田柾国,那个来毁掉我的朋克

07. 田柾国,那个来毁我的恶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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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망치러 온 양아치 전정국















그 자리에서 당장 도망치고 싶었다. 누군가에게 이런 감정을 느껴본 적이 없을 뿐더러, 남자의 입술과 맞닿은 건… 더더욱 없었다. 전정국은 뭐 그리 좋은지 생글생글 웃고만 있다.





“김여주, 너 지금 완전 딸기 같아.”





내 얼굴을 보고 하는 말일 거다. 그런 건 굳이 말 안 해도 되는데 말이지. 나는 지금 전정국이 되게 얄밉다. 마음대로 입술을 갖다 대놓고 나만 당황해하는 이런 상황 자체가 마음에 안 들었다.

전정국은 나를 보며 씨익 웃었고, 나는 여전히 달아오른 얼굴을 숨기지 못한 채, 전정국을 마냥 노려볼 수밖에 없었다.





“너 진짜 마음에 안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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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네 눈은 그렇게 말하고 있지 않는데?”





나의 앙칼짐에 대해 전정국은 좀 익숙해진 것 같은 느낌이다. 아니, 익숙해지다 못해 그런 내 특성을 아주 잘 이해하고 가지고 놀고 있는 것 같다. 내가 앙칼진 모습을 보이면 전정국은 능글맞은 얼굴을 보이는 것. 매번 그렇다.

이런 상황을 빠져나갈 수 있게 한 건, 나의 배에서 들리는 꼬르륵 소리였다. 학원을 일단 빼먹긴 했는데… 지금부터는 뭘 해야 할까?





“우리 일단 밥부터 먹으러 갈까?”

“… 응.”





이 시간에 이렇게 자유로워 본 기억이 없어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또래 친구들은 뭘 먹고, 뭐 어떻게 노는지 몰랐다. 그런 나를 알 것 같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린 전정국은 밥부터 먹으러 가자며 나를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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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런 반항 없이 전정국의 뒤를 따라온 나였다. 전정국은 한 10분 정도를 쭉 걷더니 번화가 입구 앞에 섰고, 나는 전정국을 의아하게 쳐다봤다.





“번화가…? 여긴 왜…”

“왠지 이런 곳에서 안 놀아봤을 것 같아서.”





전정국은 정곡을 참 잘 찌른다. 번화가는 초등학생 때도, 중학생 때도, 고등학생인 지금까지도 가보지 못한 곳이었다. 서울에는 번화가가 그렇게 많은데 여태 단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는 게 좀 어이없을 지경이었다.

다시 생각해 보면 인생에 진정한 친구 하나 없었는데, 뭐… 이내 곧 수긍하고 마는 내가 좀 불쌍했다. 사실 친구는 핑계거리다. 친구가 있었어도 나는 학원 다니고, 독서실 다니고, 놀지 못하게 하는 부모님 때문에 가지 못했을 거다.

내 인생이 정말 불쌍한 이유가 부모님 때문이라는 것이 안쓰럽다. 초등학생 때는 얌전하고 착한 아이가 되어야 사랑 받을 수 있다고 배워 뛰놀아 본 적이 없었고, 중학생 때는 지금부터 공부해야 대학을 잘 간다는 말에 부모님이 픽업까지 하면서 학원 뺑뺑이를 돌렸다. 그리고 현재, 부모님 픽업은 멈춰졌지만 눈칫밥을 더 먹고 있었다. 뭐 하나 해보고 싶은 거 말도 못하고, 놀고 싶은 거 얘기하지도 못하는. 부모님 앞에서 나는 여전히 벙어리와 같은 존재였다.





“어떻게 알았대, 나 이런 곳에 발도 못 들여본 거.”

“어릴 때는 호기심에라도 한 번 와보지 않나?”

“그 호기심 마저 꾹꾹 누르고 살았거든-. 나라고 번화가에서 안 놀고 싶었겠냐? 나는 애들이 학교 끝나고 떡볶이 먹으러 가는 것조차 부러워 했던 사람이야.”





내가 그런 말을 하고 나니 분위기가 또 이상해진다. 전정국은 매번 나의 이야기를 들을 때면, 나를 안쓰럽게 쳐다봤다. 나도 내가 안쓰러워 죽겠는데 남들은 어떤 느낌일까 싶기도 하고? 전정국은 이내 내 손을 잡더니 또 한 번 달리기 시작했다.





“야! 이번에는 또 어디 가는데!!”

“조금만 들어가면 맛있는 떡볶이집 있어.”

“그래서?”

“부러웠다면서, 애들끼리 학교 끝나고 떡볶이 먹으러 가는 거. 오늘 나랑 하면 되겠네.”





전정국이 내 손을 잡고 달리다가 뒤를 돌아보며 본인과 함께 내가 못했던 걸 해보자고 하는데, 그 얘기가 왜 그렇게 심장을 간질이는지 모르겠다. 심장이 쿵쾅거리는 설렘과 동시에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나올 것만 같은 벅참이 느껴졌다. 벅찬 마음을 가득 안고 도착한 떡볶이집은 생각보다 아담했다.





“이모, 여기 떡볶이 2인분이랑 오뎅 국물 주세요.”

“김말이 튀김도 추가요!”





아담하고 소박해서 더 정감을 느낀다는 말이 오늘 보니 맞는 것 같기도 하다. 가게 안쪽 테이블에 전정국과 마주보고 앉아 자연스럽게 주문을 했고, 얼마 안 돼서 밖에서 조리되고 있던 떡볶이와 오뎅 국물, 김말이 튀김까지 테이블에 놓여졌다.





“학생들, 이거 음료수 서비스야. 많이 먹고 가-.”

“헐, 감사합니다!”





떡볶이집을 운영하시는 이모님께서는 음식들을 가져다 주면서 음료수 한 팩을 컵 두 잔과 함께 서비스라며 주셨다. 나는 활짝 웃으며 감사 인사를 전한 뒤, 꼬챙이로 떡볶이 떡을 하나 콕 찍어 입에 넣었다.

맛있는 떡볶이집이라던 전정국의 말 그대로 입에 넣자마자 그 맛을 알 수 있었다. 적당히 매콤달달한 소스에 쫀득쫀득한 떡, 송송 썰어져 위에 올라간 파까지. 비주얼은 평범하지만 맛은 그렇지 않았다. 맛에 깜짝 놀라 두 눈이 번쩍 뜨인 나는 한 손으로 입을 가리고, 또 다른 한 손으로는 떡볶이를 가리키며 말했다.





“전정국, 떡볶이 진짜 완전 대박이야.”

“그 정도로 맛있어?”

“응! 사실 나 떡볶이도 집에서 해준 것만 먹어봤거든? 그 떡볶이는 생각도 안 날 만큼 엄청 맛있어.”





정말 맛있는 음식을 먹었을 때만 나오는 약간 상기된 얼굴과 흥분한 목소리로 전정국에게 설명했다. 전정국은 그런 나를 따라 떡 하나를 입에 넣고 우물거렸고, 그 앞에서 나는 떡볶이에 죽고 떡볶이에 사는 사람 마냥 정신없이 먹었다.

떡볶이를 입에 넣을 때마다 감탄을 뱉어가며 열정적으로 먹은 결과, 소스 한 방울 남기지 않고 먹은 우리였다. 솔직히 떡볶이의 반 이상은 내가 먹은 것 같지만 말이다. 어느 정도 배가 불렀을 때쯤, 나는 꼬챙이를 테이블 위에 내려놨다.





“아-, 배부르다.”

“네가 좋아해서 다행이네.”

“그냥 좋은 게 아니야, 다음에 또 오고 싶을…”





순간이었다. 배가 부르니 기분이 좋아져 신나게 떠들던 나의 입술에 전정국의 엄지 손가락이 쓸고 지나간 건. 전정국의 손가락이 내 입술에 닿자 나도 모르게 하고 있던 얘기를 멈췄고, 얼굴이 화악 달아올랐다.





“뭐, 뭐야…!”

“입술 아래쪽에 소스가 묻었길래… 넌 애가 몇 살인데 입에 묻히고 먹냐?”

“고등학생은 입에 묻히고 먹으면 안 된다는 법 있어?! 묻었으면 그냥 알려주기나 할 것이지… 왜 굳이 자기 손가락으로……”





나는 당황하면 횡설수설 말이 많아지는 경향이 있다. 전정국의 손이 입술에 닿았다는 것에 1차로, 입에 묻은 소스를 직접 본인 손으로 닦아줬다는 것에 2차로 당황한 나는 동공지진을 일으키며 횡설수설했다. 그러자 전정국은 또 내 앞에서 입꼬리를 씩 올린다. 그것도 한쪽 팔을 테이블 위에 올리고, 거기에 턱까지 괸 채로 말이다.





“김여주, 너 또 딸기 된 건 알아?”

“… 조용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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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간 우리 여주는 얼굴에 티가 나서 귀엽다니까.”





두근, 두근, 두근. 귀에 짧은 이명과 함께 온통 심장이 뛰는 소리 밖에 들리지 않는다. 내 앞에서 얄밉게 웃고 있는 전정국이 잘생겨 보이기까지 한 지금, 나는… 전정국에게 잔뜩 빠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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