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의 혼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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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넌 누구야? 난 내 혼약자 찾으러 온 건데, 웬 인간이 여기 있지?
_혼약자…? 혹시 신이세요?
물 계열 능력 보유자에다가 단번에 신이라 묻는 당돌함이…. 1억 년 전에 전정국이랑 혼약을 맺었다는 혼약자 인가 봐? 난 빛의 신이야.
보아하니 너도 만만치 않게 빛나고 있구나. 내 혼약자인
줄 알고 찾아왔는데 헛수고네.
_네…?
다행히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서 빛이 보이네. 이번 생에서도 볼 수 있을것 같아. 다행이야.
•••
눈을 뜨자마자 피식 웃음이 났다. 내 영혼의 빛을 보고
아린 언니인줄 알고 착각해서 찾아온 석진 오빠라니. 정국이와 혼약 맺은 태초에 이런 작은 헤프닝이 있었다는것이 재밌었다.
왜 아린언니가 거의 모든 생에서 그를 만났는지 이제야
이해가 간다. 그 드넓은 우주를 오로지 아린언니를 위해
오랫동안 헤맸구나. 석진 오빠는.
여주) 지민아, 준비 됐어!
캐패시티 입구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던 지민과 정국이
눈에 보였다. 정국은 잘 다녀오라며 나를 한번 안아주었고 캐패시티 입학 후 처음 나가보는 현실에 조금은 긴장이 되었다. 지민은 긴장하지 말라며 가볍게 웃은 뒤 한 걸음 앞으로 내딛었다. 그를 따라 한 걸음 앞으로 내딛자 주변 풍경 일렁이며 남준 오빠와 처음 이곳에 왔던 울창한 숲이 보였다.
여주) 오랜만이다. 이 숲.
지민) 2개월 정도 됐지? 잠깐 내 손 좀 잡아봐.
그의 말대로 손을 잡자 갑자기 몸이 가벼워진 듯한 느낌을 받았다.
지민) 은신을 공유한 거야. 날아가야 하는데, 우리가 그대로 눈에 띄면 곤란하잖아?
그가 웃으며 손짓하자 순식간에 우리 둘은 붕 떠올랐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무중력에 신난 나는 조금씩 허우적거리며 바람을 맞았다.
여주) 그 애는 어디 살아?
지민) 캐패시티에서 좀 멀긴 한데 얼마 안남았어. 거의 다
왔으니 조금만 기다려.
공중에 떠 있는 내 발을 구경하며 빠르게 도심 속을 지나니 어느새 한적한 동네에 다다랐다. 주택단지였다.
여주) 오오, 잘 사나 봐?
지민) 아이 아버지가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 잘 되고 있나봐.
여주) 그렇구나. 아, 저기 봐봐!
한 주택에 도착하자 문을 열고 나오는 한 아이. 밝은 갈색 머리에 살짝 푸른 눈을 가진 여자아이였다. 우리는 집 앞마당에 착지했고 강아지와 뛰어노는 아이를 멀리서 바라보았다.
여주) 올해 몇 살이야?
지민) 17살. 내년 1월에 생일이 지나면 성인이 돼.
여주) 성인식이 지나고 캐패시티에 들어오면 우리랑 같이
다니면 되겠다! 그날이 기다려지지?
지민) 응. 지금 그날을 위해 살고 있어.
아이를 보는 지민의 눈빛은 그리운 사랑을 보는 듯 편안하면서도 씁쓸해 보였다.
여주) …너랑 저 아이가 마지막으로 만난 때는 언제야?
지민) 응?
여주) 정국이가 말해줬어. 나랑 정국이는 3만년 전이 마지막이라고 하더라고. 너무 까마득해서…. 얼마나 긴 시간
인지 감도 안 오지만 둘에게 지옥 같은 시간이었을 거라고 확신할 수 있거든.
지민) 그래…?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여주를 쳐다본 지민은 다시 고개를 돌려 아이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지민) 4500년 전이야. 따지고 보면 지난 4500년은 나에게 짧은 순간이지만 체감상으로는 그렇지 않았어.

지민) 그 시간 동안 애가 나 없이 맞이할 죽음이 두렵지 않을까, 변심해서 혼약이 파기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많았지.
4500년 전이라면 남준 오빠의 혼약이 파기되고 500년이 흐른 셈이니…. 그 당시 인간과 혼약을 맺은 신들 대부분이 그런 걱정을 했을 것이다. 특히 곁에 혼약자가 없는 신들.
여주) 신들의 사랑은 참 대단해. 수명이 셀 수 없을 만큼 길다 보니 사랑이 오래가고 변심할 확률조차 없잖아.
지민) 그렇게 따지면 그런 신을 향한 인간의 사랑이 더 대단하지. 수명이 짧은 대신 셀 수 없는 생을 살아가는 인간인데 그 긴 시간 동안 한 신만을 바라봐주니.
여주) 뭐, 그건 인정.
누군가가 생각난 듯 피식 웃으며 답하는 여주가 누구를 떠올렸는지는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지민은 기지개를 천천히 피며 말했다.
지민) 이제 다시 돌아 가볼까?
여주) 이렇게 가도 돼?
지민) 이렇게 바라만 보고 있어도 좋아. 이렇게 멀리서 바라보는 날도 얼마 안 남았고 조금만 기다리면 내 곁에 둘
수 있으니까…. 이렇게 돌아갈 수 있어.
여주는 여러 감정을 가지고 여자아이를 바라보는 지민을 보다가 그를 조심스레 톡톡 쳤고 그에 끄덕거린 지민은 손짓으로 둘을 다시 공중에 띄웠다.
여주) 자주 나올 수 있는 게 아니지만, 너무 섭섭해 하지마.
곧 네 곁에 있을 아이잖아.

지민) 응…. 빨리 그날이 왔으면 좋겠다.
차마 웃으며 발길을 돌릴 수 없는 지민이었다.
오늘의 TMI
1. 아린이 거의 매 생마다 석진을 만날 수 있었던 이유!
석진이 모든 인간들 통 틀어 가장 밝게 빛나는 아린의
영혼의 빛을 보고 드넓은 우주를 건너 다니는
것이었습니다!
(더 자세한 얘기는 나중에….!)
2. 신과 혼약을 맺은 인간은 다른 이에게 마음을 품을
수 없습니다! 신에 대한 사랑의 감정이 없어지고 혼약이
파기된 후에만 가능하답니다😊
(시즌 1에서 여주가 혼란스러워 했던 이유에요)
3. 자신의 혼약자를 향한 신들의 사랑은
로맨틱 그 자체….⭐️
여러분 사랑해요❤️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