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盏花[BL/灿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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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박자박 꽃잎위를 사뿐히 걷던 백현은 후궁의 깊고 깊은 곳으로 들어갔다. 

덩쿨로 뒤덮힌 작은 문이 보였다. 

"이게.. 뭐지?"

하얀색의 나무문을 살짝 밀자, 거대한 화원이 펼쳐졌다. 

"와아.."

온갖 새들이 지저귀고, 화려한 나비가 날아다니며 수려한 꽃들이 한껏 피어있는 공간 이었다. 

장황한 화원은 끝이 보이지 않게 펼쳐져있어서 두려울 정도였지만 그것이 황홀할 정도로 아름다워 정신을 뺏기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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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홍빛이 아주 예쁘네. 내가 좋아하는 색이란다."

바람결에 흔들리는 꽃잎이 대답하듯 끄덕였다. 

"흐흥, 맞아. 사실 난 모든 색을 좋아해. 하다못해 아무것도 없이 비어있는 것만 같은 백도, 꽉차다 못해 공허하기까지 한 현도. 그래서 내 이름은 백현인걸까? 변홍선. 좀 이상하다. 역시 난 변백현이 어울려."

"넌 예뻐. 그래서 네가 좋아. 난 모든색을 가질수 있지만, 가질수 없기도 해. 근데 넌 너만의 색이 있네. 초록빛 줄기에 반짝이는 주홍빛 꽃잎.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야. 사탕같달까? 
"귀하신 몸이, 어찌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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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는 누군가."
"이 화원을 지키는, 신? 그보다는 조금 아래. 황후폐하보다는 낮습니다. 오 세훈입니다."
"영적 존재라는 말인가?"
"비슷하지요. 제 화원을 찾으시다니, 어지간히 호기심이 많으신가 봅니다."
"그대의 화원이라. 이 궁은 나의 궁인데, 그 궁 안에 있는 이 화원은 어찌 그대의 것인가."
"이 화원의 처음과 끝이 모두 저였으니까요."
"끝이, 있었다는 말인가."
"영민하십니다."
"헌데, 내가 언제까지 이리 올려다 봐야하는 거지? 이 나라의 황후인 내가, 그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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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에 피는 꽃같으신 분이시군요. 제국의 달의 뵙습니다."
"제국의 달이 아니라, 꽃이고 태양이며 빛일세."

손을 내밀어 키스를 받은 백현이 말했다. 

"꽤나 당차십니다. 꽃이며 태양이며 빛이며. 무엇하나 뒤쳐지지 않으시니."
"폐하와 나는 언제까지나 동등한 위치에 있네. 그건 백성도 마찬가지고. 그저 그들을 지켜줄 대표가 되어 온것 뿐이지."
"저한테는 꽤, 높으신분 같던데."
"자네가 사람은 아니지 않은가. 또한 나의 모국에선 누구도 이리한적은 없었지. 감히. 내게."
"제가 꽃이 아니어서 그런지, 많이 차가우십니다. 마치, 이 장미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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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장미처럼 날카롭지는 않은것 같네만."
"그렇죠. 매화나 수선화처럼 고결하고 고귀하신 분이시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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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훈이 가리키는 곳마다 매화와 수선화가 흐드러지게 피어있었다. 

"철이 다른 꽃인데 어찌..!"
"제가 이 화원의, 주인이기 때문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