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석 단편 모음
누나, 얘 나 또 쳐다봐

정화랑
2026.08.26浏览数 4
소파의 남은 공간을 전부 차지한 채 내 바로 옆에 앉아 있는 사람은 지석이다. 그는 박시하고 편안한 스웨터를 입고 있는데, 그 덕분에 따스한 햇살 아래서 유독 말랑하고 부드러워 보인다. 그는 벽에 고개를 뒤로 기댄 채, 차분한 눈꼬리를 잘게 접으며 뺨 위로 화사한 보조개를 쏙 드러내고 있다.
"얘 나 또 쳐다봐, 누나." 지석이가 나직하게 중얼거린다. 그의 깊고 울림이 있는 목소리가 조용한 방 안을 아름답게 채우며 낮고 장난스러운 비음으로 떨어진다.
나는 소파 가장자리에 있는 발 받침대 쪽을 내려다본다. 카페트 위에 미동도 없이 똑바로 앉아 있는 건 내 작고 마른 유기견 출신 반려견이다. 녀석의 까맣고 커다란 눈동자는 지석이의 얼굴에 완벽하게 고정되어 조금도 움직이지 않는다. 그러다 갑자기 녀석이 특기를 선보인다. —분홍색 작은 혀를 입 밖으로 낼름낼름 빠르게 움직이더니, 이내 고개를 들어 코끝을 지석이의 주머니 쪽으로 똑바로 향하는 것이다.
지석이가 그대로 굳어버린다. 표정이 풍부한 그의 눈동자가 완벽한 놀라움으로 녀석의 움직임을 쫓으며 그의 입이 살짝 벌어진다. 그가 나직하게 바람 빠진 웃음을 터뜨리더니, 녀석과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무릎 위에 팔꿈치를 올린 채 몸을 앞으로 숙인다.
"이것 좀 봐." 그가 속삭인다. 햇살이 그의 시선 속에 담긴 진심 어린 온기를 비추는 동안, 그의 목소리에는 다정하고 무해한 호기심이 가득하다. "또 혀를 낼름거리고 있어. 무슨 뜻이지? 비밀 암호 같은 건가?"
"그거 자기가 찜한 쿠션에 누나가 앉아 있으니까 단단히 경고하는 뜻이야." 내 얼굴 가득 마침내 자그맣고 키득거리는 미소가 번지며 부드럽게 반박한다. "그리고 너가 간식 어디에 숨겼는지 찰떡같이 알고 있는 거지."
"아, 그래?" 지석이가 장난스럽게 받아치며, 나를 완전히 마주 보기 위해 고개를 돌리는 그의 눈동자에 따스하고 짓궂은 불꽃이 피어난다. 그는 자리를 비켜주기는커녕, 내 영역 안으로 의도적으로 한 걸음 더 가까이 몸을 밀착해 온다. 따스하고 고요한 공기 속에서 우리의 숨결이 뒤섞이는 동안 그의 넓은 어깨가 내 어깨를 지그시 누른다. "글쎄, 난 내 자리를 지켜야겠어. 이 소파는 포기하기엔 너무 편하거든."
그의 도발을 알아듣기라도 한 듯, 내 작은 강아지가 발 받침대를 완전히 건너뛰고 계단을 훌쩍 뛰어올라 지석이의 무릎 한가운데에 안착한다. 녀석은 혼나지 않으려는 듯 최대한 사랑스러워 보이려고 작은 혀를 살짝 내민 채 고개를 옆으로 갸우뚱거린다.
지석이가 숨 가쁜 큰 웃음을 터뜨리고, 그 소리의 진동이 내 어깨에 고스란히 전해진다. 그의 보호 본능이 발동하면서 쿨한 아이돌로서의 겉모습은 완벽하게 증발해 버린다. 그의 긴 손가락이 녀석의 등 위를 부드럽게 쓸어내리며, 확고한 애정을 담아 그 마른 몸을 소중하게 감싸 안는다.
"알았어, 알았어. 네가 이겼어." 지석이 다정하게 속삭이며, 녀석의 귀 뒤로 손가락을 느릿하고 다정하게 둥글리며 문질러 준다. 목줄에 달린 작은 방울이 맑고 부드러운 소리를 내고, 녀석은 고개를 뒤로 길게 빼며 지석이를 자신의 전담 마사지사로 완벽하게 받아들인다.
녀석의 작은 몸집을 내려다보던 그가 고개를 들고, 밝은 햇살 아래서 완벽하고 확고한 진심을 담아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본다. 그가 맞잡지 않은 다른 쪽 손을 뻗어, 그의 커다랗고 따뜻한 손바닥으로 내 손 위를 부드럽게 덮어오더니 푹신한 쿠션 위에서 우리의 손가락을 단단하게 맞잡는다.
"그냥 다 같이 안아달라고 떼쓰는 거였나 봐." 그가 달콤하게 중얼거린다. 그의 목소리가 우리만의 소중한 약속처럼 낮아지며 내 마음에 갑작스러운 완벽한 평온함을 가져다준다. 그가 고개를 숙여, 우리만의 비밀스러운 비눗방울 속에 단단히 갇힌 채 길고 고요한 순간 동안 내 이마에 자신의 이마를 부드럽게 맞댄다. 세상의 소음은 늦은 오후의 짙은 고요함 속으로 완전히 가라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