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은한 꽃 향이 맡아졌다. 향이 내 몸 깊숙이 들어와 온몸을 뒤덮는 것 같았다.
스윽 - 스윽 -

" 은아야, 엄마는 우리 은아 없으면 못 살아. "
" 나도 엄마 없으면 안돼!! "
" 우리 은아는 커서 어떤 어른이 될 거야? "
" 그야 당연히 엄마 같은 어른이지! "
" 엄마가 어떤 어른인데? "
" 날 사랑해 주잖아. 엄마는 나를 무지무지 사랑해 줘!! "
" 후후, 당연하지. 엄마는 은아를 너무나도 사랑하는 걸? "
" 멋진 사람! 우리 엄마는 누구보다 멋진 사람이야!! "
" 우리 은아도 멋지게 커야 한다? "
" 웅!! "
" 자, 일어나. 유치원 가야지? "
어라, 이건 내가 어릴 때 모습인데... 우리 엄마... 참으로 곱다. 참으로 아름다운 사람이다. 지금은 주름이 져 나에게 잔소리만 주구장창 해도, 나에겐 여전히 멋진 어른이다. 참으로 멋진 사람.
" 아빠!! 오늘 유치원에서 팔찌 만들었어요!! "
" 어이구, 그랬어? 예쁘게 잘 만들었네~ "
" 근데 하나밖에 못 만들었어... 엄마 아빠 주려고 했눈데. "
" 아빠 주라~ "
" 어머;; 여보, 저건 내 건데? "
" 저번에 은아가 만든 액자는 당신이 가져갔잖아~! "
" 그거랑 이거랑 같나? "
" 당신은 정말 욕심쟁이야 ㅡㅡ "
" 무시) 은아야~ 엄마한테 줄 거지? "
" 허? 아니지, 아빠 줄 거지? "
" ㅇ...어? 어...그게... "
아, 기억난다. 이때 결국은 엄마가 가져갔었지? 삐진 아빠 풀어 줄려고 뽀뽀도 해주고 춤도 췄지... 후후. 아마 내 춤 실력은 아빠 때문이 아닐까... 아빠는 내가 춤추는 걸 좋아했으니까
우리 아빠도 참 나를 사랑해 줬어. 내 가족. 하나밖에 없는 가족...

" 우리 세아는 꽃을 참 좋아하네. "
" 예뿌자나. "
" 세아는 무슨 꽃이 제일 좋아? "
" 장미! "
" 왜? "
" 엄마 닮았어. "
" 정말? "
" 응! 빨간색, 엄마 잘 어울려! "
" 세아야, 아빠가 엄마한테 청혼할 때 장미꽃을 줬단다? "
" 우와! "
" 빨간 장미가 가진 의미는 욕망, 열정, 기쁨도 있지만 아름다움이라는 의미도 있단다. "
" 엄마는 아름다우니까! "
" 후후~, 우리 세아는 분홍 장미를 닮으렴. "
" 왜? "
" 분홍 장미는 맹세, 단순이라는 의미와 함께 행복한 사랑이라는 의미를 가졌단다. 세아는 꼭 행복하렴. 꼭 행복함 사랑을 해야 된단다? "
" 웅! "
" 그리고 강인하렴. 그 누구에게도 굴하지 않는, 카르나 가문의 빛이 되려무나. "
세아, 김세아의 기억이다. 세아의 어렸을 때, 그러니까 세아의 엄마가 살아 있었을 때의 기억...
정말 말 그대로 장미 같은 사람이다.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동시 날카로움이 함께 있었다. 마치 황후의 자리에 걸맞은 아우라와 기품이 흘러나왔다. 강한 사람이었다. 그 누구도 이 여자에게 뭐라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완벽한 사람이니까.

" 아버지! 오늘 황족 아카데미 시험에서 1등을 하였어요! "
" 그래. "
"선생님들께서 역시 카르나 가문의 여식이라며 많은 칭찬을 해주셨는데...! "
" 알겠으니 이만 나가보거라. 바쁜데 방해하지 말고. "
" ...네.... "
.
.
.
.
" 유모... "
" 우리 아가씨께서 왜 이렇게 우울하실까나요~? "
" 아버지는 내가 싫은 걸까? "
" 네...? "
" 분명 날 미워하실거야. 그러니까 날 신경도 안 쓰는 거겠지... "
" 아닙니다. 아가씨! 대공님께선....! "
" 나 무서워... 아버지가 날 버릴까 봐. "
어린아이는 목놓아 울었다.
" 절대 그럴 리 없습니다. 그런 생각 가지지 마세요... "
.
.
.
.
" 야, 김세아;; "
" 태형 오라버니! "
" ...다가오지마;; "
태형은 이마를 찡그렸다.
" 아... "
" 방에 박혀서 나오지 좀 마. 꼴 보기 싫으니까. "
" ... 그렇게 할게요 오라버니...ㅎㅎ "
" 짜증나 너. "
왜 엄마를 닮은 거야... 자꾸만 생각나게. 재수 없어 김세아. 엄마를 죽인 것도 모자라... 짜증 나, 미워 진짜.
.
.
.
.
" 남준 오라버니 ㅎㅎ "
" ...뭐. "
" 오늘 황족 아카데미에서 대회를 하는데요... "
" 용건만 말해. "
" 가족들이 응원하러 와도 된다고 선생님께서... "
" 실없는 소리 하지 마. 여기 너 하나 때문에 같이 가줄 정도로 한가한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
" 아...네... 죄송해요. "
" 나가 봐. 제발 귀찮게 하지 말고. "
" ...네. "
다들 참으로 못됐다. 세아가 무슨 잘못을 지었는데? 세아가 뭘 그렇게 잘못해서...
저 아이는 아직 어린아이일 뿐인데... 한참 사랑과 관심을 받고 자라야 할 아이인데...
참으로 비참하다.

" 야, 김세아! "
" ...? "
" 넌 친구도 없다며? 그리고 같이 춤출 사람도 없지? ㅋㅋㅋㅋ "
" ...원래 우리는 어려서 무도회에서 춤을 안 추잖아. "
" 너 바보냐? 가족들과는 출 수 있잖아~ ㅋㅋ "
" 네가 무슨 상관인데... "
" ㅋㅋ 너 왕따지? 가족 아무도 널 좋아하지 않는다며? 그러다 버려지는 거 아냐? 크킄 "
대공과 태형과 남준은 멀리서 지켜보기만 했다. 그리고 대공은 생각했다. 과연 세아가 어떻게 나올지. 카르나 가문에서 뭐든지 간에 진다는 건 용납하지 않는데 세아는 이길지 질지 궁금해졌다.
하지만 상대는 남자. 세아가 어떻게 나올까.
" 말 다했냐? "
" 뭐? "
" 감히... 내가 어디 가문인지 알면서 그렇게 고개를 빳빳하게 들어? "
" ㅋㅋㅋ 뭐라는... "
" 가만 안 둬!! "
" 아악!! 안 놔?! "
무도회장은 순식간에 소란스러워졌다. 세아는 달려들었고 폭력을 행사했다. 남자아이의 가족은 놀래서 말려 들었고 세아의 가족은 말리는기는 커녕 계속 지켜볼 뿐이었다.
씨익, 씨익 -
" 너 죽고 싶어?! "
남자아이의 부모는 둘을 떨어트려 놨고, 남자아이는 입가가 터지고 멍이 들었다. 그리곤 엉엉 울었지. 세아가 이겼다. 카르나 가문과는 어울리지 않는 승리였지만, 그래도 이겼다.
" 너 왜 그래! 너 왜 카르나 가문의...! "
" 으아앙, 아파 엄마. "
세아는 독기 가득한 눈빛으로 남자아이를 노려봤고, 그제서야 대공은 가까이 다가갔다.
" 헉, ㄷ...대공님... "
" 그쪽 아이는 괜찮습니까. "
" ㄴ..네, 정말 죄송합니다... "
" 괜찮습니다. 하지만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주의해 주시죠. "
대공은 짧지만 차가운 눈빛으로 주변을 조용하게 만들었다.
" 죽여버릴 거야... "
" 김세... " 대공
" 마력으로 너의 숨통을 끊어 버릴 거야... "
아직 어린 세아의 살기 어린 모습과 잔인한 말에 전부가 당황했다. 대공도 잠시 당황하더니 남준을 불러 데리고 나가라고 시켰다.
대공은 저런 세아의 모습을 처음봤다. 제 자신이 알던 김세아의 모습이 전혀 아니었다.
어쩌면 세아는 이때부터 마음을 독하게 먹은 게 아닐까. 절대 아버지에게 미움받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덜컥 -

" 김세아! "
박지민은 아무런 미동도 없이 가만히 누워있는 세아에 몸이 굳어졌다.
" 아무 일 없다며, 아무것도 아니라며. 그런데 왜...! 이 모양 이 꼴인 건데... "
얇게 간신히 숨을 내뱉으며 얼굴은 창백해 언뜻 보면 시체와 다름이 없었다. 그 모습을 보는 지민은 화가 나고 무서웠다. 정말로 김세아가 죽어버릴까 봐. 천하의 김세아가 이렇게 쉽게 무너져 버린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 깨어나. 제발... 내가 해줄게. 그 집구석에 벗어나게 해줄게. 혼자 살고 싶다며... 그 소원... 들어준다고 내가... "
그러나 깨어나줘. 불안해졌어. 네가 안 깨어날까 봐. 나도 내가 왜 널 걱정하는지 모르겠지만... 인정했어. 내가 널 생각보다 아주 많이 걱정하고 있다고.

" 단장님, 오늘 훈련... "
" 너희끼리 해. "
" 네...? "

" 너네들끼리 하라고. "
" ㄴ...네! "
온 신경이 세아에게로 가있다. 세아가 때어나지 않은지 3일이 되었다. 대마법사님은 계속 세아를 깨어나게 할 방법을 찾고 있으며 황태자 저하께서는 성녀님을 찾아뵙는다고 했다.
하지만 그게 문제가 아니다. 이대로라면... 세아가 죽는다. 몸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죽는다.
난 절대 그렇게 두지 않을 거다. 불쌍한 우리 세아. 내가 지켜주기로 맹세했다. 그러니까 꼭 내가 지켜줄 거다. 게 아는 나의 유일한 벗이니까. 내 사람은 내가 꼭 지킬 것이다. 무슨 짓을 해서도 말이다.

" 안됩니다 저하! "

" 비켜. "
" 개인적인 일로 성녀님을 만날 수 없다는 거, 저하께서 더 잘 아시지 않습니까?! 도대체 왜 이러십니까??!! "
" 살릴 거다. "
" 네...? "
김세아... 꼭 살려야 해.
여인에게는 전혀 관심이 없던 민윤기였다. 분명 여인을 다 똑같게 여겼었다. 여인이라는 존재를 좋게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세아를 만나고 나서부터는 변했다. 처음엔 호기심이였다. 폐하께서 같이 춤을 춰보라고 했을 때 남들이라면 좋아해야 했어야 하거늘... 세아는 거절 의사를 보였다. 오히려 싫어하는 눈빛이었지.
그 점에서 호기심이 생겼다. 소문이 워낙 안 좋다는 건 진작에 알았지만 내가 본 김세아는 대담한 여인이었다. 귀족 다운 모습, 완벽한 예법, 내뿜는 분위기로부터 주변을 압도했지. 하지만 이미지와 달리 재미있는 여인이었고 악의적인 모습은 조금도 볼 수 없었다.
도대체 왜 질 더러운 소문이 생긴 건지 궁금했다. 그리고 전정국이 왜 그 여인을 아껴하고 예민하게 구는지도 궁금했다. 정말 어떤 사람이길래 나 자신도 버거운 전정국을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하게 만드는지...
처음엔 호기심. 하지만 또다시 만날 때는 관심. 관심을 가졌다. 단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는 감정을 느껴봤다.
" 불쌍한 그 애를... 내가 살려줘야 한다.. "
처음이였다. 그런 여인도, 이런 나 자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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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오늘은 분량이 많은듯...?
• 질문 : 이 작품... 빨리 완결 내버리면... 울건가요ㅋㅋㅋㅋㅋㅋㅋ 아직 제가 이 작품을 어떻게, 언제, 분량으로 완결낼지 안정했...거든요...하핳
예... 오늘은 사이다는 아니구요... 탄탄한 스토리를 위한 편? 다음편은 어떤 내용일지... 작가도 몰라요...ㅎㅎ^^
손팅이 적으면 일주일 뒤에 담편 써야지...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