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늘 소녀.」
말랑공 씀.
몽글몽글하게 떠다니는 새하얀 구름은 자기주장 강한 햇빛조차 막아버린다. 구름은 강하게 내리쬐는 햇빛에 온몸이 녹아져 가면서도 육지에 닿지 않게 하겠다고, 저 많은 바닷물 메마르지 않게 하겠다고 애쓰고 있다. 그런 구름을 속에 품고서 방관하는 하늘은 햇빛을 토해내며 구름을 방해하고 있다. 그 덕에 하늘이 가장 증오하던 인간들이 더위에 지쳐 헥헥대며 끈적한 땀에 젖어가고 있다.
「이것이 그 소녀가 그토록이나 바라던 것인가?」
몽실한 구름을 뚫고서 쏘아대는 햇빛은 내 열을 점점 올리며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어 간다. 내가 어서 쓰러지길 바라는 것일까, 내 몸에 힘이 들어가질 않는다. 머리가 어질해지며 하늘이 내게 멀어졌다 가까워졌다 반복하다가 이내 새하얀 구름에 먹히고 만다. 주위에선 남준아, 남준아, 하며 내 이름을 애타게 외치는 소리만이 들려온다. 눈앞이 흐릿해진다. 더 이상 힘을 낼 수가 없어 잃어가는 정신에 몸을 맡겨버린다.
“괜찮아?”
선명해져 가는 시야 속으로 누군가가 들어온다. 아, 소녀다. 그 소녀다. 하늘 소녀. 소녀는 걱정스런 표정으로 내게 괜찮냐며 물어본다. 나는 그런 소녀의 걱정을 덜어내 주기 위해 괜찮다고 말하려다 냉기가 느껴지는 이마 탓에 잠시 멈칫한다. 소녀가 내게 물수건을 올려주었구나. 나는 괜찮다는 말 대신 고맙다는 말을 소녀에게 건넨다. 소녀는 안심하는 것인지 아니면 더 걱정이 되는 것인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미소를 짓는다. 고맙긴, 뭘. 소녀는 작게 중얼거린다.
드디어 선명해진 정신이 또 다시 미세하게 불투명해져 간다. 소녀는 그것을 알아채곤 더 자라고 내게 다정한 목소리로 말한다. 나는 그 목소리에 몸이 포근해져 눈이 서서히 감기고 만다. 눈을 감으면 몽글게 흩어져 가는 하늘에 나를 담아야 한다는 것도 알고, 소녀도 그 하늘과 함께 구원되지 못 할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