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中保镖

Ep.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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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딩 경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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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도 나도 깜짝 놀란 듯 허공에서 눈이 마주쳤다. 나는 심하게 떨리는 눈동자로 방금 대체 무슨 말을 지껄인 건지 생각했다. 김여주… 네가 진짜 미쳤지. 그 말을 왜 한 거야! 딱 5분 전으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당장 내 입부터 막고 싶은 심정이었다. 나와 전정국 사이에 어색한 침묵이 자리했다. 안 그래도 약간 어색했던 사이가 이대로 굳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아무런 말이 오가지 않았다.





“김여주, 너 지금 엄청 어색한 거 아냐?”





한참의 침묵 속에서 전정국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전정국은 언젠가부터 입을 열면 항상 내 정곡부터 찌르는 사람이 되버렸고 이번에도 아주 정확하게 찔린 나는 몸을 움찔했다. ㅁ,뭐가. 후- 하고 짧게 숨을 내뱉은 전정국은 한 걸음, 한 걸음 나에게로 가까이 다가왔다. 그에 따라 나도 한 걸음, 한 걸음 뒤로 가다보니 턱 하고 등이 벽에 닿았다. ㅇ,야… 왜 오고 그래……





“네가 무슨 생각일까 궁금해서.”

“뭐가…”

“좀 이상하잖아.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 피하겠다고 용을 쓰던 애가.”





야, 그거는…! 전정국은 특유의 무표정을 유지한채 나와 눈을 맞췄다. 내가 전정국을 피했던 건 네가 싫어서가 아니라 부끄러워서라고 말은 분명하게 하고 싶어 고개를 바짝 들었다. 하지만 전정국과 눈을 진하게 맞추고 있자니 얼굴이 토마토가 돼버릴 것 같아 고개를 휙 돌렸다. 그것 마저도 곧 전정국의 손에 의해 제자리를 찾았지만 말이다.





“피하지 말라고, 분명 말했던 것 같은데.”





전정국은 손으로 내 턱을 쥐어 억지로 자신과 눈을 맞추게 했다. 약간 무서운 표정은 덤이었다. 몸은 벽에 밀착되어있지, 턱은 전정국 손에 잡혀있지, 온몸이 열이 나듯 후끈후끈거리지. 위태로웠다. 이러다가는 내가 정말 전정국에 대한 마음을 다 털어놓을 것만 같았다. 그건 정말 안 돼…





“뭐가 안 돼?”

“… 우리 조금만 떨어지면 안 되겠지…?”





걱정이 앞섰다. 내가 또 아까처럼 바보 같은 말을 해버릴까 봐. 전정국한테 내 속에 있는 것들을 다 털어버릴까 봐. 조심히 전정국에게 물어본 결과, 돌아오는 답은 없었다. 전정국은 아까부터 표정에 변화 한 번 없이 가만히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자꾸 그렇게 쳐다보기만 하면 뭐 어쩔 건데.

책에서 읽은 적이 있다. 어떤 로맨스 소설에서 말하길, 더 좋아하는 쪽이 을이라고 했다. 예전에는 그 말이 무슨 말인가 싶었는데 지금 상황이 오니 알 것만 같았다. 속으로는 반항심에 전정국을 밀쳐내고 방으로 가버리는 상상도 몇 했지만 정작 실제로는 아무것도 못하고 얼굴만 붉히는 나였다. 나는 항상 갑이었는데… 을이 되는 상황이 조금은 자존심 상했다.





“김여주, 딱 하나만 물어봐도 되냐?”

“뭐…”

“너 나 좋아해?”





심장박동이 점점 빨라지기 시작했다. 전정국이 물어본 그 질문은 나에게 너무 쉬운 질문이었다. 내 대답은 언젠가부터 쭉 하나로 정해져있었으니까. 전정국이 그 말을 해버린 이상, 나는 더이상 내빼고 할 이유를 못 느꼈다. 이렇게 된 거 내가 평소에 해왔던 것처럼 김여주 스타일로, 돌직구로 가야겠다는 생각이었다.





“… 응, 좋아해.”





속에 단단히 얹혀있던 게 쑥 내려간 느낌이었다.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말이 이렇게 어려운 건가 싶으면서도 한 번 해보니까 앞으로 몇 번은 더 할 수도 있겠다 싶은? 심장은 여전히 미친듯이 뛰었다. 뺨도 여전히 불그스름했다.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좋아한다고 고백해 설레이는 나와 달리 전정국은 여전하게도 무표정이었다.





“나는 너랑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야, 김여주.”

“어…?”

“난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밑바닥인 사람이라고.”

“그런 건 상관없어.”

“철 없는 소리 좀 하지 마.”





전정국은 나에게서 한 발자국 물러났다. 그리고서 나를 밀어냈다. 전정국은 나에게 자신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했지만 내 생각은 좀 많이 달랐다. 내가 위험할 때, 누군가 필요할 때 내 옆에 있어준 건 언제나 전정국이었고, 날 지켜준 사람 역시 전정국이었다. 전정국이 있어 내가 버틸 수 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런데 왜…





“끼리끼리 만난다는 말이 왜 있는데. 넌 너랑 어울리는 부잣집 도련님을 좋아해야지, 나 같은 걸 좋아하긴 왜 좋아해.”

“나한테는 네가 부잣집 도련님들보다 나아. 걔네가 날 지켜준 적이 있어, 내 옆에 있어준 적이 있어? 내 옆에 있어준 건 항상 너였는데… 왜 그렇게 얘기해?”

“난 너네 집에서 일하는 경호원일 뿐이야. 내가 네 옆에 있던 이유도, 널 지킨 이유도 이거 하나 때문이라고.”

“… 거짓말 그만해, 전정국. 너도 날 조금은 좋아할 수도 있는 거잖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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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난 너 안 좋아해.”





처음은 누구나 아픈 거라고 했다. 분명 아플 거라는 것도 조금은 예상했다. 그랬는데… 정말 예상했었는데, 아픔의 크기는 처음인 내가 감당하기에 많이 컸다. 그랬기에 전정국의 말들은 나에게 뾰족한 가시처럼 다가왔고 거짓말이라 부정해봐도 끝에 못을 박아버리는 전정국에 나 역시 무너졌다.





“흐으, 흡… 전정국, 나쁜, 끅, 새끼……”





눈물이 후두둑 떨어지기 시작했다. 너무 서러웠다. 내가 처음으로 좋아한 사람이 하필 전정국이라서, 내 첫사랑은 이렇게 쓰라려서, 첫사랑은 원래 이렇게 아픈 건가 싶어서. 모든 게 억울했고 서러워서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겨우 전정국 때문에 우는 내가 참 어이없었다.





“… 울지 말고, 얼른 들어가.”

“흐윽… 네가 무슨, 흐… 상관인데에-. 나 싫다면서… 나 싫다면서어!”

“싫다고 한 적은 없는데.”





전정국은 날 두고 먼저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버렸다. 혼자 남겨진 나는 그대로 쭈그려앉아 팔을 끌어안고 숨 넘어갈 듯 눈물을 흘려보냈다. 하지만 나는 확신한 게 한 가지 있었다. 아마 전정국은 몰랐을 거다. 눈물을 그렁그렁 매달고 울던 내가 주먹을 쥐고 움찔거리던 자신의 왼손을 봤다는 걸.














오늘도 봐주셔서 감사합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