欢迎,这是你第一次粗鲁无礼

圣诞快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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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5일 결혼 기념일/🎄











내 이름은 이여주. 올해 스물 아홉으로, 조금만 더 있으면 나이 앞자리가 바뀌는… 마법을 겪게 된다. 다른 스물 아홉들과 다를 것 없이 마지막 20대임을 슬퍼하는 한낱 어른에 불과하지만 특이점이 있다면 재력, 외모, 성격 하나 빠지지 않는 남편이랑 결혼을 했다는 점. 무슨 판타지같은 소리냐 싶겠지만 정말 현실에 존재한다. 이런 사람이.

어, 마침 저기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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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저 사람. 여권 들고 막 입국하는 사람. 그래, 저 사람이 내 남편. 나이는 나보다 한 살 어리다. 주변에서는 웬 복이냐며, 내가 남자복은 타고 난 사람이라는 말을 귀 떨어질 지경까지 들어왔다. 오죽하면 남편이 아깝다는 말을 밥 먹듯이 들어왔겠어. 그치만 내 생각은 좀 다르다. 어차피 둘다 대기업 외동 자식들이니 재력은 비슷하지, 성격은 내가 더 좋지, 외모하면 나도 어디 가서 빠지는 타입은 아니거든? 제 3자들이 우리에 대해 입 놀릴 때마다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게 내 특기다.

지금 그 이가 입국하는 이유, 내가 공항에 나와 있는 이유는 뭐 별 거 없다. 쟤가 출장 갔다와서. 한국 땅 밟는 게 아마 한 달만일 거다. 바글바글한 기자 무리에 들키기 싫어서 선글라스에 마스크, 모자로 중무장하고 구석에서 남편 지켜보는 중. 들켰다간, 기자들 틈에 끼어서 되도 않는 질문에 맞받아치느라 몇 시간을 훌쩍 낭비할 게 뻔하다. 이와중에, 남편은 수많은 기자들을 제치고 내가 있는 쪽으로 점점 가까워 지더니, 이내 그도 날 발견했는지 웃었다. 그 특유의 말간 눈웃음.

나도 역시 같이 웃었다. 이내 발걸음을 재촉하더니 제 여권과 가방을 직속비서에게 넘기며 내게 다가온 그가 말했다.


“안 올 거라더니 왔네.”

명색이 아내인데 남편 마중은 와야지. 은근히 귀찮은 티 팍팍 내니까, 마냥 이런 모습도 좋은지 또 활짝 웃는 그. 틱틱대면서 잘해주는 츤데레 같아, 누나. 또 끼부리는 연하 남편에, 얘 말대로 다시금 ‘틱틱’댔다. 됐고, 나 배고파. 말하기 무섭게, 저 뒤편에서 내 정체를 눈치챈 기자들이 우글우글 몰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얘도 눈치챘는지, 내 허리를 감싸곤 서둘러 공항을 벗어나자며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












그러니까 우리의 첫만남은… 1년 전 겨울이었다. 다짜고짜 갑자기 나오라는 부모님의 말을 듣고서 오라는 레스토랑으로 갔더니 서로는 물론, 양가 부모님과 마주쳤다. 마주쳤을 때 대충 예상했다. 아하 얘가 내 남편? 그날 전부터 꾸준히 내 결혼에 관해 이야기가 나오곤 했는데, 그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정략결혼에 관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을 때, 그러려니했다. 나도 그런 내가 낯설었다. 아니 보통… 결혼 상대가 타인에 의해 정해진다는 건 이상하다 생각해야하는데, 글쎄. 별 감흥 없었다. 그리고 더 어이 없는 건 지금 내 남편도 별 흥미 없는 반응이었다는 거.

몇 주 뒤에 바로 혼인신고 시키자는 부모님들의 제안에, 우리 둘은 순순히 고개만 끄덕였다. 부모님들 반응도 볼 만 했다. 얘네는 뭔데 이렇게 반항 하나 없지? 싶으셨을 거다.남편은 모른다 쳐도, 나는 내 좌우명이 흘러가는 대로 사는 거라. 결혼은 결혼이요, 나는 나지. 딱 이 생각이었다. 남자친구라도 있었으면 반항해볼 이유라도 있지, 그런 건 애초에 없던 나인 걸.

그리고 우리는 얼마 안 가 12월 25일. 결혼식을 올리고 혼인신고까지 마쳤다. 아, 그리고 신혼여행도 갔다. 3박 4일동안 숨 막히던 어색함을 생각하면… 정말이지, 그닥 떠올리고 싶지 않다. 결혼식은 공개적으로 치뤄진 탓에 스케일이 입 떡 벌어질 정도로 어마어마했다. 양가 부모님이 서로 힘 좀 썼다는 걸 과시하는 용도와도 같았다. 그게 곧, 양측 기업의 성공을 보여주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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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 저만 떠는 것 같아요, 누나.”

“뭐래 나도 지금 미치게 떨려.”


그날, 턱시도를 차려입고 신부대기실로 찾아온 너는 계속해서 떨고 있음을 내게 어필했다. 안 그래도 떨려죽겠는데 옆에서 자꾸 정신 사납게 해서 더 떨리는 거 있지. 놀랍게도 불과 이때는 우리의 세 번째 만남이었다. 첫 번째는 앞에서 말한 상견례 비슷한 거 했을 때, 두 번째는 서로 친해지라고 어른들이 마련해주신 단둘이 있는 식사 자리. 그리고 세 번째 만남 때 결혼을 했다.


“이따 우리 키스해요?”

“…ㅁ, 뭘 해?”

“키스”


그때 당시에는 진짜 무척 당황스러운 질문이었다. 연애는 물론이거니와, 스킨십… 그런 분야(?)에 있어서는 내가 진짜 숙맥이었거든. 그치만 지금은, 남편 덕에 …(이하생략).근데 뭐? 세 번 본 사이에 키스를? 왜? 곰곰이 생각해보니까 다들 결혼식에서 하는 걸 본 것 같기도 했다. 에이 그래도 설마 그걸 시키겠어. 설마설마 하며 식은 시작됐고… 역시는 역시. 주례 보시던 분이 관객들에게 그러한 분위기를 유도하셨지 뭐야. 나는 어쩔 줄 몰라 두리번거리며 주변 눈치만 보는데 아니나 다를까.

내 양볼을 감싸고선 제 입술을 먼저 포개오는 남편이었음을. 낯선 감촉에 애꿎은 부케만 꼭 부여잡았던 기억이 있다. 얘는 눈을 감고 있는데, 나는 그러지도 못하고 동그랗게 눈을 뜬 채로. 근데 미쳤다 싶은 건… 남편은 한두번이 아닌지 능숙한 거 있지. 아 이걸 뭐라 해. 무튼 있잖아. 알지? (?) 

그리고 그 이후에… 좋게좋게 결혼식이 마무리 됐지. 그 일 때문에 그런가, 신혼여행 때 얼마나 어색했는지 몰라. 지가 먼저 해놓고 내 눈 마주칠 때마다 볼 빨개져서 내가 무슨 말을 못 하겠더라.










🎄













“벌써 1주년이네.”

“그러니까. 시간 되게 빨라.”


공항에서 집으로 돌아온 우리는 나란히 소파에 앉았다. 그 새에 온 업무 관련 메일이 있을까 싶어 핸드폰을 확인하려 하는데, 남편이 빼앗아 가는 탓에 손이 허전해지는 건 순식간이었다. 내가 보고 싶지도 않았어?

은근 섭섭한 티를 내면서, 대화 좀 하자는데 남편이랑 딱히 할 이야기가 없는 걸 어떡해. 그래도 내심 나 신경 써주는 건 고마운데, 고맙다고 표현을 잘 못하는 나라서. 아무 말 없이 빤히 바라보는데 또 새삼 잘생겼다 싶은 남편. 그런 내 눈빛을 읽기라도 하는지 자기도 자기가 잘생긴 거 안다며 재수 없게 군다. 그리고 머지 않아 1년 전 결혼식 이야기를 꺼내는데…


“우리 사이에 결혼식 금지어잖아..”

“그때 우리 키ㅅ…웁.”

“쉿.”




뭐가 그렇게 좋은지 마냥 실실 웃는 그에, 이제 하도 어이가 없을 지경. 너 내가 그 얘기 하지 말랬지. 내가 말하는 건 듣는 척도 안 한 그는 제 고집대로 말을 잇기 시작했다.
나는 얘가 무슨 이야기로 이렇게 웃는지 알거든. 1년째 놀림감…




“누나 전남친 없는 거 맞다니까.”

“하. 있다니까-?”

“없어 없어. 증거가 있잖아.”



아 진짜 너무해 ㅋㅋㅋㅋㅋㅋ 하도하도 어이가 없어서 끝내 웃음 터뜨리면서 주먹으로 팔 때리니까 아프다는 시늉하는 남편놈. 그리고 그 뒤에 짓궃게 하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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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줄 모르던데 뭘.”

“아 야! ㅋㅋㅋㅋㅋㅋㅋㅋ”


그 뒤론 웃음바다. 그니까 저게 뭔 소리냐면, 결혼식 때 키스하던 그 순간에… 내가 가만히 있었잖아? 근데 그때 그걸 빌미로 키스 할 줄 모른다면서- 나한테- 자꾸 저렇게 놀린다니까. 근데 또 틀린 건 아니라서 킹받아. 내가 말했지. 저때 완전 그냥 생판 숙맥이었다니까. 아니 그래도 그렇지 나 진짜 전남친은 있어. 진짜로. 물론 남편은 안 믿지만^^


“근데 그렇게 따지면 너한테 더 불리해.”

“내가 왜.”

“너는 전여친이 여럿이라는 거야.”

“어째서.”


그야 당연히…! 그때 네가 할 때 잘ㅎ…! 아. 이거 나만 이상한 사람 되는 꼴인 것 같은데. 이쯤에서 말을 그냥 안 하기로 했다. 너무한 자식. 분해죽겠는데, 옆에서 얘는 또 실실 웃어. 아오 저걸 진짜 한 대 콱 쳐주는게 소원인데. 내가 속으로 한창 그러고 있으니까 그래도 좀 미안했는지 이내 나를 제 품에 안기게 하는 그였음을. 그리곤 자꾸 나더러 귀엽다나 뭐라나. 내일 모레 서른한테 귀엽다니…




“미안 미안 안 놀릴게.”

“내가 바보야? 그걸 믿게?”


차라리 날 이제 안 좋아한다 그래. 그게 더 신뢰감 있네. 보란 듯이 뾰로통한 말투로 웅얼거리니까 제 딴에는 그게 무슨 소리냐며 어이없는 표정 짓는다. 이게 다 날 좋아해서 놀리고 반응을 귀여워하고 예뻐할 수 있는 거라며. 나 없이 어떻게 살겠냐며. 하여튼 말은 잘해요. 세계 최강 로맨티스트가 따로 없지. 하긴 나도 그래. 이제 서로 없이 못 사는 건 똑같아.











🎄











그러니까… 단순한 정략결혼이라는 목적 하에 만나게 된 우리가 어쩌다 사랑까지 하게 되었느냐 묻는다면. 다시 시간을 거슬러 가야 한다. 혼인 신고 후에, 신혼 여행까지 마치고 돌아와서 우리가 살 신혼집에 나란히 들어섰을 때. 새 집이라 그런지 어수선한 기운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이럴 때는 움직이면서 정리나 청소라도 해야 직성이 풀리는 스타일인데, 마침 남편도 그랬지 뭐야. 말도 안했는데 각자 성격이 비슷해서 아무 말 없이 집안 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오? 스러운 감정이 들었던 것 같기도 하고. 나랑 여러모로 잘 맞는 구석이 있어서.

저 날, 저녁에 같이 치킨 시켜먹었던 기억이 있는데 나는 닭다리만. 남편은 날개만. 오로지 서로 자기 것만 먹어서 먹을 거 가지고 의견 부딪힐 일은 전혀 없고. 추가적으로 손봐야 할 집 인테리어 논의하는데도 추구하는 분위기도 잘 맞고. 그냥 흘러가는 대로 살되, 제 몫만큼은 최선을 다해서 산다는 삶에 대한 가치관도 같고. 서로 너나 할 것 없이 서로의 부모님께 깍듯한 것도. TV 프로그램 볼 때도 무조건 로맨스 영화나 드라마만. 탕수육은 부먹. 술안주로는 아몬드나 간단한 샐러드만. 심지어는 이건 같이 살면서 알게 된 건데 잠버릇도 똑같다. 옆에 있는 아무거나 무조건 끌어안고 자는 거. 이 버릇 때문에 잠 자다 서로 놀라서 깬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역시 혼자 살 때보다 같이 사니까 도움 되는 일들도 많았다. 예를 들자면 식사를 차릴 때, 설거지 할 때, 빨래 할 때 등등 집안일 같은 경우에 두 사람이 함께이니 대화하는 재미도 쏠쏠할 뿐더러 하루하루가 빨리 지나감의 연속이었다. 가사도우미를 들일 수도 있었지만, 우리가 그러지 않겠다고 부모님께 부탁드렸다. 우리한테 너무 부담된다고 여겨졌거든.

그뿐만이 아니라 한 사람이 아프면 한 사람이 곁에서 지켜봐줄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것 같았다. 사람은 몸이 아프면 마음이 약해지는 법이랬는데, 내 건강에 대해 아무도 물어봐주는 사람이 없던 시절과 달리 가까이서 병간호를 해줄 사람이 생겼다는 거. 취미를 공유할 사람이 생긴 것과도 같았고, 지루했던 일상 속에 한 줄기 빛을 찾은 느낌이랄까.

그렇게 의미깊은 나날들의 연속이었다. 몸이 가까이 있으니, 마음도 가까워질 수 밖에 없는 법. 그와 함께할 때 비로소 삶이 다채로운 색들로 입혀지는 것만 같았다. 행복했다는 말이다. 어느 누가 고백을 먼저 할 것 없이, 우리는 이미 결혼도 했겠다. 더군다나 이제는 마음도 있겠다. 하루하루 서로에게 더 애틋해지며 나날을 보내고 있다. 서로에게 없어선 안될 존재가 되어버렸다.









🎄












“메리 크리스마스-“



잘그락. 허공에서 두 와인잔이 맞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늦은 밤, 은은한 불빛이 나는 조명 하나만 켜두고서 마주 앉은 우리는 여러 담소를 나눴다. 남편이 출장 가느라 여기에 없었던 한 달동안 내게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그리고 남편은 뭘 했는지도 물었다. 혹시나 외국에서 다른 여자랑 눈 맞기라도 한 거 아니냐 물으면 말이 되는 소리를 하라며 정색하는 연하남. 장난이라도 그런 말은 하지 말라고 내가 얘한테 혼났다. 나야말로 다른 남자랑 눈 맞은 게 아니냐며 의심하는 남편에, 내가 남자가 너 말고 누가 더 있겠냐며 말이 되는 소리를 하라고.. ㅋㅋ


“근데 만약에 있잖아.”

“응-“

말하기 전에 뜸을 들이는 데도 내 눈만 마주치며 말 들어줄 준비만 하고 있는 남편에, 이런 게 아직 익숙치 않은 나라 애꿎은 접시에 담긴 아몬드만 만지작거렸다.


“우리가 사랑할 수 없는 사이였으면 어떡해?”


날 바라보던 그의 눈에는 검디 검은 그림자가 가라앉았다. 마시고 있던 와인잔을 내려놓더니 이내 상체를 내게 기울이고선 묻는 건 덤. 지금은 나 사랑해? 그 어느때보다도 담백하고 달달한 목소리였다. 그래도 이런 질문이 올 줄은 몰랐는데. 조금 당황했다. 우리는 같이 살면서 직설적으로 제 마음을 표현해 본 적이 없으니까. 어쩌고 보면 지금이 처음이었다. 이렇게 사랑한다는 마음을 표한 건.


“안 사랑하면 같이 살겠어?”

“정략결혼이니까 살아야 했겠지.”

“…그건 좀 슬프다.”


얼마나 다행이야. 우리가 사랑해서. 뒤이어 들려오는 그의 말에, 유심히 그를 바라봤다. 맞아, 다행이지. 작게 속삭이다시피 말했다. 그리고 머지 않아 다시금 그가 입가에 미소를 띠며 하는 말. 우리가 사랑하지 않았으면 어떡할까 라는 내 물음에 대한 대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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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든 만나서 사랑했을 거야.”


우리 둘 다 고집이 좀 세야 말이지. 이렇게 잘 통하는데 우리가 사랑하지 않으면 누가 사랑을 해. 차분한 저음으로 속삭이는 그의 목소리는 너무나도 나른했다. 듣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아지는. 그리고 나도 전적으로 그의 말에 동의한다. 지금은 아마 너 아니면 나는 결혼을 안 했을 거라 확신할 정도로 널 사랑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너와 있으면 자연스레 너와 함께 할 미래를 상상하게 된다. 무의식적으로 드는 생각이다. 네가 있는 새해는 어떨까. 너와 여행을 간 곳에서 함께 눈을 뜨면 어떤 기분일까. 너와 영화를 함께 볼 때 나는 영화에 집중할 수 있을까. 너와 함께하는 연말엔 무얼 할까. 별 거 아닌 사사로운 생각과 고민들이 ‘너와 함께’ 라는 수식어가 붙을 때 비로소 특별함이 된다.


“우리 내년 크리스마스에는 뭐하고 있을까.”

“같이 이러고 있겠지.”

“그럼 그 다음 해에는?”

“마찬가지로 이렇게.”

“그 다음 다음 크리스마스에는?”

“늘 같듯 그대로.”

“음, 내 생각은 좀 달라.”

“…그때 우리 헤어지는 거야?”

“단둘이 말고 셋이서 보낼래.”



내 말의 의미를 모르는지, 날 빤히 바라보며 그 말을 계속해서 곱씹던 그는 곧 알아차렸는지 이내 바람 빠지듯 웃었다. 붉어지는 양쪽 귀는 덤. 애써 당황하지 않은 척하려 미세하게 떠는 손으로 제 빈 잔에 와인을 따랐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는 나는 그저 웃고. 이럴 때보면 한 살 연하인 거 티 나. 귀염둥.


“나 이거 고백 비슷했지?”

“….”

“왜 대답이 없어-“

“….”

“…ㅋㅋㅋㅋㅋ 싫어?”

“…아니?”








🎄
















#에필로그







아내의 첫모습은… 글쎄, 그때 뭘 입고 있었더라. 격식을 차리지 않은 옷차림이었다. 후줄근한 맨투맨에, 다리선이
보이는 스키니진. 높게 올려 묶은 긴생머리. 수수한 외모에, 평범한 키. 부모님의 부름에 바로 나왔다고 들어서 이해가 갔다. 아예 소식을 못 들었구나 싶었다. 평상시 집안 옷차림이구나. 보통 그러면 주변 눈치 봐가며, 마주앉은 양복차림의 날 보고 당황할 법도 한데 그런 기색이 전혀 안 보였던 걸로 기억한다. 첫인상이 꽤 강렬한 편이었다.

식사 중에도 나랑 몇 번 눈이 마주치곤 했다. 사람을 그닥 경계하는 편은 아닌지, 눈빛이 서로에게 닿고 어색한 기류가 흐를 때마다 옅은 웃음을 지어보이는 그녀였다. 그덕에 나 또한 조금의 긴장이 풀리기도 했다. 그 후에도 나는 그녀가 말할 때마다 시선을 떼지 못했다. 뭐랄까, 그녀에게는 사람을 끄는 듯한 묘한 분위기가 있었다. 저절로 시선이 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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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그러니까 어쩌면 아마도.
나는 애초에 그녀를 사랑하게 될 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