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선을 넘지 않기로 했다(시즌2)
46화. 위로

sophie97
2026.09.14浏览数 102
카페가 문을 닫을 시간이 가까워졌을 때,
우진 씨가 들어왔다.
"문 닫을 시간에 딱 맞춰서
오셨네요?"
우진 씨는 대답 대신
카페 안을 한 바퀴 둘러보며 물었다.
"지성 씨는 퇴근하셨나 봐요?"
"네. 저는 우진 씨 기다리면서
일하고 있었어요.
저녁으로 드시고 싶은 메뉴 있으세요?"
"그런데...
제가 이런 대접을 받아도 되는지
잘 모르겠어요..."
"큰일 치르고 오셨으니
우진 씨, 힘 내시라고
우리 고기 먹을까요?"
"감사해요. 정아 씨."
"저는 부모님이 돌아가신 건 아니었지만,
누군가 곁에 있던 사람을
더 이상 볼 수 없다라는 게
얼마나 큰 상실감인지 알아요."
우진 씨는 내 말에 아무 말이 없었다.
나는 그의 쓸쓸함이 느껴졌다.
우리는 근처 고깃집으로 향했다.
그리고 반주로 맥주 한 잔씩 곁들였다.
"정아 씨는 누가 돌아가셨는데요?"
"스페인에 있을 때
사귀었던 사람이요.
헤어지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갑작스럽게 그렇게 되었어요."
나는 줄리앙의 얼굴이 떠올라
잠시 목이 메었다.
"아... 그런 일이 있으셨군요.
저는 어머니가 어렸을 때부터
저를 유학을 보내셔서
함께 있었던 기억이 많지 않아요.
커서는 따로 살았구요.
그런데도 다시 뵐 수 없다는 게
아직은 잘 안 믿겨요."
"네... 어딘가에 있으면서
자주 보지 못 하는 것과
아예 존재 자체가 없어져서
못 본다는 건 차이가 크죠."
"스페인에서 그런 일을 겪으셨으니
아는 사람도 많지 않고
더 힘드셨겠어요."
그 말을 듣고
그 당시 내 곁에서 많은 위로를 해 줬던
훈지 씨가 떠올랐다.
파리에도 같이 가 주고,
스페인에 돌아와서도
훈지 씨가 없었다면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정아 씨는 왜 스페인에 가시게 된 거에요?"
"저는... 뭐랄까...
인생의 권태기가 와서라고 해야 할까요?
여러 가지 이유가 좀 복합적이었어요.
그래서 새로운 곳에 가서
다시 시작해 보고 싶은 마음으로
간 거였어요."
"다시 가고 싶지는 않으세요?"
"다시 가고 싶다기 보다는...
거기서 지냈던 시간들이 그리워요."
"저는 그렇다 치고,
정아 씨는 왜 이렇게 힘이 없어 보여요?
무슨 일 있으셨어요?"
"저는... 남친이랑 헤어져서
그렇게 보이나봐요.
아무래도 고민도 많이 하고,
속상해하기도 해서 그렇겠죠."
"헤어지셨어요? 왜요?"
"아니...
뭐 이유가 있으셨겠죠."
"네..."
"우리 서로 치어업 좀 해야겠네요.
혹시...야구 좋아하세요?
야구장 가보셨어요?"
"야구장이요?"
"네! 가서 응원하다 보면
엄청 도파민이 나오거든요.
물론 지면 스트레스를 받기도 합니다."
"야구장 한 번도 가 본 적 없는데..."
"그럼 저랑 한 번 가보실래요?
친구 녀석이랑 가려고 예매해 놓은 게 있는데
그 녀석이 출장 잡혀서 못 간다고 해서
누구랑 갈까 고민하고 있었거든요."
"와~ 그럼 응원가 이런 것도 부르는 거에요?"
"뭐 본인이 응원하는 선수가 있으면 그렇죠."
"생각만 해도 신나요!!
저는 사실 스포츠에 관심이 없는데
야구장에서 응원하는 걸 보고서
한 번쯤 해보고 싶었어요.
저렇게 응원하다 보면 스트레스가
다 날아갈 거 같더라구요."
"딱히 응원하는 팀이 없으면 그럴 수도요.
그런데 자기가 응원하는 팀이 지면
정말 화가 나거든요.ㅎ"
"아... 그게 또 그렇게 되는군요."
우진 씨의 야구 이야기에
벌써부터 야구장에 와 있는 듯
들뜬 기분이 들었다.
맥주를 한 병씩 마신 탓에
우진 씨는 대리를 불러 집으로 돌어갔다.
나는 선선한 가을 바람을 맞으며
천천히 집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집에 들어가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누군가 벨을 눌렀다.
월패드를 확인해 보니
김 대표였다.
"무슨 일이야?"
"문 좀 열어줘.
나 할 얘기가 있어."
그의 목소리는 술에 취한 것 같았다.
"나는 할 얘기 없어.
그냥 돌아가."
"아니야..."
그의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았다.
"문 좀 열어봐. 정아야.
나한테 설명할 기회를 줘."
"무슨 설명? 그 때 다 얘기했잖아.
그냥 가."
그는 내가 문을 열어 줄 때까지
버틸 것 같았다.
나는 고민하다가
훈지 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무슨 일이에요?"
"훈지 씨.
지금 태형 씨가 집 앞에 와 있는데...
술이 좀 취한 것 같아요.
가라고 해도 버티고 있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알았어요. 내가 지금 갈게요."
"네... 고마워요."
훈지 씨는 여자 친구와 함께 있었는지
통화하는 동안 내 이름을 부르지 않았다.
'괜히 훈지 씨한테 전화했나...
오해하면 어쩌지...'
얼마 지나지 않아
훈지 씨가 도착한 것 같았다.
문을 열어보니
김 대표는 현관문 옆에 앉아서 잠들어 있었다.
나는 훈지 씨와 함께
그를 부축해 지하 주차장까지 내려갔다.
"데려다주고 올게요."
"여기로 다시 오려구요?
늦었는데 태형 씨 데려다 주고
훈지 씨도 집으로 들어가야죠."
"잠깐 들를게요.
이따 봐요."
"알겠어요.
운전 조심해요."
1시간 쯤 후에
훈지 씨가 초인종을 눌렀다.
그가 들어오면서 물었다.
"혹시... 비밀번호 예전 그대로에요?"
"..."
나는 무언의 대답으로 대신했다.
"대표님은 비밀번호 몰라요?"
"몰라요."
"그럼 다행이네요."
"훈지 씨... 혹시 여자 친구랑 함께 있는데
내가 부른 거 아니에요?"
"왜요?"
"아니... 그런 거 같아서요."
"신경쓰지 않아도 돼요."
"오늘 와줘서 고마워요."
훈지 씨가 잠시 나를 바라보다
물었다.
"정아 씨, 술 마셨어요?"
"조금요..."
"누구랑요?"
"우진 씨랑... 저녁 먹으면서 조금이요."
"그 사람이랑 왜 저녁을 같이 먹어요?"
"아... 우진 씨 어머니께서 돌아가셨대요.
그래서... 위로해 주고 싶었어요."
"그렇게까지 친한 사이에요?"
"그런 건 아니지만...
좀 짠한 마음이 들어서요."
훈지 씨가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한테나 그렇게 호의 베풀고 그러지 마요.
어떤 사람인지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처음부터 그렇게 마음을 열면 어떡해요?"
나는 그의 잔소리에
슬며시 웃음이 새어 나왔다.
"지금 웃음이 나와요?"
"미안... 아니,
훈지 씨가 오빠처럼 느껴져서요."
"내가 항상 마음이 안 놓여요.
그거 알아요?"
나는 나도 모르게 생각했다.
'그럼... 곁에 있어주면 되잖아요...'
"알겠어요. 조심할께요."
"박훈지 씨 아시죠?" <47화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