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난 일이 더 중요해. "

차였다. 고작 일때문에.
아니, 정확히는 바람때문에.
-
내가 차인 이유가 일 때문이 아니란 것을 깨닫는 데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 너 김태형이랑 재결합했냐? "
" 뭔 개소리야. "
" 근데 얘 왜 인스타가 럽스타로 도배가 됐냐. "
" 이런 쓰레기 새끼를 봤나. "

김태형은 워커홀릭이 아니였다.
그냥 여자에 미친 애였다.
-
그래서 나도 한 번 이성에 미친 사람이 되어보기로 했다.
남미새 그딴 거 뭐, 되는 거 쉽지.
야한 옷 입고, 향수 좀 뿌리고.
화장 진하게 하고, 클럽가면 나도 사람 좀 꼬시겠지.
-
망했다.
야한 옷? 그딴 건 우리 집에 없었다.
당연히 그렇겠지. 난 뼛속까지 유교걸이니까.
향수?
복숭아향, 벚꽃향, 코튼향 …
" 뽀송뽀송한 향이 나네 아주. 고딩도 아니고. "
마지막으로 짙은 화장.
" 뭐야, 아이라이너 왜 안 나와. "
" 뭐야, 섀도우는 또 왜 깨졌지? "
" 뭐야, 레드립은 왜 없어. "
모든 걸 정반대로 해버렸다.
기껏 찾아본 야한 옷은 크롭티 하나. 그마저도 배는 안보인다.
그리고 코튼향이 나는 향수.
어두운 곳에선 구분도 안 갈 꾸안꾸 화장.
" ..나 입구에서 벤당하는거 아냐? "
-
그래, 김태형이 여기서 여자를 만났더랬지.
이렇게 번쩍번쩍하고 시끄러운데 사람을 만날 정신이 있나.
" 술 하나 드릴까요? "
" 아뇨, 괜찮아요. "
술 마실 정신이 어디있어.
난 남자를 꼬셔야 되는ㄷ-
저 익숙한 뒷통수는 뭐지?

" 김태형이잖아. "
웬수는 외나무 다리에서 만난다더니.
찾았다. 이 나쁜새끼.
" 야 김태형!!!!!!! "
안들리나? 꿈쩍도 안하네.
" 김태형!!!!!!!! "
저 옆에 여자는 새 여자친군가?
" 김 -태 -형 -!!!!!!!!!! "
힘이 점점 빠졌다.
음악은 더 시끄러워지고, 더 번쩍번쩍해지고.
" 내 소리는 닿지도 않네... "
한숨이 나왔다.
지금 내가 여기서 뭐하는 짓이지.
김태형 만나서 뭘 어쩌겠다고.
어차피 쟨 내 얼굴 봐도 눈 하나 안 깜박일텐데.
" 이게 뭐야, 짜증나게. "
-
" 여기 소주 하나랑 곱창 1인분이요. "
클럽따위가 나랑 맞을 리가 없지.
나랑 맞는 건 곱창이랑 술 뿐이야.
" 아 너무 맛있다. "
진짜 맛있다.
김태형이랑 자주 왔던 곳인데.
그랬던 곳인데.
" ..흡, 흐... 이 나쁜새끼... "
눈물이 주르륵 나왔다.
주책이야 진짜로.
자존심 상하게.
눈물은 멈출 생각이 안보였다.
내가 먹는 게 야채곱창인지 눈물곱창인지도 모르겠다.
" 김태형 나쁜새끼..!!!!! "
-
기절했나보다.
" 뭐야, 여기 어디야. 여기 우리 집 아닌데. "
김태형집..?
그것도 아닌데.

" 깼어요? "
" ㄴ..누..누구세요..?! "
" 여기 집주인이요. "
" ..저 왜 여기 있어요? "
" 우리 집 초인종을 계속 누르시길래.
전남친 집이 여기 주변인가봐요? "
" 그게 무슨... "
" 김태형이랬나? 그 사람 계속 부르면서 문 열라던데. "
" 아... "
머리를 연신 두들겼다.
이런 미친놈, 남의 집에서 뭐하는 짓이야.
" 죄송합니다... "
" 너무 자책하진 말고요, 밥이나 먹고 가요. "
-
" 헐 요리 완전 잘하시네요. "
" ..며칠 굶으셨어요? "

" 아뇨 그건 아니고요... "
너무 창피해서 밥으로 잊으려고요.
진짜 미치겠네.
" 감사했습니다, 잘 먹었어요. "
" 네. 가시는거죠 이제? "
" 그래야죠, 감사합니다.
아, 그리고 이건 제 전화번혼데요... "
" 전화번호요? "
" 나중에 시간 되실 때 연락 주세요. 제가 밥 사드릴게요. "
" 그럴 필요 없는데. "
" 아뇨 제가 진짜 죄송해서 그래요. 꼭 연락 주세요! "
쾅 -

" 급하게도 나가시네. "
세 번째 썰 |유교걸이 남자친구 만드는 법 (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