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날 데려간 곳은 혁명단의 본거지였다.
그곳에는
다른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는 비밀통로를
여러번 지난 후에야 겨우 도착할 수 있었다.
남자의 말을 듣고 예상은 했지만
상황은 더 안 좋았다.
다친 사람은 한 둘이 아니었고
상처의 경위 또한 평범하지 않았다.
나 혼자서 하려면 정말 많은 시간이 걸릴 것 같다.
근데, 시간은 둘째치고 의료용품은 어쩌지..?
내가 가진건 겨우 응급처치용인데.....
남자는 나에게 잠시만 기다리라고 하더니
어딘가로 달려갔다.
결국, 난 그 자리에 혼자 있게 되었고
아까까지는 들리지 않았던
주변의 소리가 들려왔다.
남자들은 나를 보며 수근거렸다.
귀족이 이런 곳에 와서 그런건가...?
곧
어떤 남자가 나에게로 다가왔다.
[이봐, 넌 누구야?]
남자의 눈은 아까 그 남자처럼 매서웠다.
하긴, 이 중에 날 좋은 눈으로 볼 사람은 없겠지.
[의삽니다.]
내가 의사라고 하자
남자는 어이가 없다는 듯 비웃으며 말했다.
[의사?]
[지금 그 말을 나보고 믿으라는 거냐?]
[믿든 안믿든 그건 그 쪽 자유죠.]
[하지만 진짭니다.]
[전 여기 다치신 분들을 치료하러 왔습니다.]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나를 비웃었다.
그들 딴엔
웬 미친 여자가 헛소리를 하고 있은 것처럼
보일 테니까.
하지만
기죽거나 무서워할 필욘 없다.
난 떳떳하니까.
남자는 내 어깨를 툭툭, 치며 짜증을 냈다.
화가 났지만, 그래도 참았다.
난 사람을 치료하러 온 의사니까.
그러면 안 되니까.
[우린 너같은 귀족은 필요없거든?]
[그러니까 집에 가서 책이나 읽어.]
[뜨개질을 하든, 어?]
[더 있으면 내가 죽여버릴 것 같으니까.]
남자의 말에 약간 흠칫했다.
그리고 다른 남자들은
그런 나를 보고 웃어댔다.
슬슬 내 인내심이 한계에 부딪힐 즈음,
박지민이라는 남자가 나에게 헐레벌떡 달려왔다.
당연, 모두가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이 중에 나에게 이렇게 달려올 사람은 없을 텐데
심지어 지민은 혁명단의 단장이니.
[여길 어떻게...]
[제가 부탁했습니다.]
[돌아가세요.]
지민은 단호하게 돌아가라고 했다.
여주는 당황했다.
도와주러와줘서 고맙다는 얘기를 할 줄 알았는데,
돌아가라니.
그것도 그렇게 무서운 표정으로.
[싫어요.]
지민이 돌아가라고 하니, 더욱 오기가 생겼다.
의사의 본분은 사람을 살리는 거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다친 모습을 보고
그냥 돌아갈순 없다.
[이건 저희 일입니다.]
[외부인이, 특히 귀족이 저희 일에 끼면......]
[아니에요.]
[네?]
[전 귀족이기 전에 의사예요.]
[의사가 다친 사람들을 눈 앞에 두고]
[어떻게 지나칠 수 있겠어요.]
둘 사이에 팽팽한 신경전이 펼쳐졌다.
여주를 위험한 일에 말려들게 하고 싶지 않은
지민과
아픈 사람들을 두고 갈 수 없는
여주.
그때, 윤기가 둘에게 다가왔다.
윤기도 역시나 여주가 달갑지 않았다.
[뭐야, 너 여긴 또 어떻게 온 거야?]
[치료하려고 왔어요.]
지민은 여주의 팔을 잡으며
안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안돼요.]
[저희와 상관도 없는 사람을 이렇게...]
그때, 윤기가 지민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해.]
여주는 깜짝 놀랐다.
다른 누구도 아닌 윤기가 그런 말을 하다니.
아까 여주를 바라보던 매서운 시선은
온데간데 없었다.
[야, 민윤기.]
[그게 무슨....]
[우리가 혁명단이라는 건 알았을 테고.]
[너도 각오는 하고 왔을 거 아니야.]
여주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뭐가 문제야, 하고 싶은 대로 해.]
[하지만 이건......]
[절대 다른 데다 말 안 할게요.]
지민은 난감한 듯 이마를 짚었다.
이제 이걸 어찌해야 하는 지......
[알겠어요.]
[더 이상 말리지는 않을게요.]
[그나저나 의료용품은 어떻게 할 거야?]
윤기가 지민에게 물어보자,
지민은 여주에게 따라오라고 했다.
여주는 지민을 따라갔고
윤기도 그 뒤를 이어 따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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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민이 여주를 데려간 곳은 한 창고였다.
그곳에는 없는 의료용품이 없을 정도로
많은 의료용품들이 구비돼 있었다.
[말도 안 돼..]
그에 여주는 놀라움을 금치 않을 수 없었다.
[나도 여기 올 때마다 깜짝깜짝 놀란다.]
[우리 예산이 다 여기에 쓰인다니.]
윤기는 여주의 반응에 맞장구를 쳤다.
그리고 지민은 여주에게 열쇠를 건네며 말했다.
[이 창고의 열쇠입니다.]
[이걸 왜...]
[앞으론 저보다 이곳을 더 많이 들어오실 테니까요.]
[아, 네.]
[앞으로 잘부탁드립니다.]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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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형은 별장으로 돌아가는 길에도
여주를 생각했다.
대체 어디를 간 건지.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닌지.
여주도 나를 생각하고 있을지.
[하아......]
이런 생각들에 태형은
한숨만 내쉴 따름이었다.
그리고 두 호위기사는
태형의 행동에 의아할 뿐이었다.
태형이 별장의 정문에 다다르자,
하인 한명이 편지를 들고 태형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건 뭐죠?]
[왕실에서 온 편지입니다.]
[아바마마께서 보내신 건가?]
[예, 그렇습니다.]
태형의 표정이 점차 밝아졌다.
이게 얼마 만에 왕실에서 온 편지인가.
태형은 편지를 가지고
거의 뛰다시피 방으로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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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형이 방에 들어오고,
겉옷을 벗는 것도 잊은 채로
책상에 앉아 편지를 뜯었다.
과연
편지에는 어떤 내용이 써있을까?
잘지내냐는 그런 말이 써있겠지?
기대감에 부푼 태형이 편지를 뜯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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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형아, 이제 곧 네가 성년이 되는구나.
곧, 성년식이 열릴 것이다.
이제 어엿한 후계자이니 기대하겠다.
그럼 성년식 날 보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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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형은 편지를 본 후
한동한 말이 없었다.
[잘지내냐는 말한마디 없네.]
성년식이 내 생일인 건 아시는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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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민과 윤기가 밖에 나와 대화를 하고 있다.
[곧 성년식이야.]
[뭐 할 건데.]
[왕을 죽일 거야.]
[어떻게?]
[지켜봐, 어떻게 하는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