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seulnaesaeng

#短篇小说6

공부에는 1도 관심 없고, 평생 시험 점수가 60점을 못 넘기던 시절이 있었다. 고1 때까지는 공부하는 척이라도 해야할 것 같아 학원도 이것저것 다녔었는데, 다들 나보고 머리가 좋다며 조금만 열심히 하면 성적이 금방 오를 거라고 이야기했다. 모두 나에게 진부한 소리로 들렸다. 사람 머리가 다 거기서 거기지. 오히려 나를 공부시키기 위해 내뱉은 가식적인 말로 들렸다. 그때는 그랬다. 공부 빼고는 모든게 다 재밌었으니까.









고등학교 2학년 여름 방학, 좋아하는 여자애를 따라 어떤 드라마를 본 적이 있었다. 처음에는 그저 그 여자애와 어떻게든 말을 섞어보려고 보기 시작했는데, 어느새 내가 그 드라마에 푹 빠져 있었다. 주인공은 외과 의사였다. 머리도 좋고, 수술 실력도 뛰어나고, 인성까지 좋았다. 드라마 속 주인공을 보며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 라는 생각을 했다.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누굴 동경하며 그것을 꿈꾼다는 게, 이렇게 벅찬 일인지 몰랐다.











“석진아, 서울대 의대가 목표라고? 네 6월 모의고사 성적을 좀 확인해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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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566이네요. 이번에는 7이 없군요!”

“……”

“석진아, 보통 서울대 의대가 목표인 애들은 유치원 때부터 훈련 시켜. 초등학교 6학년때 미적까지 다 떼고 중학교를 올라온다고. 그런데 너… 고1 수학도 잘 모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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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하면 됩니다.”

“……”








주변에서는 모두 날 미친놈이라고 했다. 말도 안돼는 소리다, 아무리 천재여도 어떻게 평생을 공부 안 한 놈이 1년 반만에 서울대 의대가 가능하냐. 그 말에 오히려 나는 화가 났다. 나도 아직 내 한계를 모르는데, 나를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내 한계를 그어버리는 게 그토록 억울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석진, 오랜만에 겜 좀 돌리자. 너 공부한다고 꼴갑 떤 지 벌써 3개월이야. 관두고 피방 가자.”









서울대 의대를 목표로 마음을 먹은 순간부터 나는 미친듯이 공부했다. 학교 수업은 물론이고 학원 수업도 단 한번도 졸지 않고 집중했고, 학원이 끝나고는 바로 독서실로가 3시까지 공부했다. 처음 3개월은 의욕이 넘쳐난 나머지 밥도 안 먹고 공부를 해서 10kg 정도 빠졌다. 통통했던 내 몸이 홀쭉 해지는 순간이었다. 또, 3개월만에 모의고사 성적이 수직 상승했다. 3등급이라는 걸 처음 찍어봤다. 그때 공부의 참맛을 알았다. 공부를 하면 내 지식 뿐만 아니라, 내 주변 모든게 정리 되고 평화로워지는 기분이었다. 허구한날 놀러만 다닌다고 폭풍 잔소리를 했던 우리 엄마도 늦게까지 공부하는 나를 위해 야식까지 손수 만들어줬다. 공부가 뭐라고, 공부 하나 한다고 이렇게 내 삶이 바뀔 수 있나 싶을 정도로 감격스러운 게 한 두가지가 아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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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국어만 2등급이네.”











6개월만에 6등급에서 1등급으로 성적을 올린 나는 내가 정말 천재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처참했다. 국어만 1등급으로 못 올라갔기에, 국어 공부량을 2배로 늘렸다. 잠은 2배로 줄였다. 나같은 천재가 미친 듯이 공부하면 1등급은 당연히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안일한 생각이었다.










“야, 그래도 65566이 21111이 된 게 어디야. 수능에서 그 점수면 인서울 상향 충분히 가. 너 의사도 그냥 재미로 되고 싶었던 거잖아. 그냥 이대로만 해. 오히려 그거에 스트레스 받아서 2등급 1등급으로 올리려고 하다가 성적 더 떨어진다.”

“석진아, 정시로 서울대 의대를 가려면 만점 맞아야 하는 간 알지? 수능 난이도가 낮으면 만점을 받아도 서울대 의대 떨어질 수도 있어. 곧 6모인데, 의대를 꼭 써야겠니. 선생님은 네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떠났으면 좋겠어.”

“그정도면 인생 역전이지. 적당히 좀 해라. 너도 진짜 독하다.”

“너같은 천재가 그정도 했는데 안오르는가 보면 그냥 안돼는거야. 포기하고 다른 과목 성적 안떨어지게 신경 써.”

“아유, 그만 좀 해. 지긋지긋하지도 않냐?”











정말 단 한명도, 나에게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던 때였다. 현실적인 이야기였다. 6모가 다가오는 이 상황에서 21111이 수능 만점을 받는다는 건 거의 불가능 했다. 슬럼프에 빠졌다. 일주일 정도 공부에 거의 집중하지 못했다. 모든 걸 다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내가 현실의 벽에 부딪히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공부 매일 하면 엉덩이 안아프세요?”

“…?”









독서실이 도저히 집중이 안돼 도서관으로 공부하던 때였다. 항상 내 대각선 자리에 앉던, 나보다 한 두살 어려보이는 꼬맹이가 물으며 다가왔다.










“아, 네. 괜찮은데요…”

“원래 방탄 독서실 다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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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걸 어떻게 아세요.”

“저도 거기 다녔어서 몇 번 님 봤어요. 가끔 힘내라고 쪽지랑 초콜릿도 보냈는데.”

“…감사해요.”

“우리 오빠도 고3이어서 마음 잘 알거든요. 공부 환경을 바꾼다는 건 심적인 동요가 있었다는 거잖아요. 아, 혹시 제가 오지랖 부리는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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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부릴 때로 많이 부리셨는데요…”

“아…
그러면 부린 김에 확실하게 오지랖 좀 떨게요.”

“…네…”

“힘내세요.”

“…?”

“저 몇 주동안 님 공부하는 것만 본 사람이에요. 분명 해낼 수 있을거에요, 그게 뭐든.”

“…나 알지도 못하면서 그걸 어떻게 아는데요.”

“잘 모르니까 이런 말 할 수 있죠! 나랑 잘 아는 사람이면 이런 말 못하죠…”

“엄청 이상하신 거 알아요?”

“아무튼, 다 잘 될거에요. 힘내세요. 진심이에요.”

“…”










할 수 있다는 말, 해낼 거라는 말을 들은게 참 오랜만이었다. 평소 같으면 꼬맹이 같은 애가 잘 알지도 못하면서 희망찬 말들만 하며 오지랖을 부린다고 생각했겠지만, 그 때는 달랐다. 나도 누군가에게 할 수 있다는 말을 간절하게 듣고 싶었기에.










“전화번호 알려줄 수 있어요?”

“아니요.”

“왜요…? 수능 끝나고 연락할게요.”

“님 몇 살인데요.”

“열 여덟이요. 딱 한 살 어린데…”

“저는 수능 끝나면 성인이에요, 님은 수험생이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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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 대학 붙으면 번호 줄게요. 그 때 다시 찾아와요.”

“엄청 비싸시네…”

“당연하죠. 제가 혹시 처음 본 사람한테 막 전화번호 줄 사람으로 보여요?”

“그건 아닌데…”

“아무튼 감사합니다. 초면인 사람한테 이렇게 따뜻한 말도 해주시고.”

“…그러면,”

“?”

“이름 알려주세요…! 그정도는 알려줄 수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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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이에요.”

“저는 이석현이요.”

“…?”

“이름 완전 남자 같죠. 이름에 석 들어간 게 너무너무 싫었는데, 그래도 우리 공통점 하나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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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요.
근데, 이건 뭐에요?”

“흉터요. 7살 때 놀다가 긁혔거든요. 눈 바로 위여서 다행이었지 저 하마타면 실명 될 뻔 했대요.”

“아, 미안해요. 나는 흉터인줄도 모르고…”

“혹시라도, 나중에 저 보고 싶은데 이석현이 너무 많아서 못 찾을 때는 왼쪽 눈 위를 봐보세요. 흉하지만… 대한민국에 왼쪽 눈 위 작은 흉터를 가진 여자 이석현은 몇 안될거에요.”

“보고 싶을 일 없을 것 같은데.”

“헐.”








그 뒤로 몇 번을 더 도서관에서 마주쳤다. 마주칠 때마다 석현이는 나에게 손을 흔들며 환하게 웃었는데, 솔직히 말해서, 많이 예뻤다. 절대 잊을 수 없을 정도로.






















그렇게, 20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김석진 교수님, 방금 TA 환자 들어왔는데-“










수능보기 하루 전 날 시험을 잘 보고 오라며 찹쌀떡을 쥐어주던 그 애의 모습이 마지막이었다.


 그 해 수능 유일한 만점자가 된 나는 방송에도 나오고, 현수막에도 크게 걸렸는데, 나를 찾을 방법이 엄청 많은 상황에서도 그 애는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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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내가 그 애가 더 그리워져 도서관에 매일 같이 출근했지만, 석현이는 찾을 수 없었다. 



시간은 야속하게 흘렀고, 20년이 지나 신경외과 교수가 되어 하루하루를 미친듯이 바쁘게 살아가는 나에게 석현이는 희미한 존재가 되어 있었다.










“응, 지금 바로 갈게.”

이석현, 38세 여자입니다.
빨리 와주세요, 교수님!”










이석현이라는 이름이 또렷하게 들리는 순간,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나는 다시 한 번 되물었다.









“이석현? 38세 여자?”

“네. 남자 아니고 여자입니다. 38세이고요.”









설마, 설마. 20년만의 재회가 환자랑 의사의 관계일리가 없잖아. 게다가 출혈이 심해져서 위독한 상황인데, 그게 석현이일리 없잖아. 병원으로 가는 내내 심장이 미친 듯이 뛰어 죽을 것만 같았다.










“지금 이 환자 당장 수술 들어가야해. 시간이 없어.”

“네, 수술방 대기시켜 놓을게요.”











‘ 대한민국에 왼쪽 눈 위 작은 흉터를 가진 여자 이석현은 몇 안될거에요. ‘












20년전 석현이가 했던 말이 생각 나, 나도 모르게 환자의 왼쪽 눈을 보게 되었다.








“…….”










왼쪽 눈 위, 희미하게 찢어져 꼬맨 자국이 보인다. 20년전,우울증까지 갈 뻔 했던 슬럼프에서 날 구원해준, 그때 그 석현이었다.










“이 환자, 꼭 살립시다.”










석현아, 조금만 참아.
이번엔 내가 널 살려줄게.


























“운명이지, 운명.”

“근데 석현아, 너 왜 수능 끝나고 연락 안 했어?
도서관에도 한 번도 안오고…”

“헐, 오빠 나 찾으러 도서관 왔었어?”

“…그럼. 너같이 예쁜 애를 어떻게 잊어. 나 매일매일 도서관으로 출근했었어.”

“우리 아빠 부도 나고, 나 도망다니듯 살았어. 대학도 재수해서 간거야. 그때 일은 기억하고 싶지도 않고, 잘 기억도 안나. 그냥 오빠 좋아했던 감정만 생생해.”

“…지금이라도 만나서 다행이야.”

“오빠, 서른 아홉까지 노총각으로 있어줘서 고마워.”

“노총각은 아니지…”

“맞지, 애인도 없었다며.”

“응… 일이 너무 바쁘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알았어, 그렇다고 쳐줄게.”














/✍🏻/
너무 쓰고 싶던 단편이었는데
어쩌다 되게 길게 되었네요…
마지막은 좀 이상해요 제가 쓰다 지쳐버렸어요ㅋㅋㅋㅋ
엘리트 김석진이 너무 보고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