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시원한 아메리카노예요 "
사람이 적당히 북적이는 점심 시간의 카페 안 날카롭게 저를 마주하는
혜라의 모습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여유로운 표정으로 미리 내려두었
던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내민 여주가 할 말이 있으면 하라는 듯 고갯
짓을 하며 커피를 내민 손을 거뒀다
" 본론만 얘기하죠, 석진 씨와 그만 만나요. "
" 그래야 하는 이유는요? "
내 남자니까-
혜라가 자신의 목 끝까지 올라온 진심을 겨우 끌어내렸다
스물둘, 그때 처음 그 지루하기 짝이 없던 사교모임에서 처음 봤던 석
진은 제게 사랑이자 살아야 하는 전부였다 그런 석진이 저보다도 못한
여주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용납할 수가 없었다
자존심 상해 미치겠어, 왜 내가 아닌 건데..
" 결혼한 사람인 거 알잖아요 내 남편 불륜남 만들지 말고 놔요 "
" 내가 놓으면 마음, 그쪽한테 갈 거 같아요? "
여주가 뭐라 하든 말든 상관없었다 그저 석진의 옆에서 떨어지면 그만
이었으니 솔직히 석진의 마음이 그냥 올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아서
여주의 답문에 별로 타격을 받진 않았다 하지만 마음을 돌릴 자신은
있었다 그러니까 제발 내 눈앞에서 사라져버려.
" 걱정 말아요 우린 부부고 마음 돌릴 자신 있으니까. "
" 그래요 그럼. "

" 자 됐죠? "
" 대체 무슨 속셈이에요? "
아무런 감흥 없이 그럼 그러라며 바로 석진에게 연락해 이별을 고하
고 내용을 확인시켜준 여주가 폰을 덮어 내려놨다 그러나 이별을 고한
사람 같지 않게 웃고 있는 모습에 혜라의 신경이 더욱더 날카로워진다
대체 뭐 하자는 거야.
" 에이 이런 건 속셈이 아니죠 믿는거지. "
" 믿는다고요? "
" 석진 오빠는 절대 그쪽한테 돌아가지 않을 거예요. "
그렇게 말하는 여주의 눈엔 무언가 자신감과 믿음이 담겨 한 치의 흔
들림도 존재하지 않았다 저보다 제 남편을 훨씬 더 잘 아는 거 같은 여
주의 모습에 혜라의 속에서 울컥 뜨거운 무언가가 올라왔다 대체 뭘
아는 걸까 그녀는
" 뭘 그렇게 자신하는 거죠? "
" 풋. 자신하는 게 아니에요, "
대체 뭘 믿고 나는 보기도 아까운 그 사람의 마음을 그렇게 자신하는
건지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했고 또 한편으로는 석진이 야속하기도
했다 같은 여자지만 여주는 제게 있어 항상 알 수가 없는 여자였다.
" 확신하는 거지. "
그래 사실은 부러웠다 그 사랑이_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