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글의 모든 것들은 잇츠 마인.
도용은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

01
:: 무지개떡
"안녕하세요, 이번에 9층에
이사와서 떡 돌리러 왔습니다."
"감사합니다. 잘 부탁드려요."
아, 드디어 끝났네··· 이제 딱 12층만 남았다. 남은 접시들을 확인해 보니 그 많던 시루떡이 모두 없어져 있었다. 설마 살 때 개수 실수한 거야? 불안한 마음에 쭈그려 앉아서 접시를 나열해 살펴보니 다행히 떡 하나가 남아 있었다. 근데···.
"... 무지개떡?"
미치겠네. 근데 아무리 봐도 남은 건 무지개떡밖에 없었다. 이사 온 사람이 떡 돌리겠다면서 시루떡 말고 무지개떡 주면서 잘 부탁한다고 하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 생각만 해도 상대가 보일 반응에 머리가 지끈거렸다. 아 다시 떡집 가서 사올 수도 없고 사실대로 말했다가 더 이상한 사람 취급 받을 수도 없고.
콕콕.

"··· 응?"
"으응?"
"응···?"
"아쥼마 누구세요? 요기 우리 집인데에?"
뒤를 돌아보니 어설프게 머리를 두 갈래로 묶은 조그만 여자아이 하나가 날 그 큰 눈을 동그랗게 뜨고서 쳐다보고 있었다. 오··· 귀여워. 보니까 여기 사는 애 같았다. 1202호? 여기? 내 물음에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얘한테 떡 주면 되려나. 아직 어린 애니까 시루떡이든 무지개떡이든 그 차이 잘 모를 테니까. (꼼수)
"애기야, 집에 부모님 계셔?"
"아니요."
"아··· 언니는 9층에 이사왔거든?
그러니까 이 떡 받고 집에 들어가 있어."
"나 비밀버노 모르는데···."
응···? 현관 비번을 모른다고···? 급기야 아이가 나보고 열어주면 안 되냐길래 더 당황했다. 내가 그냥 이러고 집에 가버리면 애 혼자 남는 거 아닌가··· 노란색 어린이집 가방 메고 있는 걸 보니까 내 생각보다 더 어린 애 같았다.
그럼 부모님 전화번호는 아냐고 물어봤더니 애가 손가락으로 숫자를 세면서 공일공··· 일··· 이.. 하면서 번호를 읊기 시작한다. 근데 그것도 얼마 가지 못하고 010-120에서 멈췄다. 부모님 오실 때까지 기다려야 하나 하고 있던 중에,

"누구세요?"
··· 보라머리?
"아빠!"
"김여진, 너 아빠가 혼자 다니지 말랬지."
아빠···?
"이 언니가 떡 줬어!"
"이 언니가 누군데."
"9층에 이사 왔대!"
내가 누군지 대충 알게 된 이 아이 아빠라는 사람은 그제야 경계심을 풀고 떡을 받았다. 애 이름은 여진이? 같은데. 여진이네 아빠는 나에게 감사하단 인사를 하고선 여진이와 함께 집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여진이 말고도 아이 하나가 더 있었다. 여진이 아빠분이 업고 계셨는데, 좀 많이 힘들어 보였다.
"그럼 이제 떡도 다 나눠드렸는데
짐 정리부터 해볼까."
그렇게 여주가 저의 집으로 돌아간 후, 석진.

"··· 무지개떡?"


"헤어지자."
"··· 뭐??"
"아 진짜 미안한데 너보다
좋은 여자 만났어."
그리고 그날 밤, 내 집안에서 내 돈으로 산 옷을 입고 내 돈으로 한 필러로 인해 한껏 통통해진 입술로 내 돈으로 산 치킨을 세상 맛있게 다 뜯고 난 후 아무렇지 않게 이별통보를 하는 박지민이라는 이젠 전 남자친구가 되어버린 놈이 본인이 바람을 피웠다는 걸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지금 내 마음에 여유가 없어.
긍까 헤어지자."
".. 아니 미친놈아 치킨 잘
처먹어놓고 뭔 개소리야."
"그럼 치킨 먹었으니까 개소리 말고
닭소리 해줄까? 꼬끼오?"
3년간 사귀어왔던 남자가 미친놈이었다니. 이게 대체 무슨 소린가 싶었다. 그럼 난 간당. 아무렇지도 않게 현관문을 열어재끼는 박지민에 한동안 벙쪄있었다. 내가 지한테 해준 게 얼만데··· 헤어질거면 그거 다 물어내고 가던가 씨팔로마··· 너무 억울했다.
뒤늦게 현타가 와서 박지민한테 따지러 갔을 땐 이미 늦은 후였다. 시발. 새끼 달리기는 또 존나게 빨라요. 아파트 보안문 앞에서 세상 비련하게 어흑··· 흡··· 하며 울고 있었을까, 옆에서 인기척이 나 고개를 트니 웬 남자가 담배 한대를 피우며 날 구경하고 있었다.

"무지개떡이네."
보라머리였다.
위트에서 활동 중인 좌표라고 합미다.
심심해서 와봤습미다.
봐주는 사람 없을 거라는 거 알지만 일단 올려는 봅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