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月

2.






















나는 어려서부터 부모님을 따라

의료단에서 살다시피 했다.



나의 부모님은 직위는 백작이지만

아픈 사람들을 돕기 위해 의사자격증을 취득하셨다.


나는 매일 의료단을 이리저리 살피며

부모님이 하시는 걸 모방하기 시작했고,

해가 몇 번 지난 후에는,



나도 의사까지는 아니어도 어느 정도 사람들을

치료해줄 수 있었다.



너무 행복했다.



그들이 나에게 치료를 받음으로써

웃는 모습을 보는 것이.



내가 치료해준 사람들이 나에게 찾아와

고맙다며 손을 잡아줄 때 다짐했다.



의사가 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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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이 지났다.


내가 이곳 별장으로 오게된 지.



그리고 이제 곧 9년 째가 된다.



9년...


혼자였다.


9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이 별장에서 나는 늘..

혼자였다.



가족도, 친구도 그 누구도 없는 이 곳에서

항상 창문 밖만 바라봤다.


그 어디인들

이곳보다 더 외로운 곳이 있을까.



[왕자 저하.]


문이 열리더니,

호위대장인 박지민이 들어왔다.




[왔습니까.]



난 박지민이 마음에 안 들었다.


싫다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좋은 건 아니다.


굳이 이유를 들자면,

속을 모르겠다.



단호한 표정, 단호한 말투, 단호한 행동까지.


기계도 아니고

사람이 저럴 수가 있나 싶을 정도로.




[곧 검술 연습을 하시러 가셔야 합니다.]



[아....일단은 나가있어요.]




지민이 방을 나가자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거란 생각에

얼른 창문을 열었다.




내 방 창문에서 1층까지는 뛰어내릴 수 있는

높이이다.


낙법만 잘쓴다면 말이지.



뛰어내린 후엔 간단하다.


우리 별장이 등지고 있는 숲 속으로 숨으면 된다.


나는 얼른

다리 한 쪽을 창문에 걸쳤다.


다른 한 쪽 다리를 마저 걸치려고 하자,

또다시 방문이 열렸다.


나는 그대로 굳은 채로 뒤를 돌아봤다.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말단 호위기사였다.




[왕...왕자 저하! 지금 뭐하시는....!!]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창문밖으로 뛰어내렸다.


위에서 호위기사가 뭐라고 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신경쓰지 않았다.


9년 동안이나 갇혀있던 나한테 하루만이라도

자유를 주면 어디가 덧나나...



나는 그들의 시야에서 벗어나기 위해

얼른 숲 속으로 뛰어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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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위 대장의 방문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열렸다.


지민은 미간을 찌푸리며 보고 있던 서류를

내려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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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인데 노크도 없이 들어오는 것이냐.]



[죄송합니다..그...그게....]



[시간 없으니 빨리 말해.]



[왕자 저하께서.....]
[별장을 나가셨습니다...]



[뭐라고...?!]



[죄송합니다....!]



[하아.....이게 무슨..]
[당장 모셔와라, 지금 당장.]



[예, 알겠습니다..!!]



지민은 호위 기사가 나가자,

아까 보고 있었던 서류를 다시 들었다.



그러고는 땅이 꺼질새라 한숨을 쉬었다.



[하아.....올해도 적자군...]
[이대론 올해도 힘들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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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떡하지?


어제 너무 늦게까지 일했나봐, 

안자던 늦잠까지 자버렸잖아...


부모님이 저택에 계시지 않은걸 보니,

나를 깨우지 않고 나가신 모양이다.


그렇게 괜찮다고 해도

몸 상할까봐 걱정해주시는 게 고맙기는 하지만,

나도 이제 얼마 뒤면 성년이라고..!



나는 의료단으로 가는 지름길로 가기로 했다.


지름길은 작은 숲을 하나만 지나기만 하면,

의료단 후문 쪽에 다다를 수 있었다.



[얼른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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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윽....! 아파라....]



숲을 들어온지 얼마 되지 않아,

어디선가 아픔에 신음을 내는 소리가 들렸다.


뭐지? 누가 다친 건가?


나는 무의식적으로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향했다.

의사의 본능..이랄까?


소리의 발원지에 도착하니,

웬 남자가 나무에 기대 피가 나는 다리를

붙잡고 있었다.


남자는 피가 나는 다리를 더러운 천으로

감싸려하고 있었다.


[건드리지 마!]


나도 모르게 말이 먼저 튀어나갔다.


남자는 나를 빤히 쳐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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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더러운 천으로 감싸면 오히려 더 안 좋아.]


남자는 아무 말없이 계속해서 나를 응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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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방에서 얼른 소독약과 붕대를 꺼내,

상처를 소독했다.


뭔가,

상처를 치료하는 내내 그가 신경쓰였다.


그가 나를 계속해서 응시했기 때문도 그렇지만,

그가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 공허하다고 해야하나,

신비롭다고 해야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