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선을 넘지 않기로 했다

53화. 아이러니

이전에 TV에서 본 적이 있던 곳이다.

한 가수가 별을 보기 위해

한 밤중에 이 곳을 방문했었다.

너무 멋져 보여서 언젠가는 꼭 와 보고 싶었다.





문득 이 곳이 떠올랐다.

그에게 마침표를 이야기하기 위한 장소로...





청량한 가을 바람이 불고,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면

쏟아질 듯한 많은 별들이

우리를 비추고 있었다.




"와...이런 곳이 있었다니..."





그가 감탄하면서 천천히 걸었다.





나는 그의 뒤를 따라 걸으면서,

머리 끝에서부터 발끝까지

눈에 담았다.




그의 어깨, 허리,

그리고, 걸음걸이...




앞서 가던 그가 문득 멈추고,

뒤를 돌아봤다.




그리고, 손을 내밀어

내 손을 잡았다.





"여기 어떻게 알았어요?"





"TV에서 본 적이 있었는데,

 혼자서 밤에 여기까지 오게 되지는 않더라구요.

 훈지씨라면 여기 좋아할 줄 알았어요."





'이렇게 멋진 곳을

 나쁜 기억으로 남기게 해줘서 미안해요...'






한참을 산책하면서 우린 많은 이야기를 하고,

그리고 들었다.





어릴 적 이야기.

별자리 이야기.

지난 번 캠핑 이야기..





"훈지씨. 다리 아픈데 좀 앉을까요?"





"여기로 앉아요."





앉은 자리에서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한참을 그대로 있었다.




잡고 있는 손에서 땀이 났고,

나는 슬그머니 그의 손을 놓았다.




"나...할 말이 있는데...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많이 망설였어요.

 그런데...

 결국 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어서

 훈지씨를 이곳에 데려왔어요."





"나는 그 하고 싶다는 얘기,

 별로 듣고 싶지 않아요.

 하지 말아요..."





"듣고 싶지 않은 이야기 미안해요.

  ....

  나는 지금까지... 사랑에 큰 의미를 두면서

  살지 않았는데

  당신 덕분에 많이 행복했어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내가 당신 행복을 깰 수도 있다는

 생각에 항상 불안했어요."





"그렇지 않다라고 여러 번 얘기했잖아요.

 왜 본인 기준으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혼자 결론 지어요?

 관계는 나와 당신 둘인데,

 왜 혼자 결론 내려요?"






"지금 훈지씨는 당장의 감정만 보고 있으니까

 안 보이는 것 뿐이에요.

 시간이 지나면

 사랑보다 더 중요한 것들이 생길 거에요.

 그 때도 우리가 지금 같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그건 그 때 가서 생각하면 되잖아요.

 왜 미리 겁먹고, 나를 자꾸 밀어내요?"





그의 언성이 조금 높아졌다.





"훈지씨가 자신의 일을 많이 좋아하고,

 잘 해내고 싶어하는 사람이라는 거 알아요.

 나는 그런 훈지씨가 사랑스럽고, 멋져 보여요.

 그래서 응원하고 싶은데...

 그래서, 목표한 만큼 이루는 모습을 보고 싶은데...


 그런데...

 우리가 함께 있는 미래는

 아무리 그려봐도 잘 보이지 않아요."






"그런 결론을 내리기까지

 내 의견은 왜 안 물어봐요?

 나도 당신과 같은 생각인지

 왜 확인 안해요?"






"말했잖아요.

 훈지씨한테는 지금...

 내게 보이는 것들이

 보이지 않는다고.."





"그럼 내가 어떻게 해 주면 되는데요?

 쿨하게 헤어지고, 잊어주면 되는 거에요?

 그게 당신이 정말 바라는 거에요?"





그가 갑자기 벌떡 일어났다.





"내가 오늘 여길

 어떤 심정으로 함께 온 줄 알아요?

 당신이 어떤 말을 할지 상상이 되는데

 내가 어떤 마음으로 온 줄 아냐구요?

 돌아버릴 거 같은데,

 심장이 터질 것 같은데

 왜 내가 따라 온 줄 아냐구요?"



"내가 당신을 잡을 수도 있지 않을까..

 내가 당신 마음을 돌려 놓을 수도 있지 않을까..

 그래서 온 거라구요..."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나는 그에게 어떻게 우리의 이별을

잘 설명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사이에

그는 어떻게 나를 잡을 수 있을까 생각했다니...





이렇게 서로 아픈 이별을 해야 한다는 걸 알았더라면,

시작조차 하지 않았을 텐데...





'훈지씨...

 지금 이렇게 많이 아프지만,

 나는 당신 땜에 그동안 즐거웠어요.

 이렇게 행복해도 될까 싶을 정도로..'





이렇게 말해 주고 싶었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아직 그에게 해야 할 말이 남아 있는데

저렇게 무너져 버린 그에게

무슨 말을 더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어떻게 나한테 이래..." <54화 중에서>

樸誌訓粉丝常读作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