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렝원/레오 상원] 우정은 여기까지

[렝원/레오 상원] 우정은 여기까지 5화

 

레오는 요즘 잠들기 전마다 같은 생각을 반복했다.

상원이 좋아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그리고 왜 자신은 그 사실이 이렇게 신경 쓰이는 걸까.

처음에는 단순한 호기심이라고 생각했다.

가장 가까운 동생이니까.

가장 편한 사람이니까.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변명은 점점 통하지 않았다.

상원이 누군가와 연락하는 모습을 보면 이유 없이 기분이 가라앉았고, 다른 사람과 웃으며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면 괜히 끼어들고 싶어졌고, 상원이 자신보다 누군가를 더 신경 쓰는 것처럼 보이면 이상하게 답답했다.

이건 단순한 형의 감정이 아니었다.

레오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다만 인정하지 못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날도 연습이 끝난 뒤였다.

상원은 먼저 숙소로 돌아갔고 레오는 혼자 연습실에 남아 있었다.

거울 앞에 앉아 물을 마시던 레오는 멍하니 휴대폰을 바라봤다.

그리고 문득 상원과 나눈 메시지 창을 열었다.

수없이 쌓여 있는 대화들.

별것 아닌 일상 이야기들.

장난스러운 대화들.

그걸 내려보던 레오는 피식 웃었다.

그러다가 문득 깨달았다.

하루 중 가장 많이 연락하는 사람이 상원이라는 것을.

가장 먼저 찾는 사람도.

좋은 일이 생기면 가장 먼저 이야기하고 싶은 사람도.

힘든 일이 있으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사람도.

전부 상원이었다.

"...아."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그동안 외면했던 감정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질투.

서운함.

보고 싶음.

신경 쓰임.

그 모든 것의 이유.

"설마."

레오는 손으로 얼굴을 덮었다.

"진짜 설마."

하지만 부정할 수가 없었다.

좋아했다.

자신은 상원을 좋아하고 있었다.

동생으로서가 아니라.

한 사람으로서.

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그때 휴대폰이 울렸다.

[상원]
형 오늘도 늦게 들어가요?

평소와 다를 것 없는 메시지였다.

그런데 오늘은 달랐다.

레오는 한참 동안 화면만 바라봤다.

좋아하는 사람이 보낸 메시지.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숨이 막혔다.

[레오]
어, 조금만 더 하고 갈게.

답장을 보내자마자 바로 읽음 표시가 떴다.

그리고 곧 답장이 왔다.

[상원]
무리하지 말고 빨리 들어와요. 형 요즘 피곤해 보이던데.

짧은 문장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마음이 간지러웠다.

결국 레오는 연습을 접고 숙소로 향했다.

숙소에 도착했을 때 거실에는 상원만 남아 있었다.

"어? 벌써 왔네."

"형이 빨리 들어오라면서요."

"말 잘 듣네."

상원이 웃었다.

평소와 똑같은 웃음이었다.

하지만 레오는 더 이상 평소처럼 볼 수 없었다.

좋아하는 사람의 웃음이었다.

"상원아."

"네."

"잠깐 나가서 산책할래?"

상원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요?"

"응."

둘은 숙소 근처 공원으로 향했다.

늦은 밤이라 사람은 거의 없었다.

조용한 산책로를 걸으며 레오는 몇 번이고 말을 꺼내려 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좋아한다고 말하는 건 생각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었다.

그때 상원이 먼저 입을 열었다.

"형 무슨 고민 있어요?"

"왜."

"오늘 하루 종일 이상했어요."

들켰다.

역시 상원은 눈치가 빨랐다.

스토리 핀 이미지

레오는 잠시 웃었다.

"상원아."

"네."

"만약에 말이야."

"네."

"네가 좋아하는 사람이 갑자기 다른 사람 좋아한다고 하면 어떻게 할 것 같아."

상원의 걸음이 멈췄다.

"갑자기 그건 왜 물어요."

"그냥 궁금해서."

상원은 잠시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천천히 말했다.

"포기해야죠."

"쉽게?"

"안 쉽죠."

"그런데도?"

"좋아하는 사람이 행복하면 된 거니까."

레오는 가슴이 먹먹해졌다.

정말 상원답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동시에 미안했다.

이 사람은 이렇게 오래 혼자 좋아하고 있었는데.

자신은 이제야 자기 마음을 알게 됐으니까.

"그럼."

레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 사람이 네 마음을 받아주면."

상원은 웃었다.

정말 오랜만에 보는 행복한 표정이었다.

"그럼 세상에서 제일 좋을 것 같은데요."

그 순간 레오는 확신했다.

더 이상 망설이면 안 된다는 것을.

그리고 어쩌면.

상원이 좋아하는 사람이 자신일 수도 있다는 희망을 처음 품게 되었다.

"상원아."

"네."

"나 너한테 할 말 있는데."

상원이 고개를 들었다.

레오는 잠시 숨을 골랐다.

그리고 결국 말하지 못했다.

오늘은 아직 용기가 부족했다.

"내일 말할게."

상원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하지만 두 사람 모두 몰랐다.

내일이 서로의 관계를 완전히 바꿔놓을 날이 될 거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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