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만 제 아내가 되어주세요.

EP.2

며칠이 지났지만 성호의 책상 위에는 여전히 그 유언장 사본이 놓여 있었다.

'1년 안에 혼인하지 않을 경우 후계 권한 김운학 승계.'

짧은 문장이었지만, 그 무게는 결코 짧지 않았다.

"대표님."

비서 김실장이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렸다.

김실장 "박 회장님께서 오늘 저녁 정략결혼 후보 세 분과 식사 자리를 마련하셨습니다."

성호는 노트북 화면에서 눈을 떼지도 않은 채 말했다.

성호 "취소하세요."

"하지만..."

성호 "결혼 상대를 면접 보듯 만날 생각 없습니다."

김실장은 익숙하다는 듯 고개를 숙이고 방을 나갔다.

문이 닫히자 성호는 길게 숨을 내쉬었다.

'아무나 붙잡고 결혼할 수도 없고.'

사랑은 믿지 않았지만, 최소한 이용당할 상대를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

한편, 서울의 한 대학병원.

병실 앞 복도에는 김여주가 초조한 얼굴로 서 있었다.

의사 "수술은 가능하지만 최대한 빨리 진행하는 게 좋습니다."

여주 "...비용은 얼마나 들까요?"

의사는 잠시 말을 아끼다가 조용히 답했다.

"현재 예상 금액은..."

숫자를 들은 순간 여주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계약직 월급으로는 몇 년을 모아도 감당하기 어려운 돈이었다.

여주 "...알겠습니다."

고개를 숙인 채 병실로 들어가자 침대에 누워 있던 아버지가 애써 웃어 보였다.

아버지 "괜찮다니까. 돈 없으면 하지 말자."

여주 "무슨 소리야."

아버지 "아빠 때문에 네 인생까지 망치긴 싫다."

여주는 애써 미소를 지었다.

여주 "안 망쳐."

"..."

"내가 어떻게든 할게."

그 말을 남기고 병실을 나온 순간.

그녀는 복도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어떻게."

아무리 계산기를 두드려도 답이 나오지 않았다.

대출도 한계.

친척들에게 손 벌릴 수도 없었다.

그때 휴대폰이 울렸다.

회사 팀장이었다.

팀장 "여주 씨, 미안한데 이번 프로젝트 계약 연장 어려울 것 같아."

"...네?"

"회사 사정이 안 좋아."

전화는 짧게 끝났다.

여주는 멍하니 휴대폰만 바라봤다.

병원비는 더 필요해졌는데, 일자리는 사라졌다.

"...진짜 끝인가."


---

그날 저녁.

성호는 거래처 대표와의 미팅을 마치고 호텔 로비를 지나고 있었다.

그 순간.

"죄송합니다!"

누군가 급하게 뛰어오다 성호와 정면으로 부딪혔다.

철퍼덕.

서류와 가방 안 물건들이 바닥에 쏟아졌다.

여주 "죄송해요! 제가 앞을 못 보고..."

"정말 죄송합니다."

성호는 말없이 그녀를 바라봤다.

긴장한 얼굴.

급하게 묶은 머리.

손등에는 병원 영수증이 구겨진 채 들려 있었다.

그는 아무 말 없이 바닥에 떨어진 서류 한 장을 집어 들었다.

그 순간 숫자가 눈에 들어왔다.

수술비 견적서.

성호는 조용히 서류를 건넸다.

성호 "...떨어졌습니다."

여주 "감사합니다."

여주는 허둥지둥 서류를 챙긴 뒤 연신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그리고 그대로 뛰어가 버렸다.

몇 초 동안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성호는 문득 발걸음을 멈췄다.

병원 영수증.

수술비.

불안한 표정.

그 모든 장면이 이상할 만큼 머릿속에 남았다.

그때 뒤에서 김실장이 다가왔다.

김실장 "대표님, 차량 준비됐습니다."

성호는 문득 물었다.

성호 "...방금 그 여자."

"예?"

"조금 알아봐 주세요."

김실장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지만 곧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성호는 다시 호텔 밖으로 걸어 나갔다.

그는 아직 알지 못했다.

불과 몇 분 전 스쳐 지나간 그 우연이, 앞으로 자신의 인생을 완전히 뒤바꾸게 될 인연이라는 것을.

朴成淏粉丝常读作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