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比赛] 雨夜

2년 전 교통사고로 죽었던 남자친구가

돌아왔다.

“여주야, 나야. 내가 돌아왔어. 의건이. 강의건.”

비가내리고, 천둥번개가 치는 기분나쁜 날.

초인종 소리에 문밖으로 나간 여주는 그를 다시 만나게 된다.

한때 뜨겁게 사랑했던,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던,

다시는 만날 수 없는 그.

강의건.

“누구세요...?”

“나라니까. 나 의건이야 여주야..

내가 돌아왔다니까...”

비에 흠뻑 젖은 그. 그의 눈에서 흐르는 것이 빗물인지, 눈물인지, 알 길이 없었다.

“하..하지만... 의건이는 2년전에...2년전에...

죽었는데...”

젖지 않은 여주의 눈에선 선명하게 반짝이는 눈물이 떨어진다.

“나도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어. 모르겠는데... 진짜 나야 여주야...”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주저 앉은 여주에게 남자가 손을 건넨다. 하지만 여주는 잡지 않았고, 그 남자의 표정은 점점 더 슬퍼져갔다.

“못믿겠지... 믿을 수가 없겠지... 나도 이런데... 넌 어떻겠어...”

남자는 주저앉아 울고 있는 여주을 뒤로하고 문을 닫아버렸다. 집안에서 나오던 빛이 사라지고, 남자의 주변은 캄캄했다.

도대체 어떻게 된거야...

너와 내가 왜... 이렇게...

그때, 닫혔던 문이 다시 열리고, 빨갛게 부운 눈을 한 여주가 그를 다시 불렀다.

“일단은 들어와요.. 물기라도 좀 닦고...”

여주의 집에 들어가는 건 딱, 2년만이었다.

여주는 그에게 욕실을 내주었고, 2년 내도록 한번도 꺼내본 적 없었던 의건의 옷을 꺼내주었다.

“이걸로 갈아입어요.”

여주의 목소리에는 힘이라곤 없었고, 남자의 마음은 아려오다못해 찢어질 것만 같았다.

“씻고나서 마저 말해줘요. 당신이 지금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 건지..”

남자가 씻는 동안 여주는 거실에 앉아 옛일을 떠올리며 조용히 눈물을 흘린다.

지나가는 어떤 나이많은 사람이 그랬다.

우리 둘을 보고, 당장 헤어지라고.

정신이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넘겼지만, 계속해서 마음에 걸렸다. 그 사람이 한 말.

“썩 떨어져!! 쯧쯧.. 안타까워라.. 신도 너무하시지.. 둘 중 하나는 죽을 운명이라니.. 안타깝기 그지없구나..!! 지금 당장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다시는 만나지 말고 살거라!! 붙어있으면 남자쪽이든 여자쪽이든 반드시 한 명은 죽게 될것이니!!”

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삿대질을 하며 핏줄까지 곤두세워 우리에게 하던 말.

그 말을 새겨들었어야 했다.

너를 너무 사랑하는 마음에 모르는 척 넘겼다. 너와 헤어질 수가 없어서 정신이 이상한 사람이다, 그렇게 생각했다.

네가 진짜로 죽기 전까지는...

“난 네가 죽으면 따라 죽을 거야.”

“무슨 소리야. 따라 죽으면 어떡해.”

“그럼 어떡하라고. 나 혼자 어떻게 살아. 말 도 안 돼.”

“어떻게 살긴 뭘 어떻게 살아. 행복하게 살아야지.”

“너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넌 그럴 수 있어?”

“아니. 그치만 넌 그렇게 살아.”

“그게 무슨소리야!”

“따라죽는다는 건 무슨소리냐고. 절대 안돼. 알았어?”

진짜 따라죽으려고 했다.

죽는 게 그렇게 어려운줄 몰랐다면..

“또... 울었어..?”

“나왔어요?”

“그날 이후로 계속 이렇게 혼자 울었겠네...”

“...”

“나때문에... 네가 많이 아팠겠네...”

“...난 아직도 못믿겠어요. 당신이 의건이라는 거..”

“믿지 않아도 돼. 그냥.. 하고 싶었던 말만 하고 돌아갈게.

미안해. 너에게 이 모든 슬픔을, 아픔을.. 안겨줘서.

미안해.. 너의 곁에 더 오래 있어주지 못해서..

미안해... 울어도 위로해주지 못해서.....

그리고... 죽지마. 절대.. 행복해야 해.

따라죽겠다는 말.. 다시는 하지 말고...”

그 대화. 의건이와 나만 아는 그 대화..

“그때 그 지나가던 아줌마. 진짜 뭐가 있긴 있었나보다. 근데, 난 지금에서 다시 선택하라고 해도.. 똑같았을 것 같아. 똑같이 나보다 널 선택했을 것같아...

그러니까.. 얼른 날 잊어...”

그 남자는... 나와 의건이 사이의 모든 일을 알고 있었다.

어떻게... 알고 있는 걸까...

“갈게..”

그가 등을 돌렸다. 가려고 한다. 붙잡아야 한다. 그 이야기들을 어떻게 다 알고 있는 건지, 물어야 한다.

아니라면... 진짜 의건이일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

“당신은 의건이가 아니네요!”

남자의 걸음이 멈췄다.

“의건이라면... 나를 이렇게 내버려두고 가지 않았을 거니까. 눈물이라도 닦아주고 갔을 거니까...! 분명히... 흐으.... 그랬을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