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강의실 앞 부분에 자리를 잡고, 의학 관련 책 들을 꺼내서 읽기 시작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다보니 어느새 사람이 북적거렸고, 몇 분 지나지 않아 교수님이 들어오셨다
“이번에 입학한게 20학번이던가?”
교수님의 질문에 모두 맞다 하였고, 첫 날 부터 빡세게 진도를 나가서 머릿속이 엉망이 된 채로 교수님께서 하시는 말을 모두 받아 적기 시작했다.
험난한 강의를 마치고 쓰러지듯 책상에 퍼질러졌다. 다음 강의로 가기 위해 볼을 몇대 치고는 발을 옮겼다.
복도 한 가운데에서 무언가 때문인지 사람들이 몰렸길래 옆으로 돌아서 가려다가 많은 인파에 밀려서 무언가에 부딪혀 뒤로 넘어지고 말았다.
“왁!!!”

“.....”
“...뭐지 저 싸가지는..?”
누가봐도 지 때문에 꼬꾸라진 사람을 벌레보듯 흘겨보고는 쌩 가버렸다. 너무 어이가 없어서 한 동안 뒤통수를 눈으로 후갈겼다.
“하... 무릎 다 까졌잖아...”
난 쓰라린 무릎을 뒤로하고 가방 밖으로 쏟아진 책 들을 주섬주섬 주워서 다음 강의실로 들어갔다.
쓰라린 무릎으로 절뚝거리며 들어왔는데 아까 그 남자가 앉아있더라. 인기는 또 많은건지 주위에 여자들이 득실댔다.

“...”
“잘생기긴 더럽게 잘생겼네..”
“그럼 뭐해? 인성이 쓰레긴데. 싸가지.. 우씨, 이거나 먹어라!!”
난 혼자 자리를 잡고 싸가지 얼굴을 넉 놓고 바라보다, 분이 안 풀린 나머지 뒤통수에 쌍뻐뀨를 날렸는데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
무표정으로 나 쳐다보는데 개무서워서 도저히 같은 강의 못 듣겠다 생각하고 강의실을 뛰쳐 나갔다. 아직 강의가 시작을 안 했기 때문에 강의실 밖 의자에 앉아서 한 숨 돌리고 있었는데 누가 내 옆에 앉았다.
“..?”
“??????”
누군가 하고 봤더니 그 싸가지가 나를 따라 나와서 내 옆에 앉았다. 진짜 순간 개 놀래서 눈 크게 뜨고 그 싸가지 쳐다만 보고 있었다.
“야, 너 걔 맞지? 나한테 일부로 부딪힌 애.”
“네?? 맞긴한데 일부로라뇨??”
“하.. 내가 너 속셈 모를 것 같냐? 일부로 부딪히고 작위적으로 내 앞에서 쌩쑈 하는 애들을 얼마나 많이 봤는데.”
“그렇다 치지만 전 일부로가 아니였는데요? 그 쪽하고 부딪힌 사람들이 다 일부로 부딪히는 건 아니잖아요.”
“그럼 나한테 왜 엿 날린건데?”
“싸가지 없어서요.”
“.....”
“용건 끝났죠? 그럼 이만”
난 이렇게 당당히 말해놓고 개 쫄려서 뒤에서 바들바들 떨었다. 워낙 인기가 많은 사람이니까 금방이라도 내 소문이 대학교 전체에 쫙 퍼질 걱정이 너무 들었다. 오자마자 완전 미친년으로 낙인 찍히긴 좀 그렇잖아?

“...”
석진은 그렇게 한참동안 멍하니 여주가 간 쪽만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