狂热粉丝

무제

W. S챙







드르륵_
신부 대기실의 문이 열였고
그 안에는 긴 소파에 새하얀 드레스에 싸여있는 흑발의 아름다운 여인이 앉아있었다

그 여인의 이름은 한주연으로 그 날만큼은 그 누구보다 아름다워야 할 여인이었다
허나, 주연은 표정은 꽤나 좋지 못했다
문을 열고 들어온 남성은 결혼식장 관계자였고 누군가가 주고 간 편지라며 주연에게 편지 봉투 하나를 건네주고는 신부 대기실을 떠났다
주연은 편지의 발신자를 찾아보았고 이름 석자를 보고는 놀라 눈이 토끼눈이 되어 버렸다
민윤기
눈을 질끈 감았다 떠도 그대로였다
주연은 급하게 편지 봉투를 뜯어 편지 내용을 살폈다

아마 눈 내리는 날이었을까
맞아 그랬어
너를 본 순간
내 심장은 너에게로 발길질하였고
턱 막힌 듯 숨이 쉬어지지 않았어

솜사탕 같이 포근하게 내리는 눈 속에서
새카맣고 긴 생머리를 휘날리며 
눈을 손으로 느끼던 너는
내가 본 그 누구보다 아름다웠어
매일 걷던 학교 앞 골목길이 
그렇게도 아름다운지 처음 알았다니까
난 바보 같이 가만히 서서 한참을 널 바라보았고
넌 더 바보 같이 그것도 모르고 눈 속을 거닐었지
나도 네가 날 못 알아차리길 바랬어
괜히 네가 날 봤다가 무슨 말을 하려고_
근데 넌 바보에다가 눈치도 없었나보다
그런 생각을 하자마자 뒤돌아보던거 있지?
넌 널 넋 놓고 보던 나에게 할 말이라도 있는지 
고개를 갸우뚱거렸는데 
그 모습조차 넌 너무 예뻐서 미치겠더라
난 계속 우리의 눈이 마주치자 정신을 차렸고
어색하게 너에게 인사했지

“ㅇ..안녕?”
더듬는 말과 함께 내 팔은 어색하게 흔들어졌고
그런 내가 웃긴지 넌 꺄르륵 웃었지
“ㅋㅋㅋㅋ안녕”
난 너무 민망해서 뒷머리나 긁적였지
넌 한참을 웃더니 나에게 손을 흔들고는
가던 길을 가려했고
난 이 기회을 놓치고 싶지 않았어
그 때 내가 널 잡지 않으면
널 다시는 못 볼거 같았거든
난 짧은 거리임에도 너에게 달려가 
네 소매자락을 붙잡고 말했지
“너..이름이 뭐야?”
“한주연이야_넌?”
“난 민윤기라고 해 너 이름 예쁘다”
“고마워ㅎㅎ”
난 한참을 우물거렸고 그걸 눈치 챈 너는 말했지
“무슨 할 말 있어?”
“아..”
난 또 다시 바보같이 눈동자만 굴렸고 이내 결심했어
“번호 좀..줄래?”
넌 아까까지만 해도 나를 보며 생글생글 웃고 있었지만
내가 이 말을 한 뒤 
난처한 듯 얼굴에서 당황한게 보였어
“아..곤란하면 방금 한 말 그냥 무시해줘”
“그게..사실...나 남자친구가 있거든”
순간 전까지만 해도 터질 듯 뛰던 심장이
바이킹을 탈 때처럼 쿵_내려앉았어
내가 그 생각을 왜 못했을까?
너처럼 빛나는 아이라면
널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 분명 많을텐데 말이야
“주연아_!”
운명의 장난인걸까?
그 순간 웬 키도 크고 잘생긴
누가 봐도 너와 아주 잘 어울리는 남자애가 
너한테 다가오더라
“주연아, 얜 누구야?”
“아..그게...”
아무래도 자기한테 번호 물어본 애라고 말하기는 
좀 그랬겠지?
“지나가다 부딪혀서 사과했어, 미안하다”
“ㅇ..어”
난 네가 나로 인해 더 난처해질까봐 급하게 자리를 떴고
뒤돌아보니 너는 그 애랑 손잡고 잘 가더라

1년 쯤 지났을까
너의 대한 기억은 거의 잊혀졌었어
성인이 되고 신나서 맨날 놀러 다녔었지
마시고 놀고 마시고 놀고_ㅋㅋ
그 날도 술을 진탕 마시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어
꽤 많이 마셔서 취했었지만 날씨가 쌀쌀해서
술은 거의 깬 듯 했었지
그렇게 집으로 걸어가고 있었는데
웬 여자가 살려달라고 소리치면서 뛰어오더라?
처음엔 무슨일이지했는데
계속 보니까 낯이 익어
그래, 너더라
10분정도 되는 짧은 만남,
아니 그 정도면 스침 정도였지만
1년만에 만나서 반가움도 잠시
네 꼴은 말이 아니었어
넌 신발도 신지 않고 다 까지고 피났었고
네 고운 얼굴도 멍과 피로 덮여있더라
“ㅅ...살려주..세요...”
“무슨 일이야”
“남자친구가...절 쫓아올거에요..절 숨겨..주세요..”
넌 날 알아보지 못하는 듯 했고
난 널 숨겨주기로 결심했지
난 널 벽 쪽으로 밀어 내 품 속에 가뒀지
“ㅈ..저기..”
“쉿”

때마침 어떤 금발의 남자가 화난 듯 걸어오더라
분위기가 달려져서 못알아볼뻔 했지만 분명했어
그 때 네 손을 잡고 걸어가던 그 남자
난 너를 내 품에 더 숨겼고
그 남자는 날 빤히 보더니 가던 길을 가더라고_
난 너를 내 품에서 놓았고
넌 나에게 연신 감사하다했지
“정말 감사해요..”
“혹시 나 기억 안나?”
역시나 넌 내가 기억 나지 않는 듯 생각에 빠진 듯 하였고 난 말했지
“작년에 너한테 번호 물어봤었는데, 눈 오는날에”
그제야 넌 기억이 난 듯 눈이 커져서는 날 봤고 난 웃었지

“당신 뭡니까”
언제부턴가 그 남자는 우리에게 다가오더니
내 어깨를 한 대 치더라고
그래서 나도 쳤지_

내 도발에 그 남자는 제대로 화난 듯 내 얼굴에 주먹을 날렸지
꽤 아팠어
하지만 너도 이렇게 맞았을 생각에 눈이 핑 돌더라
난 이성을 잃었었어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 남자를 죽도록 패고 있더라
난 술김에 감정이 격해졌는지 미친듯이 그 남자를 때리고 있었고 넌 옆에서 울면서 말렸지
“하지마..하지마..”
넌 내 등을 조그마한 주먹으로 나름 열심히 때리며 울었지만 나한테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어

짝_
순간 내 고개가 돌아갔지
널 보자 넌 날 원망스레 보고 있었어
“그만해..내가 사랑하는..사람이야...”
사랑?
널 때리고 소중히 여기지 않는 저 사람을
사랑한다고?
이런 생각들이 들었었어
내가 멍 때리는 사이
넌 그 남자를 부축하고 걸어갔고
그 이후로 널 볼 수 없었어

그 일이 지난 후 일주일 정도 지났을까_
SNS를 보다가 우연히 네 계정을 봤었어
그 새끼랑 결혼한다더라_
이렇게라도 지금까지의 내 마음
전하고 싶었어
그 새끼가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네가 사랑한다면
네가 그 사람이 너무 좋다면
너도 행복하겠지, 뭐
어쩌면 우린 처음부터 이루어지질 않을 운명이었겠지
평행선 같은?
그래, 운명이 그런걸 내가 어떻게 할까
잘 지내
꼭 행복하면 좋겠다





2020.11.13

편지를 다 읽은 주연의 눈에서는 눈물이 주륵 흘렀다
나도 널 기억하고 있었다고
널 처음 본 순간 내 심장도 요동 쳤다고
사실 난 그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드르륵_
순간 신부대기실의 문이 열렸고
정장을 입은 남자가 들어왔다
“뭐야, 얼마 들여서 한 화장인데”
주연은 눈물을 슥슥 닦았고
뭔가 이상함을 눈치 챈 남자는 주연의 손에 들려있는 편지를 뺏어들었고, 이내 북북 찢어 바닥에 던져버렸다

주연은 날리는 편지를 보며 생각했다
우리가 운명이었다면
내 옆에 네가 있었더라면
평행선 따위 굽혀 만날 수 있다면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