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선을 넘지 않기로 했다

38화. 썸


오늘은 연습실에서 수업이 있어서

일찌감치 집을 나섰다.




일정이 변경되어 두 배우의 수업을 연달아 하고 나니

점심 때가 되었다.




'그 때 태형씨랑 갔었던 돈까스 집에서

점심 먹고 들어갈까?'



문득 그 때 먹었던 맛있는 돈까스 맛집이 떠올랐다.





수업 끝나고 배고플 때는

언제든 본인에게 전화하라고 했지만,

훈지씨에게 괜한 오해를 살 수도 있어

그냥 혼자 찾아 가보기로 했다.




서울 도심이지만,

주택가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성이 있기에

음악을 들으면서 화창한 날씨를 즐기며,

걸어 가고 있었다.





그때,

뒤에서 누군가 어깨를 툭 쳤다.




"아..깜짝이야!!"  



뒤를 돌아보니 기획사 여직원들이었다.





"놀라게 해 드려서 죄송해요.

 몇 번 불렀는데 이어폰 때문에

 못 들으시는 것 같아서요."





"아..네..안녕하세요.?

 다들 어디 가세요?

 아! 점심 드시러 가시는 군요."





"혹시... 선생님 괜찮으시면

 저희랑 점심 같이 드실래요?

 저희 지금 돈까스 먹으러 가는데...

 돈까스 괜찮으세요?"






"아~네!!

 저랑 같은 곳에 가시는 것 같은데요.

 지난 번에 대표님이 알려 준 돈까스 맛집

 가고 있었어요.

 수업 끝나고 나니, 너무 배가 고파서요."




여직원들은 웬일인지 모두 반색하면서 반겨줬다.





"저희도 지금 거기 가는 거에요.

 완전 잘 됐다.

 그렇지 않아도 선생님께 여쭤보고 싶은게 있었는데...

 저희가 너무 궁금한 게 있어서요."





"저한테요?"

 



아무리 생각해도 나와는 접점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도대체 나에게 무엇을 물어보려고 하는 건지

감도 오지 않았다.




'태형씨에 대해 궁금한 건가...

 나보다는 본인들이 더 많이 알고 있을 거 같은데...

 뭐지?'





식당은 이미 자리를 잡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우리는 간신히 마지막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메뉴를 주문하고, 물을 따르고 있는데

왠지 다들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는 것 같았다.





"뭐지...이 분위기는...'





"선생님...

 대표님이랑 어떤 사이신지 여쭤봐도 돼요?"




"네? 태형씨랑은 친구 사이죠. 왜요?"




"그냥 친구 사이요? 사귀는 사이 아니구요?




"네? 아니에요. 그런 사이.."


나는 재빨리 사귀는 사이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이상하다...

 대표님이 선생님 말씀하실 때나

 함께 계신 거 보면 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지던데..."





한 직원의 말이 끝나자마자,

다른 여직원이 바로 거들었다.





"아. 맞다!!

 그리고 얼마 전에,

 갑자기 일본 가실 일 있다고 엄청 무리하셨거든요.

 나중에 다른 직원한테 들었는데,

 대표님이 선생님이랑 여행 가려고 그러셨다던데..

 두 분이 일본 여행 갔다 오신 거 맞죠?"





'여행 이야기도 알고 있다고...?'




나는 흠칫 놀랐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하려고 애썼다.




"대표님 책상 위에

 두 분 일본에서 찍으신 사진 있잖아."


한 직원이 아는 척 하며 말했다.





'아니..사진을 왜 사무실에 놨어...'



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 표정 관리를 하느라 힘들었다.






"아...정말요?

 일본은 우연히 일정이 겹친건데...

 저 혼자 여행 간 거였거든요."




"진짜요? 이상하다...

 대표님이 갑자기 3박 4일 일정을

 비워야 한다고 하시면서,

 기존 약속이랑 일정도 다 변경하셨거든요..."






"뭐야, 여사친이랑 썸 타는 거 아니었어?"


맞은편에 앉은 여직원 두명이 서로 마주 보며,

낮은 목소리로 하는 이야기였다.





"그럼, 혹시... 썸 타시는 중이세요?"





'이래서 나한테 물어볼 게 많다고 했던 거였구나..'





"썸은요.. 무슨..

 그리고, 저 남친 있어요.

 대표님이랑은 그냥 친구 사이에요."




"헐...진짜요?

 대표님도 선생님 남친 있는 거 아세요?

 모르시는 거 같은데..."




"김대표도 알아요.

 저 남친 있는 거..."




이대로 두면 이상한 소문만 더 커질 거 같았다.

더 이상 소문이 퍼지지 않도록

지금 확실히 오해를 풀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밥을 먹는 동안 내내,

직원들은 돌아가며 평소 궁금했던

나와 김대표의 관계를 쉴 새 없이 물어봤다.



정말이지 돈까스가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불편한 자리였다.





점심을 먹자 마자,

재빨리 여직원들과 헤어지고 차에 올라탔다.



차에 오르자 마자,

휴대폰이 울렸다.





"정아야. 오늘 수업 끝났으면 같이 점심 먹을래?"





"훈지씨 수업 시간은 직접 관리 하더니
 
 왜 다른 배우들 수업 시간은 몰라?

 이미 다 끝내고 점심까지 먹었어."





"아. 진짜? 좀 더 빨리 전화할 껄..."





"점심 아직 못 먹었어?"





"어..외근 나갔다가 좀 전에 들어왔거든.."





"그럼, 내가 점심 먹는 동안 같이 있어 줄께.

 나 할 말도 좀 있어.

 사무실 앞으로 같테니까 나와."





"그래 줄래? 알았어. 잠깐만!!

 바로 챙겨서 나갈께!!"





신나 하는 그의 목소리를 들으니,

왠지 모르게 미안한 마음과

안쓰러운 마음이 동시에 들었다.





'하...진짜...

둘을 위해서라도 내가 확실하게 선을 그어야 돼...'



"우리 상대방 감정까지 터치하지는 말자.."

 <39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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