被俘

(13)玩火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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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로잡히다 (13) 불장난 2



"너.. 지금 한 거 후회해도 난 몰라"



전정국 저러면 또 무서운데....? 순간 움찔 했다. 아니 나는 전정국이 으악 혹은 우웩을 외치며 난리 칠 줄 알았지.... 이건 뭐야...;;;; 화내니까 쫄리잖아..!



"나? 내가 왜? 나 그런거 모르는데?"



나는 내가 살짝 쫄았다는 것을 들키고 싶지 않아서 시치미를 뗐다.. 아 얘 또 눈빛 변할 까봐 무섭다구....



"나 시험하지마"


"그, 그럼 니가 먼저 넘어와보던가.. 왜 그럴 배짱은 없나...?"


"아 씨발..."



전정국 눈빛에 스파크가 비친 것 같았다. 그는 내 뒷목에 스윽 손을 넣더니, 내 고개를 거칠게 끌고와 입을 맞추기 시작했다.



"하아..."



정국의 입술은 생각보다 더 달콤했다. 게다가 입술에만 피어싱이 있는 줄 알았더니, 혀에도 피어싱이 있었다.  피어싱이 들어와서 부드럽게 입 안을 헤집자 나는 혀로 그 피어싱을 쓰다듬었다. 이 녀석 입 안에 독니 말고 다른 것도 숨기고 있었구나.. 나는 정국이의 볼을 양손으로 감싸고는 달콤한 키스에 집중했다. 두 손 사이에 닿은 정국이의 볼이 부드러웠다. 

잠시 키스에 정신이 팔린 사이 정국이의 손이 티셔츠 안으로 들어왔다. 간지러운 손길이 부드럽게 허리에 닿는 순간 나는 순간적으로 정신이 퍼뜩 들면서 멈춰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 잠깐, "



지금 브레이크를 잡지 않으면 안된다. 너무 달콤한 입맞춤에 정신이 너무 황홀했고, 이러다간 내가 정국이에게 넘어가겠어. 어떻게든 정신을 차려야겠다는 생각에 나는 억지로 정국의 어께를 떼어내야만 했다. 



"뭐야 너... 여기서, 멈춰...?"


"아.. 그.. 그게.."


"참나, 내가 어이가 없어서..."



정국은 머리를 쓱 넘기더니 크게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는 잠시 침묵이 흘렀다. 이 이 어색함.. 어떻게 해.. ㅜㅠ  먼저 말을 한 것은 정국이었다.



"시작도 니가 했으니까 선택도 니가 해." 



이번에는 내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하아 이 자식... 나는 그냥 좀 놀려주려고 한건데.. 왜 진지해지는 건데...! 그냥 장난스럽게 좀 넘겨주면 안되겠니.. 얼굴이 빨개지며 당황하는 것은 전정국일 줄 알았는데, 도리어 내가 되어있었다. 



"오, 오늘은 내가 준비가 안된 것 같아.. 
 씻어야할 것 같기도 하고.."



아 나의 작고 도톰한 혀야, 도대체 뭐라고 씨부리는 거냐... 
아까 전정국이랑 한참 레슬링 하고 씻었잖아, 말이 안되는데..? 아, 아니야... 그런데 지금 멈추지 않으면 얘한테 완전히 빠져들 것 같단 말이야.... 어떻게든 빠져나와야해.



"전정국, 넌 나랑 이러는 거 괜찮아?"



내 말에 정국이 한김 식은 듯 픽 웃더니 머리를 넘겼다. 



"이런 일에 어떤 준비가 필요한데...? 
 그러는 넌, 나한테 지금 준비할 시간줬냐...?"


"..아, 아니..."


"야 됬고, 빨리 잠이나 자라, 괜히 사람 떠보지 말고.."



아씨 망했다... 존나 승질난 표정이잖아...?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나오고 있는데, 전정국은 방문을 탁 닫고 들어가버렸다. 아 진짜 흑해주... 제대로 하는 게 없어.. 정국이 방문을 닫고 들어가버리자 나는 영화를 끄고 냉장고에서 맥주 한 캔을 꺼내서 원샷을 때린 뒤에 곧장 방으로 들어가 자버렸다.



.   .   .


망했다. 아침이 됬는데 전정국을 보기가 왠지 민망하다. 문 틈으로 보니 커다란 등이 주방에서 뭔가를 또 만들고 있었다. 

아 쓸데 없이 성실한 녀석....

조용히 씻고 나와서 식탁에 앉았다. 머리에 수건을 얹고 최대한 얼굴을 가렸다. 아 미치겠네..



"야, 흑해주, 밥먹자..!"



전정국은 아무렇지 않은 모양이다. 어제 아침과 별다를 바 없었다. 나로서는 다행인건가...



"오늘은 아침에 헤드락 안거냐..?"


"...뭐 해봤자 금방 질텐데 뭐... 
 어제도 결국은 내가 반칙승했잖아 "


"아침에 한판 또 붙어볼래? 
 너 그래도 여자치고는 체력 좋은 것 같던데 코칭 좀 해줄까?

 너 그래가지고 스파이 노릇 좀 하겠어? 
 이 참에 내가 가르쳐 줄께"


"그러시던가.."



뭐지..? 얘는 아무렇지 않나.. 의심스럽던 찰라, 정국이 귀끝이 빨간 것이 감지되었다. 뭔가 어제 아침과 다른 것 같긴 한데.. 일단 내가 잘 못한 것 같으니 대강 넘기자..


.   .   .



아침을 먹고 우리는 다시 거실의 소파를 모두 치우고 마주앉았다.



"자 덤벼봐..! 
 어제 처럼 부분적으로 외현화하는 건 내가 봐줄께.. 

 일단 피지컬로 밀어붙여~
 어떻게 기술로 넘기면 되는지 보여줄께"



헉헉헉... 정국이는 나에게 몇 가지 호신술을 가르쳐줬다. 밀어붙일 때마다 전정국은 무게중심을 이용해서 혹은 반동을 써서 계속 나를 쓰러뜨리거나 넘기면서 나의 포박에서 벗어났다. 사실 운동을 제대로 해본 적이 없는데 상당히 재미있었다. 

이런 맛에 사람들이 운동을 하는 거구나.. 



"너 진짜 아무것도 모르네. 
 나랑 있는 동안 이런 간단한 체술라도 배우는 게 어때? 

 너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면 좋을 것 같아서.."



사실 생각해보면 서장님도 이 부분이 가장 걱정이었다. 내가 훈련된 사람이 아니었으니까, 스파이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을 때, 김석진 서장은 걱정하는 눈치였다. 그래서 그냥 비밀 집단에 속해 있으면서, 간단한 정보만 전달하는 역할을 하라고 했었는데, 이번에 현장까지 가게 된 것은 조금 무리가 있긴 했다. 



"그래 좋아, 

 사실 내가 연구원으로 일하면서 우연히 알게 된 것을 서장님께 말씀드리다가 스파이가 되기로 한 거여서.. 전문적인 훈련은 받은 적이 없어. 

 맞아. 난 이런거 하나도 몰라..
 잠깐이라도 니가 좀 가르쳐주면 열심히 배워볼께~ 

 내가 배우는 거 하나는 잘하거든~"


"말이라도 못하면.. 
 앉아서 공부하는 거랑 몸 쓰는 건 좀 다르긴 한데, 

 그래 한번 해보자.."



전정국은 꽤나 진지했다. 우리는 아침 나절 신나게 운동을 하고는 늦은 점심을 먹었다. 이 녀석은 운동도 잘하는데 요리도 잘한다. 좀 쌩또라이인게 흠이긴 하지만, 능력은 좋네.. 부른 배를 두들기며 생각했다. 

점심을 먹고 전정국은 장 보러 간다고 나가버렸고, 나는 설거지를 마친 뒤에 앉아서 인터넷 서핑을 하고 있었다. 월요일에 잡무가 잠깐 왔던 것을 제외하고는 딱히 더 이상 일이 오지도 않았다. 하긴 게다가 병가를 내긴 했어도 지금 조사 중인 건데.. 일을 해서 보내는 게 더 이상해.. 그냥 데이터들을 계속 갖고 있기도 뭣하고 할 일도 없어서 나는 수식을 이렇게 저렇게 바꿔보며 데이터를 돌려보고 있었다.

아 정말.. 심심하네...
뭐라도 해야할 것 같은데...


그러다 문득.. 궁금해져서 전정국 방을 바라보았다. 

거실이랑 주방 정리도 얼추 끝났고.. 한번 들어가 볼까?

꽤나 큰 정국의 방은 서재와 침실로 나뉘어있었다. 그리고 서재공간의 벽에는... 오호라... 오소리 사건을 수사하는 듯 여러가지 인물간의 관계도가 그려져 있었다. 불행히도 관계도의 상당 부분은 물음표였다. 하긴 나도 지금은 말단 조직원이어서 뭐가 뭔지 잘 모르겠는데.... 어디보자..

나한테 연락을 주고 있는 이 사람 위에는 어떤 인물이 있을 것 같긴 해... 나는 전정국의 연결선들을 살짝 고쳤다. 이러면 전정국이 자존심 상해하려나.. 에잇 몰라.. 



내가 오소리 집단에 제안을 받은 것은 1년 전 일이었다. 이 연구원에 들어온지 이삼년 되어서 들어온 제안었다. 자기들은 사회적 명성이 있는 사람들에게 이런 제안을 한다나....? 

그래서 처음에는 뭐 엘리트 집단같은 건지 알았지.. 첫 모임에 갔는데, 처음에는 그 사람들이 비밀스러운 은어를 쓰는 줄 알았다. 다음 사냥은 언제냐느니.. 자기는 피지컬을 키우기 위해 어떤 것을 하고 있다는 둥, 뭔가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나누고 있었다.

나는 사실 사냥이라는 말을 듣고 흠찟 놀랄 수밖에 없었다. 뭐? 이야기를 나눌수록 나는 그것이 은어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그저 뭔가 제안 받은 것이 좋아서 들어왔을 뿐인데 뭔가 엄청난 곳에 들어와있었다. 

그들이 말하던 사냥이라는 것이 은어가 아니었음을 깨닭았을 때, 문득 어린 시절 부모님이 같은 오소리에게 살해당했던 것이 생각나면서, 오소리라는 족속에 대해 회의감이 밀려왔다.  

이 모임을 알게 되자마자 김석진 서장에게 연락했던 것은 그나마 주변에 이것저것 물어볼만한 어른이라고 믿는 사람 중 유일하게 내 말을 믿어줄 것 같은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김석진은 석사생이었던 나에게 와서 이것저것 자잘한 자문을 얻던 형사였다. 사실은 우리 지도 교수에게 자문을 얻기 위해 찾아왔던 것인데, 우리 지도교수님은 형편이 어려운 나에게 용돈벌이라도 더 하라는 의미로 김석진을 연결해주었다.  김석진은 정해진 자문료를 지급하는 것 외에도 종종 배고픈 나에게 밥을 사줬고, 그떄면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들어주며 어른처럼 이런 저런 훈수를 두기도 했다. 

물론 작년에 만난 김석진은 뭐랄까.. 이제 그런 부드러운 아저씨같은 느낌은 쏙 빠진 냉철하고 차가운 서장의 모습이긴 했지만 나의 말을 들어주고 이런 저런 조언을 해주던 모습은 그대로였다. 그리고 고민을 했었던 건지 며칠 뒤에 어렵사리 스파이를 제안하셨다. 워낙 비밀에 덮혀 있는 집단이라 정보를 얻기 어려웠기 때문에 했던 부탁인 듯 했다. 오소리들에게 원한도 있고, 신경써야하는 가족도 없는 나는 어쩌면 스파이로서의 좋은 조건을 갖고 있는지도 몰랐다. 뭔가 도움을 주고 싶었던 나는 결국 스파이 역할을 수락하게 되었다.

그래서.. 지금 나는? 나도 내가 뭔지 잘 모르겠다. 연구원인지, 경찰에 속한 수사관인지, 오소리 집단의 조직원인지.. 그냥 되는데로 잘 지내려고 한 건데.. 참 뭔가 어렵고 아무런 기반없이 왔다갔다 하는 내가 서럽기도 했다. 

어쨋든 나에게 주어진 것에서 최선을 다해서 악바리처럼 하는게 나니까.. 이 일들도 어떻게든 마무리가 되긴 하겠지...


다시 방 밖을 나와서 티비나 볼까 하는데 전정국이 돌아왔다.



"어이, 수사관, 

 피의자를 너무 혼자 오래 내버려두는 거 아니야?"



내 말에 전정국이 피식 웃더니 사온 것들을 냉장고에 차곡차곡 넣기 시작했다.



"어이구  해주야~ 심심했어? 

 너 이런 애가 연구실에는 어떻게 처박혀있냐..? 
 아무리 봐도 너도 약간 현장직 체질인 것 같아"


"얼씨구.. 내가? 
 
 글쎄 현장직으로 살기엔 난 좀 많이 어설퍼서.... 
 니가 날 좋아해서 자기랑 비슷하다고 착각하는 것 같은데?"


"뭐라고..? 착각은 자유지... ㅋㅋㅋ 
 내가 보기엔, 니가 날 좋아하는 것 같은데?"


"미친.. 설마.."



말장난을 치다가 어제 밤의 일이 생각나서 살짝 얼굴이 붉어졌다.. 아씨 젠장.. 그런 장난은 안 치는게 맞았던 것 같았다. 민망함을 벗어나기 위해 나는 소파에서 일어나 장 봐온 것들을 꺼내며 정국이가 정리하는 것을 도와주기 시작했다..그나저나 날 사육하려는 건가, 장 봐온 것이 어마어마하다..? 



"뭘 이렇게 많이 사왔어?"


"아니 , 혼자 있을 땐 하기 힘든 것들 좀 해보려고.. 
 일단 저녁 땐 고기부터 한판 가볼까?"


"ㅋㅋㅋ 고기 좋지...? 고기엔 소주! 소주도 사왔어?"


"당연하지!  있다가 그럼 술한잔 콜?"


"콜!"


그렇게 정국이와의 네번째 밤도 끝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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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이야기는 작가 머릿속에서 나온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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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머릿속에 지진정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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