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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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디 학생이 학교에서 잠만 퍼 자나? ”


황현진은 선생님을 잠시 날카롭게 노려보다
책상 서랍 안에서 국어책을 꺼내 턱 올려놓았다


“ 얼씨구? 책도 안 꺼내고 있었네 “


학생 모두의 시선이 한쪽으로 향했다

황현진 눈치를 보며 숙덕이던 학생들은
교탁을 탁탁 치는 소리에
곧장 칠판으로 시선을 옮겼다









쉬는시간 종이 울리자 학생들은 무리를 지어
다시 소문을 입에 올리기 시작했다

국어 선생님이 조폭인 황현진 아빠에게 끌려갈 것이다,
부모님이 학교로 와서 무진장 엎어 버리는 거 아니냐 등등
시덥잖은 얘기를 꺼내는 학생들을 그냥 보고만 있자니
황현진이 괜히 불쌍하게 느껴졌다


“ 그래서? “


바쁘게 얘기하던 무리 사이로 얼굴을 불쑥 집어넣었다

학생들은 화들짝 놀라 가슴을 부여잡고
냅다 짜증부터 냈다


“ 아 깜짝아, 뭐야? ”

“ 왜 그렇게 황현진을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야?
걔가 너네한테 뭔 잘못이라도 했어? “


학생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말했다

그럴 법하지 않냐,
걔네 아빠가 엄청난 재벌가나
건달이 아니고서야 말이 안 된다,
엄청 비싼 카니발에 황현진이 오르내리는 것을 봤다

이런 추측성 이야기들을 끝없이 늘어놓는 그들을
가만히 내려다보다 입을 열었다


“ 그래도 확실하지도 않은데 괜한 얘기하고 다니지 마
당사자가 알면 얼마나 기분 나쁘겠냐? ”


내 말이 틀린 말은 아닌지라
그들도 별다른 반박 없이 입을 꾹 닫고
뻘쭘하게 다음 수업을 준비했다









수업이 끝난 후

귀에 이어폰을 꼽고 골목길로 향했다

골목 중간을 지나던 중 누군가 뒤에서 가방을 쭉 당겨
중심을 잃고 뒤로 넘어가려던 찰나에
판판한 가슴팍에 머리가 콩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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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랑 어디 좀 가자 ”


커다란 손으로 얇은 손목을 감싸 잡았다


“ 어디 가는 건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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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냥, 같이 밥 먹을 사람 필요해서 ”


손을 뿌리치지도, 저항하지도 않은 채
그 손이 이끄는 대로 따랐다

황현진을 맹신하진 않지만
그가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은 충분히 알고 있었기에
충분히 거부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그를 따라갔다









한참을 걸어 도착한 곳은 익숙한 건물이었다

전에 황현진 아빠를 뵈었던 회사였다

급하게 이끌려 걸어온 탓에
뺨 위로 뜨겁게 흐르는 땀 한 방울을
손등으로 대충 닦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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