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선을 넘지 않기로 했다
46화. 준비

sophie97
2026.07.09浏览数 31
계약한 기간보다 더 빨리 끝내야 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전보다
오피스텔에서 작업하는 시간이 훨씬 늘었다.
오전 시간을 모두 오피스텔에서 보내고,
점심은 햄버거를 배달시켜 간단히 때웠다.
점심 식사 후,
단지 안에 있는 부동산으로 향했다.
"사장님, 안녕하세요?
저희 집 좀 내 놓으려고 하는데요."
"어? 어서 오세요.
기억나네요. 손님.
이전에 부모님이랑 오셔서 계약하셨었던 거 같은데?"
"사장님, 기억력이 장난 아니시네요.ㅎ"
"지금 사시는 집 저희 통해서 매입하셨었잖아요.
이사 오실 때 인테리어도 새로 하셨구.
근데 벌써 파시려구요?"
"네...하는 일이 지역을 좀 옮기게 되었어요.
오피스텔은 계약 기간이 얼마 안 남았으니까
다 채울 예정이구요.
집은 매도하고 싶어요.
좋은 사람 나타나면 말씀해 주세요."
"주변 시세 정도로 생각하고 계세요?
아니면 급매로 파실 생각이세요?"
"급한 건 아니라서요.
시세 맞춰서 팔고 싶어요.
저는 주로 오피스텔에서 일하고 있으니까
집 보실 분이랑 시간 약속 잡으시고,
미리 연락 주세요."
"그래요. 알겠어요.
이사 시기는요?"
"글쎄요...
아직 정확하게는 모르겠는데...
보통 집 사고 팔 때 서너달 여유 두고 하죠?
그 정도로 예상하시고 진행하시면
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아니. 손님도 집 구해야 할텐데
아직 정확한 시기는 모르시는 거에요?"
"네...한국이 아니라 다른 나라로 갈 예정이라서요."
부동산을 나오는 길에,
수연이로부터 전화가 왔다.
"정아야. 요새 무슨 일 있어?
왜 이렇게 연락이 뜸해?"
"어..수연아...
별일은 없어.
요새 번역일 때문에 정신이 좀 없었어.
너는 잘 지내?"
"나 지금 너희 집 근처야.
볼일 있어서 나왔다가 네 생각이 나서
동네로 왔지. 잠깐 볼 수 있지?"
"어.. 그럼, 오피스텔로 올래?
아님 단지 안에 네가 좋아하는 그 카페에서 볼까?"
"카페에서 보자.
너 하루 종일 오피스텔에서 일할 텐데
너도 콧바람 좀 쐬고..."
"그래, 좋지.
나 지금 밖이라 바로 카페로 갈께.
주차하고 올라와~"
나는 먼저 도착한 카페에서
수연이가 좋아하는 마들렌과 바닐라 라떼를
미리 주문하고, 자리에 앉았다.
"수연아~여기!!"
오래 간만에 수연이의 얼굴을 보자
너무 반가운 마음에 울컥했다.
자리에서 일어나서 그녀를 꼭 안았다.
"정아, 너 무슨 일 있니?"
"아니야..그냥 너 보니까 너무 좋아서..."
자리에 앉자,
수연이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정말 아무 일 없는 거야?
얼굴이 핼쓱한데...요새 잠 못 자?"
"아니야. 잘 자...아무 일 없어.
바닐라 라떼 좋아하지? 마들렌도?"
"하여간 내가 좋아하는 거
기억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어.
우리 집 인간들은 지들 좋아하는 것만 챙기고...
내가 요새 사는 낙이 없다. 사는 낙이..."
"오늘은 또 누구 디스하려고
부릉부릉 시동거는 거야?"
"그렇게 콕 집어 얘기하면
내가 또 뻘쭘해 지잖냐?ㅎ"
"아니야~나한테라도 스트레스 풀어.
내가 듣고 나서 무덤까지 갖고 갈께.ㅎ"
"무덤까지 안 가져가도 내가 다 풀라고 하고 있어.
참참, 너 소개팅 하나 해라.
남편이 괜찮은 사람 하나 물어왔다."
"아니~~ 남편이 무슨 사냥개야..
물어오긴 뭘 물어와...
그렇게 얘기하지 말라니까 참..."
"알았어.
남편이 괜찮은 사람 같다고 너 소개시켜 주고 싶대.
됐지?"
"그런데 수연아...나 지금 소개팅 못 해."
"왜? 너 지금 남친 생겼지?
그 때 나한테 없다더니 호박씨 깐 거지?
그럴 줄 알았다니까..."
"아니...그런 게 아니고...
나 올 해 초에 많이 힘들어 했잖아..
사는 게 재미없다고 너한테 푸념도 많이 하고..."
나는 잠시 목을 축이기 위해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수연이는 아무 말 없이
내가 다시 입을 열기를 기다렸다.
"생각해 보니까,
캐나다에서 살 때가 가장 아무 고민 없이
하루하루를 즐기면서 살았던 거 같더라.
그 때는 내일이 두렵지 않았던 거 같애.
오히려 내일 뭐 할까 기대했던 거 같기도 하구...
그래서...
나 집 처분하고 나가서 좀 살아 보려고...
1년이 될지 2년이 될지는 모르지만.
그냥 내 마음이 가는 대로 해 보려고..."
수연이는 적잖이 충격을 받은 모양이다.
"너 지금 심각하게 하는 얘기야?
우리 나이에 나가서 1~2년을 살면
너 결혼은 언제 하고, 애는 안 낳을거야?"
"네가 그런 얘기하니까 너무 아이러니한 거 알지?
맨날 나한테 결혼하지 말아라,
애 낳지 말아라 라고 한 거 너 아니야?"
"나도 이제 아줌마 다 됐구나...이런 샤갈...
너한테 결혼 안 하냐,
애 안 낳냐 이딴 소리나 하고 있고."
수연이는 단숨에 라떼 반 잔을 들이켰다.
"그런데 최근에 들은 얘기 중에 가장 충격적이라서
나도 모르게 꼰대 모드로 말이 나왔나봐.
정아야...
내가 너 이런 면 좋아하는 거 알지?
멋있어!!"
수연이의 반응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나의 결정을 응원해 주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다는 사실에 안도감이 들었다.
"그럼 너 박훈지 기획사 수업도 벌써 그만 둔거야?"
"아니..아직 하고 있는데
대표님에게 조만간 이야기하려고..."
"아니. 있잖아...
너, 그 찌라시 봤어?
박훈지 연애한다는 루머인데...
내가 순간, 혹시 하긴 했는데...아니지?
너는 지금 보니까
아직도 네 인생이랑 열심히 씨름하고 있구만."
"박훈지 연애 상대가 나 아니냐고 묻는거야?
아니야...무슨..."
나는 그녀의 눈을 피해서,
마들렌을 집어 들고 한 입 물었다.
"그 때 캠핑 같이 간 사람은 누구야?
너 캠핑 이런 거에 관심 없잖아?"
"조카들이랑 같이 간 거야."
'미안해..수연아..
지금은 말 못 하는 내 사정을....
나중에라도 이해해 줘..'
"너 이렇게 무책임한 사람이었어?" <47화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