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ㅣ트라우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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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이는 결국 태형의 집에서 나왔고, 윤기에게 연락이라도 해보려 했지만 계속 전화를 했던 탓에 배터리도 없었다. 설이는 어떠할 방도가 없어 결국 태형의 집 앞에 쭈구려 앉아 있었다.
만난지 얼마 되지도 않았지만 툴툴대며 다 해주었던 태형이었고, 태형이 화 내는 모습은 처음 보는 설이었기에 심장이 빠르게 뛰며 왠지 모르게 가슴 한 켠이 미어져 눈물이 나오려 했다.

자기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도 모르겠고, 태형이 화 내는 이유도 모르는 설이는 눈물만 흘렸다. 그렇게 그곳에서 얼마나 더 있었을까, 누군가가 걸어오는 소리에 설이는 순간 이 곳에는 초능력자들만 살아 여기에서 이러고 있다가는 죽겠다는 걸 깨달았고, 일어나 몸을 숨기려 했지만 마땅히 몸을 숨길 곳이 없었다.
“설아…!”
“윤기… 오빠.”
“아니… 연락이 하도 없길래 왔는데, 여기서 뭐해?”
“이 짐들은 또 뭐고… 울었어?”
“쫓겨났어, 집에서.”
“뭐? 대체 왜?”
“… 나도 모르겠어, 나 이제 어떡해?”
“나 이제 어디에 있어? 그냥… 이대로 들켜서 죽는 거 아니야?”
“나 너무 무서워, 오빠…”
“일단 다시 들어가보자, 이유라도 듣게.”
윤기는 문을 세차게 두드렸고, 그에 반응하듯 문이 혼자 세게 열렸다. 윤기는 아무렇지 않은 듯 들어갔고, 설이는 윤기 뒤에 숨어 조심스레 들어갔다. 집 안으로 들어가자 소파에서 머리를 움켜쥐고 고개를 숙이고 있는 태형이 보였고, 자세히 보니 식은땀을 흘리며 괴로워하고 있었다.
“야, 김태형…!!”
“너 왜 그래, 어?”
“엄마랑 아빠가… 내 머릿속에서 떠나지를 않아.”
“엄마랑 아빠가 그래, 자기들이 죽은 건 다 나 때문이래.”
“나만 아니었으면… 엄마 아빠 대신 내가 죽었더라면, 엄마랑 아빠는 살았을 거래.”

“… 내가 죽었어야 됐어…”
“지금이라도 죽으면, 엄마랑 아빠가 용서해주실까?”
“정신 차려, 김태형!!”
“그거 너희 부모님 아니야, 다 환청일 뿐이라고.”
“… 얼굴이, 우리 엄마 아빠란 말이야…”
처음 보는 태형의 모습에 설이는 굳어 있었고, 윤기는 자신이 죽어야 한다며 눈에 초점 없이 괴로워하는 태형을 말릴 뿐이었다. 이 모든 건 태형의 과거, 그리고 악몽과 관련이 있는 것 같았다. 그렇게 아무 말 하지 못 한 채 굳어 있는데, 순간 태형의 선반에 있던 약 통이 하나 생각이 났다. 분명 그 약에는 ‘신경 안정제’ 라고 써져 있었고, 설이는 바로 태형의 방으로 달려가 그 약을 가지고 나왔다.
“이거… 신경 안정제 맞아?”
“뭐야, 이거 어떻게 찾았어?”
“그냥… 전에 봤거든.”
“그래? 김태형, 이거 얼른 먹어.”
윤기는 태형에게 설이가 가져온 물과 약을 주었고, 태형은 순순히 받아 먹었다. 그렇게 시간이 좀 지난 후, 태형은 안정을 되찾은 것 같았다. 꽤 진정이 된 태형은 한숨을 쉰 후 눈을 지긋이 감고 손으로 두 눈을 덮으며 말했다.
“… 유 설, 내가 미안.”
“네?”
“감정이 너무 앞섰던 것 같아, 아까는.”
“다시 우리 집으로 와, 많이 놀랐지…”
“괜찮아요, 다시 받아줘서 고마워요…”
“어디로 가야하나… 진짜 막막했거든요.”
“… 미안, 내가 가끔 이렇게 돼서… 두통 때문에 예민했던 것 같아.”
“이해해요, 트라우마 때문이라는 거… 알아요.”
“어떤 일이었는지 묻지는 않을게요, 아픈 기억일 테니까.”
“… 어차피 언젠가는 알게 될 일이야, 그냥 민윤기한테 지금 들어.”
“내 입으로 말 하기에는… 힘들 것 같으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