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으으... "
머리가 지끈 아파왔다. 눈을 떠보니 내 집이였다. 아무래도 술에 잔뜩 취해 뻗은 나를 정호석이 데려다 준 것 같다. 늘 미안하다.
현 시각 오후 12시 27분. 바닥에 떨궈진 휴대폰을 집어 들어 화면을 켰다. 잔뜩 톡이 와있는걸 보고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 잡고 확인했다.
[ 집 도착했냐? ]
[ 야, 자냐? ]
[ 야야 ]
[ 집이야? ]
[ 일어났냐? ]
[ 일어나면 톡 해 ]
[ 같이 해장하러 가자 ]
정호석이였다. 늘 궁시렁 거려도 날 잘챙겨준다. 그런데... 어제 정호석이 데려다 준 게... 아닌가?
톡을 읽어보니 내가 기어서라도 집에 들어 왔다는 건데... 내가 도대체 무슨 정신으로 집으로 온거지?
지잉 -
[ 야, 일어났냐? ]
씨발?
전정국이였다.
" 뭐야, 얘가 왜...? "
띠리링 -
갑자기 전화가 왔고 놀란 나머지 통화 버튼을 누르고 말았다.
" ㅇ, 여보세... "
" 이제 일어났냐 "
" 그건...그런데.. 네가 왜... "
" 기억 안 나나봐? 내가 너 데려다 줬는데 "
" 뭐?!! "
" ... 필름 끊겼나 보네 "
멘붕이다. 멘붕! 정호석이랑...키스... 한 것 까지는 생각난다. 하지만 그 뒤로부터는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나... 사고는 안 쳤겠지?
" 나와 "
" 어...? "
" ...@@ 카페에서 기다릴게 "
뚝 -
" 미친??? "
도대체 눈 뜨자마자 이게 무슨일 인걸까? 그냥 지금은 존나 멘붕 그 자체다.
[ 호석아, 미안. 같이 해장은 못하겠다. ]
.
.
.
.
나도 도대체 내가 왜 이렇게 꾸몄는지 모르겠다. 그냥... 그냥 후줄근한 모습은 보여주고 싶지는 않았다.
딸랑 -
" 어서오세요 ~ "
숨을 가다듬고 카페 안으로 들어갔다. 고개를 돌리자 보이는 전정국의 모습에 숨이 턱 막히는것 같았다.
" .... "
" 앉아, 네가 좋아하는 걸로 시켜놨어. "
" ...쓸데없이 뭐하러. 어차피 잠깐 얘기할거 아냐? "
상황이 바뀌었다. 저번엔 내가 저런 말을 했었지.

" 그래, 그렇지... "
" 왜... 불렀는데 "
" 어제 나 만난건 기억하지 "
" ...어 "
" 일부러 그랬지 너 "
" 뭘 "
" 너 일부러 정호석이랑 키스 했잖아 "
" ...무슨, 소리야? "
" 다 티나 "
" ...착각 하지마 "
" 그래 뭐, 아니라 치자 "
" .... "
" 너, 어제 네가 했던 말 기억 안나지? "
" 내가...? "
내가 쟤한테 무슨 말을 한걸까. 무슨 개소리를 했길래 얘가 날 불렀을까.
" 네가 나 못 잊었다고, "
" ...! "
" 미안하니까 제발 나 좀 봐달라고 "
내가... 그런말을 했다고...?
" 다시 만나자고 했어 너 "
" ...미친 "
" .... "
" ...잊어 "
" 뭐? "
" 그거 개소리니까, 잊으라고 "
" 왜 "
" 기억해서 뭐하게? 뭐 놀리기라도 할거니? "
" 난 그거 진심으로 받아 들였는데 "
멈칫
" 뭐...? "
" 너 취해도 거짓말은 안 해. 속마음 다 얘기 하잖아 "
" ...아니야.. "
" 너 자존심 강한거 알아. 그러니까 이번에도 내가 예전처럼 할게. 자존심 다 버릴게. "
" 너, 그게 무슨 소리야 "
" 다시 만나자 "
입이 열리지 않았다. 이해가 되지 않았다. 갑자기 다시 만나자고? 어제 내가 취해서 한 말 때문에?
전정국, 네가 잘 알듯이 난 자존심이 다야. 잘난거 하나없는 내가 언제나 빛이 나던 너랑 만나면서 좋았지만 힘들었어. 그래, 내가 병신인거 알아
그런데 내가 왜 널 다시 만나? 네가 왜 나때문에 자존심을 버려? 널 다시 만나면 예전처럼 안 그런다는 보장 있어? 술에 취해서, 감정에 복 받쳐서 한 말 때문에 다시 만날순 없지. 정말 내가 너랑 만나고 싶었다면 지금 이 순간에도 너랑 다시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야지.
그런데 난, 너랑 다시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전혀 안들어. 네가 내게 깊게 스며들어 잊기 힘든건 맞지만 다시 널 만나기엔 내가 자신이 없다.
" 미안, 난 너랑 다시 만날 생각 없어. "
" 뭐...? "
" 내가 한 말 잊어. 너, 내가 어제 그런 모습 보였다고 잠시 헷갈린거 일수도 있어. 그냥, 없었던 일로 하자. "
" ...너 진짜 이기적이다. "
" 응, 나 이기적이야. 정말 못났지? 근데 어떡해. 난
이런 사람인데 "
" ...변한게 없네, 넌 "
" 어, 없어. 그니까 그냥 날 잊어줘 "
어제는 우리 둘 다 술에 취해서라고... 그런 핑계를 두자.
" ...하 "
전정국은 자리에서 일어나 카페를 나가버렸다. 이번엔 전정국이 먼저 나갔다.
" 정말 나랑 다시 만나고 싶었음, 붙잡았어야지. "
" 너도 나도 똑같아. 그냥 남주기 아까울 뿐이야. 오래 만난만큼 서로에게 깊게 스며든게 아직 덜 지워져서 그런거 뿐이라고 "
그냥, 그냥 그런거야 우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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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해피엔딩 아니였습니다.^^
세상엔 이런 저런 사람이 있죠. 허허
호석이는 서브 남주라기 보다는 엑스트라? 엑스트라 치고는 좀 큰 역할이긴 하지만...
단편이라 좀 많이 내용을 빼서 금방 끝내버림...후후
손팅 부탁드리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