“정국이 쪽은 되게 영화 같아.”
“근데 민규 사진은 좀… 묘하게 현실적이야.”
“여주 표정이 완전히 다르던데?”
그 말이 사실이었다.
—
여주는 사진을 다시 보고 있었다.
정국과 찍은 사진.
체육관, 옥상, 교정.
정국은 언제나 렌즈를 정면으로 바라봤다.
도망치지 않고, 숨기지 않고.
마치 말하는 것처럼.
“나 여기 있어.”
—
반대로 민규의 사진.
여주는 렌즈를 보지 않았다.
어딘가 다른 곳을 보고 있었고,
때로는 생각에 잠겨 있었고,
때로는 셔터를 들고 있었다.
민규는 그 순간들을 찍었다.
여주가 “찍는 사람”으로 남아 있는 모습.
—
“아직도 고민 중?”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민규였다.
여주는 카메라를 내렸다.
“…뭐가.”
“어느 시리즈 내보낼지.”
“정해진 거 없어.”
민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더 재밌는 거겠지.”
“뭐가.”
“누가 널 어떻게 보는지가.”
여주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민규는 벽에 붙은 사진을 보며 말했다.
“정국이는 널 똑바로 보더라.”
“….”
“나는 조금 다르게 봤고.”
“어떻게?”
민규는 잠시 생각했다.
그리고 말했다.
“너, 혼자 있는 순간이 더 솔직해.”
—
같은 날 저녁.
정국은 체육관에서 혼자 훈련 중이었다.
검이 바닥을 스치는 소리가 울렸다.
탁.
탁.
탁.
여주가 들어오자 정국은 움직임을 멈췄다.
“사진 보러 왔어?”
“…응.”
“민규 것도 봤겠네.”
여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정적.
정국은 헬멧을 벗고 말했다.
“걔 사진 잘 찍더라.”
“…응.”
“근데 하나 틀린 거 있어.”
정국은 검을 내려놓고 여주 쪽으로 걸어왔다.
“뭐?”
“너 혼자 있는 순간이 솔직한 게 아니야.”
정국은 바로 앞에 멈췄다.
“나랑 있을 때 더 솔직해.”
심장이 쿵 떨어졌다.
여주는 시선을 피하려 했지만,
정국이 먼저 말했다.
“사진 보면 알잖아.”
“….”
“너, 나 찍을 때
항상 웃기 직전이야.”
여주는 말문이 막혔다.
그걸 본 사람이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
며칠 뒤.
사진부 내부 투표 시작.
부장은 말했다.
“오늘 밤까지 투표 받는다.”
게시판 앞에 투표함이 놓였다.
학생들이 하나둘 종이를 넣기 시작했다.
정국은 투표함 앞에 서 있었다.
민규도 반대편 벽에 기대 있었다.
여주는 멀리서 그 장면을 바라봤다.
세 사람 사이 공기가 이상하게 조용했다.
민규가 먼저 말했다.
“정국.”
정국이 고개를 들었다.
“왜.”
“만약 네 사진 떨어지면.”
“….”
“그때도 여주 찍게 둘 거야?”
정국은 웃지 않았다.
그냥 짧게 말했다.
“그건 여주가 정하는 거지.”
그리고 덧붙였다.
“근데 하나는 확실해.”
민규가 눈을 마주쳤다.
정국은 말했다.
“나는 포기 안 해.”
—
투표 결과 발표 전날 밤.
여주는 마지막으로 두 시리즈 사진을 다시 본다.
정국의 사진.
민규의 사진.
그리고 문득 깨닫는다.
사진 속에서
자신이 바라보고 있는 방향이 다르다는 걸.
문자가 하나 온다.
✉️ [정국]
“내일 결과 나오기 전에
한 번 더 찍자.”
곧이어 또 하나.
✉️ [민규]
“마지막 컷 찍자.
전시 전에.”
여주는 휴대폰을 내려놓는다.
마지막 촬영.
누구와 먼저 찍을지,
아직 정하지 못했다.
다음 화에 계속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