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比赛] JoKer

나도 너와 같은 마음이었다. 아무도 몰래 숨어서 너랑 나, 오래 행복하게. 지금 당장은 불가능했다. 지금 이 상태로라면 난 어딜가든, 본부의 손바닥 안이었으니까. 조금의 수상한 낌새라도 차린다면 나의 출국을 막을 거고, 요원들을 보내겠지. 적어도 국내에서는 최고일 우리 팀들은 나랑 지아를 반드시 찾아낼 것이다. 내가 보스라고 좀 버틸지 몰라도 그 권력과, 엄청난 사람 수에는 오래 버텨봤자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그렇게 하자. 우리 둘이 오래오래 행복하게, 평범하게. 약속할게. 하지만 지아야, 지금은 안 돼. 그 전에 해야 할 일이 있어. 그래서 말인데, 반드시 약속지킬테

니까.. 조금만 기다려줘..”

지아는 나에게 안긴 채 고개를 끄덕였다. 너에게 한 약속을 반드시 지키기 위해서 싸움을 더 해야 할 것 같다. 좀 오래 걸릴 수도 있고, 영영 실패할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운’이 중요한 긴장되는 싸움일 것이다.

‘너희들이 나 좀 도와줘야 될 것 같다.’

나는 우리 비밀 요원을 관리하는 시스템에 대해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가능한 것이다. 사직서도, 퇴직서도, 부상도. 그들의 손에서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 하다. 일급 미션을 수행하는 보스인 내가 알고 있는 것을 혹시나 발설할까봐. 치밀하게 내 입을 감시할 것이다. 그들에게서 벗어나 너와 도망갈 수 있는 방법이 딱 한 가지. 그들의 눈앞에서 죽는 것.

*****

아무 일없었다는 듯 평소처럼 카페 문을 열었다. 오늘의 첫손님은 윤하와 성우였다.

“컨디션은 어때? 머리는 안 아파?”


“응. 좋아.”


“다행이다.”


“어제 다니엘이랑 무슨 얘기했어?”


“별 얘기 안했어. 돌아온 기억에 대한 얘기?”


“너.. 완벽히 다 기억난 거야?”


“글쎄.. 거의?”

무언가 더 말을 꺼내려는 성우를 윤하가 가로 막는다.

“나중에 도와주러 올게. 재료 정리 좀 하고 있어~”

그리고는 성우의 손목을 잡아 밖으로 끌었다.

카페에서 어느 정도 멀어져 지아에겐 보이지 않을 곳에 온 윤하가 성우에가 말했다.

“너. 옛날부터 지아한테 마음 있었다는 거 알아. 혹시나 지아가 옛날 일을 다 기억하지 못한다고 해서 기회라고 생각한다면, 집어 치워. 그거 아니야... 그러면 안 되는 거야 성우야...”


“알지.. 아는데...”


“지아 기억은 3년동안 돌아올 기미도 보이지 않았어. 그러다 다니엘을 만났고, 그래서 지아의 기억이 돌아온거야. 그 둘은, 기억을 넘어서 이미 떼어놓을 수 없는 사이라고. 알겠어?”


“...”


“왜 대답을 못해?! 네 마음도 충분히 이해하지만, 이건 두 사람 모두한테...!”


“나는! 나는 좋아한다는 말 한 마디도 못했어! 내가 제일 힘든 건! 나도 정말 많이 좋아하는데... 아주 오래전부터 엄청 좋아했는데..! 그 한 마디 못했다는 거.. 그래서 지아는 모른다는 거... 그게 제일 마음이 아파...”


“...”

“지아가 나한테 다니엘이라는 사람을 아냐고 물었을 때. 솔직히 기회라고 생각한 거 맞아. 다니엘의 집에서 나와서 우산을 씌워 준 사람이 나라서.. 내가 지아를 지킬 때도 같이 붙어있을 시간이 늘어나서.. 혹시나.. 정말 혹시나.. 이번에는 내 마음도 봐줄까봐.. 한 번쯤 봐주다가.. 내가 고백하면 좋다고 해줄까봐.. 그 혹시나 때문에.. 그 혹시나.. 그거때문에...”


“성우야,”


“근데. 근데 있잖아. 지아는 내가 잠든 사이에 다니엘을 찾아갔었다? 하... 다니엘 집에 도착하진 못하고 거처에 있었지만, 왠지 알 것 같았어. 지아는 다니엘 집으로 가려고 출발했던 거야..”


“...”


“지아 기억에 다니엘이 있든 없든, 그 자리는 내 것이 될 수 없다는 거. 나도 포기하려고 노력하는 중이니까.. 너는.. 너라도.. 나 좀 그냥 둬...”

성우는 그렇게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고 자리를 떠났다. 뒤늦게 윤하는 자기가 성우에게 실수를 했다는 걸 깨닫고 깊은 한 숨을 내쉬었다.

이들의 대화를 알 리가 없는 지아는 다니엘의 문자 한 통에도 세상 환한 미소를 지으며 답장을 써내려가는 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