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한참을 멀뚱멀뚱 남자를 쳐다봤다
분명 방금까지 앞에 늑대가 있었는데
왠 성인 남자가 자신 위에 올라타있다
남자는 여자 또래의 나이로 보였고
먼지 투성이였지만
얼굴은 수려했고 상처투성이였다
그렇게 한참을 둘이 바라보더니
여자는 그제야 정신을 차렸는지
있는 힘껏 남자를 밀쳤다
하지만 이 남자
미동조차 없다
여자가 일반인보다 가녀린 것도 있었지만
남자는 인간을 뛰어넘은 힘이었다
남자는 이내 여자의 손목을 잡아
바닥에 밀어붙였다
여자는 작은 신음 소리를 냈고
남자는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너 뭐야
뭔데 이 숲에 발을 들여”
남자는 여자를 죽일듯이 노려봤고
여자도 지지않고 말했다
“그러는 당신이야말로 뭐야
누군데 남의 집에 함부로 들어와?”
남자는 여자의 말을 듣고 코웃음을 쳤다
그러나 다시 정색하더니 여자를 쳐다봤다
여자는 이때까지 남자에 밀리지 않고
남자를 노려보았으나
그때부터 남자의 기세에 눌린 듯했다
“남의 집?
언제부터 여기가 니 집이었지?”
“여기는 우리 오빠가 날 위해 지어준 곳이야
날 위해 만들어졌으니 내 집이지”
“이 숲은 내거야
함부로 너같은게 들어와서 살 곳이 아니라고”
“그럼 이 숲은 언제부터 당신거였는데?”
“꽤 오래전부터 이 숲은 내 것이었다”
“하하하 그래
그럼 이 넓은 숲에서
이 오두막집만큼만 나한테 줘”
“그 대가로 난 뭘 얻을 수 있지?”
“원하는거라도 있어?말해봐
일단 좀 내려와봐
무거워 죽겠네”
이때까지 남자에게 깔려있던 여자는 남자를 툭툭 치며
내려오라고 했고
남자는 천천히 일어나더니
여자를 벽으로 몰아붙이고
양 팔로 여자를 자신 안에 가두었다
“..내 각시가 되어줘”
여자의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이 없지 않아 있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내 생명을 위협하던 남자가
갑자기 청혼을 하다니
이 얼마나 황당한 일인가
“...원래 이렇게 처음 보는 여자한테
다짜고짜 청혼부터 하는 스타일인가?”
“딱히 사랑놀음 따위를 원하지 않아
그저 각시가 필요할 뿐”
“사랑놀음 없이 각시는 왜 필요한거지?”
“인간이 되야하니까”
여자는 진작부터 눈치 채고 있었다
이 남자
인간은 아니라는거
이 남자의 정체는 정확하게 모르겠지만
일단 인간은 확실히 아니었다
“근데 당신 정체가 정확히 뭐지?
뭐 늑대인간 그런건가?”
남자는 여자의 말에 피식하고 웃더니 대답했다
“뭐 길게 말하기 복잡하니
그런거라고 하지”
“근데 왜 하필 나야?
내가 처음 본 여자는 아닐거 아니야”
“다른 계집들은 사랑놀음을 나에게 원하더군
그런데
너는 달라”
여자는 남자의 말에 피식 웃었다
이 남자
여태까지 본 남자 중에 제일 잘생겼지만
몇천년을 같이 살아도 사랑이라는 감정은 안 들거 같거든
“내 각시가 되면
네 목숨을 무사할거다
이 숲에는 산짐승이 꽤나 많거든”
“오케이
어짜피 나도 이제 이 산 밖으로 못나가
평생 여기서 살거
말동무 하나 있는 것도 나쁘지 않지”
이 말을 한 여자는 남자에게 손을 내밀었다
둘 사이에 거래가 성립되었다는 뜻이었다
남자는 그 뜻을 이해하지 못했었지만
여자는 일단 잡으라며 남자의 손을 덥석 잡았다
“그럼 우리 거래한거다?”
“그래”
항상 혼자였던 남자와 이제 혼자가 된 여자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었다
둘은 첫만남은 이상하고 이상했지만
지금의 그들이 과거를 회상한다면
웃음만 나올 것이다
(저번 화는 분량이 꽤 되는데
이번 화는 좀 짧네여..
아무래도 주말과 평일의
분량 차이가 꽤 클 듯합니다ㅠㅠ
왜냐하면 지금 시험기간이거든요ㅠㅠ
짧게라도 자주 찾아오겠습니다ㅠ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