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공기는 아직 조금 쌀쌀했지만,
자전거 페달을 밟는 다리에는 제법 힘이 들어갔어.
벚꽃 잎이 바퀴 사이에 끼어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기분 좋게 들렸지. 오늘따라 기분이 좀 묘했어.
교문을 통과하기 직전, 저 멀리서 등교하는 너의 뒷모습이 보였거든.
일부러 속도를 높여 네 곁을 쌩하니 지나쳤어.
"야, 이여주! 늦겠다!"
하고 유치한 장난을 던지는 것도 잊지 않았지.
네가 뒤에서
"아, 최범규!"
하고 소리치는 걸 들으며,
나는 입가에 번지는 미소를 숨긴 채 자전거 거치대로 향했어.
그런데, 뭔가 허전했어.
자전거를 세우고 무심코 안장 밑 가방 쪽을 살피는데,
등줄기가 서늘해졌지.
낡은 지갑 틈새에 끼워두었던,
내 보물 1호인 폴라로이드 사진이 사라진 거야.
작년 체육대회 날, 네가 작은 꽃을 보며 눈을 반짝일때
몰래 찍은 내 최애 사진이었거든
"범규야..."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심장이 바닥까지 떨어졌어.
천천히 고개를 돌리자, 네가 숨을 헐떡이며 서 있었지.
그리고 네 손가락 사이에는, 방금 전까지
내 주머니에 있어야 할 그 작은 폴라로이드가 들려 있었어.
"이거 왜 너가 가지고있는거야...?"
너는 당황한듯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고있었어.
머릿속이 하얗게 타들어갔어.
평소처럼 '아, 그거? 웃겨서!'라고 넘기기엔,
사진 속 네 모습이 너무 소중하게 간직된 티가 났거든.
"이거 왜 갖고 있냐고 물었어? 너는 진짜...
눈치가 없는 거야, 아니면 내 마음을 알면서도 그러는거야?"
목소리가 잘게 떨려 나왔어.
평소처럼 웃어넘기려고 했는데, 너를 보자마자 그게 안 되더라고.
나는 너를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하고 자전거 바퀴만 발로 툭 건드렸지.
"매일 아침에 너보다 먼저 등교해서 교문 앞에 서 있었던 거,
벚꽃 핑계 대면서 너랑 산책한 거. 그거 다 할 일 없어서 한 거 아냐.
좋아해서 한 거지. 그것도 아주 많이."
"범규야..."
"사진 몰래 찍은 건 미안해.
근데 그렇게라도 안 하면, 집에 가서
네 얼굴이 보고 싶어 미칠 것 같아서 그랬어. 왜, 변태 같아?"
나는 자전거를 버리듯 세워두고 너에게 한 걸음 다가갔어.
우리 사이의 거리가 벚꽃 잎 하나 들어갈 틈 없이 좁혀졌지.
고개를 숙여 네 눈을 빤히 바라보는데,
심장 소리가 네 귀에까지 들릴까 봐 겁이 나더라.
"나 너 좋아해. 아니, 사실은 좋아한다는 말로는 모자라.
사실은.. 아주 오래전부터 사랑하고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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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다 지고 쓰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