和你的前男友一起生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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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남친과 동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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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전 9시. 강주아가 톡으로 보낸 첫 만남 시간이었다. 나는 오랜만에 아침 일찍 일어나 머리부터 발끝까지 쫙 꾸몄다. 꾸몄다고 하기엔 평소보다 조금 신경쓴 옷차림과 화장, 처음으로 넣은 긴머리 웨이브까지. 다 꾸미고 나서 거실 소파에 앉아 한숨을 푹 쉬었다. 거실 한켠에 가지런히 놓여진 캐리어 두 개가 강주아의 꾀에 넘어갔다는 증거였다.





“하… 강주아 미친년……”





강주아가 이번에 맡은 프로그램이 연애 리얼리티인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다. 심지어 외간 남자와 동거를 해야 한다니… 그 소식을 듣고 재빨리 없었던 일로 하려고 했지만 강주아에게 이미 꼬리가 밟힌 뒤였다.

한숨이 푹푹 나왔다. 나와 같은 일반인이라고 한들, 낯도 많이 가리고 남자라면 더더욱 친해지기 힘든 내가 과연 동거 리얼리티를 성공적으로 찍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고민을 하는 동안에도 시간은 재깍재깍 흘러갔고, 시계바늘은 9를 향해갔다.





“… 일단 가자. 어떻게든 되겠지.”





캐리어 두 개를 양손에 하나씩 잡고서 현관까지 끌었다. 신발을 구겨신고 덜컹 소리를 내며 캐리어를 끌고 강주아가 찍어준 장소로 발을 옮겼다. 쓸데없이 하늘은 맑았고, 구름 한 점 없었다. 괜히 뭔 일이 터질 것만 같은 불안함이 몰려왔지만 애써 고개를 젓고 캐리어를 계속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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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아가 알려준 장소는 우리집에서 그리 멀지 않았다. 걸음으로 한 20분 정도 거리에 위치한 큰 주택 하나가 지금 내 눈 앞에 있었다. 겉보기에도 뭔가 좋은 태가 나는 집에 강주아가 이번 프로그램에 돈을 얼마나 들였는지 감이 왔다. 나 잘해야 될 것 같지…? 입술을 한 번 깨물고서 집 대문을 열고 들어갔다. 집 마당쪽부터 집 안까지 카메라가 세팅되고 있었고 사람들은 꽤 분주했다.





“어, 김여주!”

“야… 규모가 꽤 큰 것 같은데 기분 탓이냐…?”

“에이, 첫날이라 카메라 설치 때문에 그래-. 긴장하지 말고 짐은 나한테 줘.”





내가 현관 앞에서 두리번거리고 있자 강주아가 손을 흔들며 나에게 다가왔다. 내가 동공지진을 일으키며 몸이 굳자 강주아는 내 왼쪽 팔뚝을 한 번 툭 치며 내 두 손에 들려있던 캐리어를 가져갔다.





“상대는 몇 분 전부터 거실에서 기다리고 있거든? 얼른 들어가, 오랜만일 텐데 인사도 좀 하고.”





오랜만이라고…? 외간 남자랑 동거하는 연애 리얼리티까지만 얘기를 들었어서 상대가 누구인지는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오랜만일 거라는 말에 얼굴을 찌푸린 것도 잠시, 강주아는 내 등을 떠밀며 거실 쪽으로 밀어넣었다. 그렇게 나는 한 달간 동거할 상대이자, 내 마지막 연애의 주인공인 김태형을 약 1년만에 다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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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김여주.”





온몸이 빳빳하게 섰다. 카메라를 들고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 사이 유일하게 거실 소파에 앉아있는 그였다. 북적거렸던 실내의 소음들이 들리지 않았다. 오직 김태형 한 사람의 목소리만 선명하게 들렸고, 나는 그대로 홱 하고 밖으로 도망쳐버렸다.





“야! 김여주!! 너 어디가?!”





강주아는 내 이름을 부르며 밖으로 나가는 나를 따라나왔다. 나는 마당을 넘어 대문 밖까지 순식간에 나와버렸고 내 발걸음은 강주아의 손길에 겨우 멈췄다. 강주아, 쟤가 왜 여기 있어?





“이번 프로그램이 전 애인끼리 동거하는 모습을 찍는 거라 급하게 섭외했지.”

“미친년아! 그런 건 미리 얘기를 해줘야 되는 거 아니야?!”

“말했으면 안 했을 거잖아, 안 그래?”

“내가 미쳤다고 쟤랑 이런 걸 찍냐고…”





눈 앞이 캄캄해진 느낌이다. 전 남친들 중에 걸려도 하필 김태형일 게 뭐야… 내가 1년간 연애를 못했던 이유가 몇 걸음이면 닿을 수 있는 공간에 있었다. 지금이라도 시간을 되돌려 출연료에 넘어갔던 나 자신을 막고 싶은 심정이었다. 아니, 만취한 그날로 돌아가 술을 마시지 못하게 막고 싶었다. 지금 와서 후회를 해봤자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원망스러운 뿐이었다.





“여주야, 울 엄마가 어차피 망한 건 즐기는 게 낫다고 했다-.”

“씨… 지금 불난 집에 부채질 하냐?”

“자, 얼른 들어가자!”

“ㅇ,야…!”





강주아는 마구잡이로 끌고 들어와 김태형 바로 앞 소파에 나를 앉혔다. 나는 불안한 눈빛으로 강주아를 바라봤지만 그 미친 싸이코패스년은 사악한 미소를 보이며 나에게서 떨어졌다. 속으로 X 됐음을 몇 번이나 외쳤는지 모른다. 지금 이 상황 속 멀쩡한 건 단 하나도 없었다. 강주아는 왜 이런 일을 꾸몄고, 내는 이걸 왜 하겠다고 했으며, 김태형 역시 왜 하겠다고 한 건지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짧게 얘기하고 갈게. 둘 다 들었다시피 이 프로그램은 전 애인과 같이 생활하는 모습을 찍는 동거 리얼리티고, 카메라 팀이 붙는 시간은 평일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주말은 안 찍을 거니까 집에 가고 싶으면 가고 알아서. 참고로 집 군데군데 카메라 설치되어 있으니까 조심해. 이상, 질문 없지?”





순식간이었다. 강주아는 소파에 얌전히 앉아있는 우리에게 통보하듯 촬영 시간을 알려주고서 카메라 팀 둘만 남기고 빠르게 철수했다. 나는 강주아를 잡기 위해 몸을 움찔거렸지만 야속하게도 강주아는 빠르게 집에서 사라졌다. 뭐, 자기도 알았나 보지. 지금 잡히면 내 손에 죽을 지도 모른다는 걸.

카메라 팀 두 명은 나와 김태형 각자 한 대씩 붙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우리를 잘만 찍었다. 나는 모든 것이 어색하고 특히 김태형이 불편해 입술을 앙 다물었다. 그때, 김태형이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잘… 지냈어?”





이별 후 첫 대사는 참으로 진부하다. 헤어진 연인이 할 수 있는 말이라곤 정말 한정적이어서 잘 지냈냐는 말이 최선일 수밖에 없나 보다.








*









[EPILOGUE]

Q. 오랜만에 보는 서로의 모습은 어땠나요?


“그때랑 분위기가 좀 달라진 것 같기도 하고... 여러가지가 섞여서 되게 묘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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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보다 더 예뻐졌던데요. 그때도 무지 예뻤는데.”














오늘도 봐주셔서 감사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