我们决定不越界。
4화. 첫 수업

sophie97
2026.06.17浏览数 7
휴대폰이 울렸다.
모르는 번호이긴 했지만,
인터뷰를 보고 나온 참이라 혹시나 하고 받았다.
"좀 전에 인터뷰 때 뵀었죠?
수업 가능한 일정 정리해서 보내 드릴께요.
보시고 편한 시간 말씀해 주세요."
"아, 네..알겠습니다.
그럼 확인하고 이 번호로 연락드리면 될까요?"
"훈지 매니저가 연락을.. 아, 아니에요.
이 번호로 주시면 될 것 같네요.
앞으로 수업 잘 부탁드립니다. 선생님."
"네, 열심히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대표님."
이렇게 빨리 응답이 올 줄 몰랐는데,
그 대표라는 사람 아까 본 첫 인상 그대로였다.
말수가 많은 편은 아닌데, 묘하게 단단한 느낌.
꽤 남자다운 사람 같았다.
어쨋든 지각을 면하고,
좋은 결과까지 듣고 나니 몸과 마음이 편안해졌다.
다만...
아까 차에서 내릴 때 목 졸리던 꼴만 안 들켰으면
완벽했을 텐데.
아니지...누구나 실수는 할 수 있잖아.
집에 도착하자마자 휴대폰 알람이 연달아 울렸다.
'스케줄 전달드립니다.'
첨부 파일을 열자,
영어 대사가 형광펜처럼 눈에 들어왔다.
수업 자료를 세 번쯤 다시 열어 봤다.
괜히 필통까지 챙겼다가, 웃음이 나와 다시 내려놨다.
'진짜 하게 되는구나.'
첫 수업인 만큼 이번에는 허둥대고 싶지 않았다.
평소보다 일찍 집을 나와 연습실 근처 카페에서
수업 자료를 다시 훑었다.
수업 시작 10분 전,
카페를 나서서 바로 건너편 연습실로 향했다.
매니저님과 첫 인사를 나누고,
연습실 옆 마련된 작은 사무실 공간으로 안내를 받았다.
문 윗쪽의 유리를 통해,
이미 와서 조용히 앉아 있는 그의 모습이 보였다.
검은 모자를 눌러 썼는데도
한 눈에 알아 볼 수 있는 사람이었다.
상상 속 모습과 같으면서도 조금 달랐다.
훨씬 침착하고, 차분했다.
들어가면서 인사를 하고, 문을 닫으려는 순간.
"엇, 조심하세요."
"네?"
"선생님, 오늘은 잘 내리셨어요?"
그의 얼굴에 장난꾸러기 같은 미소가 옅게 보였다.
"아..네.."
순간 나의 얼굴이 빨개지는 것이 느껴졌다.
"아..아.. 죄송해요.
그냥 농담이었는데.. 제가 실수했네요"
빨개진 나의 얼굴을 보고, 그가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아니에요. 괜찮아요. 역시 그 때 보셨나보네요."
"아..죄송해요. 괜히 민망하게 했네요."
"아니요, 죄송은요.
아이스 브레이킹 되고 좋네요. 하하"
괜히 미안해하는 얼굴에 좀 더 가까운 느낌이 들었다.
'생각보다 어렵지 않은 사람이네.'
의자에 앉자,
그가 물 한 잔을 내 앞으로 살짝 밀어 주었다.
"..감사합니다."
"오늘 날씨가 좀 더운 것 같아서요."
수업하는 내내, 그는 이상하리만큼 집중을 잘 했다.
대충 넘기는 법이 없었고, 모르는 건 꼭 다시 물었다.
지금까지 가르쳤던 학생들 중에
가장 모범적인 학생이었다.
너무 성실해서 내가 입시생을 가르치고 있나
착각이 들 정도였다.
영상 속에서는 장난기 많아 보이던 사람인데,
수업에선 꽤 진지했다.
'내가 팬이라는 말을 괜히 안 했나...'
대본을 먼저 읽어 보게 했다.
"남성분들이 보통 발음 잡기가 조금 더 어려운데,
훈지 씨는 발음이 꽤 좋은 편이에요."
"아, 정말요? 감사합니다. 선생님"
칭찬에 기분이 좋아졌는지 쑥스럽게 웃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미소지었다.
고쳐야 할 발음과 조심해야 할 발음들을
표시해 주면서 교정해 주었다.
"혹시, 실례가 안 된다면
선생님 발음을 녹음해 가도 될까요?"
"제 발음보다는 네이티브 발음을 따라하시는 게
도움이 될 텐데요."
"그래도 선생님 발음이 이상하게 귀에 잘 들어와요.
따라 하기도 편하고요."
"사실, 저도 처음에 발음 때문에 흑역사가 있었어요."
"진짜요?"
"대학교 3학년 여름 방학 때 유럽으로
배낭 여행을 갔었어요.
첫 해외여행이었는데, 영문과 학생이니까
괜히 발음에 자존심이 생기는 거에요.
첫 날 머핀을 사다가 발음을 너무 굴려서
직원이 못 알아 들었어요.
너무 창피해서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더라구요."
"선생님도 그런 실수를 해요?"
의외라는 듯 웃는 얼굴에 나도 따라 웃음이 났다.
처음의 긴장감이 조금씩 풀리고 있었다.
"그런데, 대학생 때 유럽으로 배낭 여행을 가신 거에요?
혼자서요?"
"네, 배낭여행을 가려고 1년 동안 휴학하고, 알바해서
돈을 모았어요."
"와..엄청 용감하셨네요."
"지금 생각해 보면 그렇긴 한데,
그 때는 그런 생각 못 하고,
그냥 가보고 싶단 생각에 무작정 저질렀던 것 같아요."
"캐나다에서도 사셨다고 들었는데
거기는 어떻게 가시게 된 거에요?"
"그 이야기는 다음 번에 해 드리죠."
"아...아쉽네요. 다음 수업 기대하고 있을께요."
"네 ㅎㅎ"
"그럼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 해야 할 것 같아요.
제가 오늘 다음 스케줄이 있어서요.
수업 일정에 변경 사항 생기게 되면 매니저님 통해서
연락 드리겠습니다.
오늘 수고하셨습니다. 선생님."
조금 전까지는 편하게 웃더니,
다시 반듯한 학생으로 돌아가 있었다.
'뭐야? 아까까진 편하게 웃더니...'
예의 바른 그의 행동이 싫은 건 아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좀 전까지 편하게 웃던 분위기가
갑자기 끝나 버린 기분이었다.
다시 선생님과 학생으로 돌아온 것처럼.
'내가 뭘 기대한 거지?'
"어느 걸 좋아하실지 몰라서 둘 다 샀어요."
<5화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