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형
— 왔어···?
이여주
— 넌 친구가 나밖에 없냐.
김태형
— 그래. 너밖에 없다···.
이여주
— 뭐야. 분위기 왜 그래.

김태형
— 하··· 헤어졌어.
이여주
— ···야, 헤어지면 마는 거지. 너 혼자 왜 힘들어하냐.
김태형
— 술이나 마시자···.
난 김태형의 술잔을 가로채고 내가 그대로 마셨다.
김태형
— 뭐하냐.
이여주
— 그만 마셔. 취하게 생겼어.
김태형
— 됐어. 취하면 취하고 말지.
이여주
— 걔가 헤어지자고 한 거야?
김태형
— 내가 싫다더라. 질렸다고 말하는데 심장이 내려앉는 기분이었어···.
이여주
— 야, 헤어지면 끝난 거야. 그냥 잊어. 원래 너랑 안 맞는 운명이었던 거야.
김태형
— 그러니까··· 이걸 마시든지 해야 잊히든 하겠지.
또다시 술을 가득 따르고 술잔을 드는 김태형을 막았다. 헤어진 걔 하나 때문에 김태형이 이렇게 힘들어하는 걸 보니까 아무리 그냥 친구라고 하더라도 그냥 가만히 못 보고 있겠더라.
이여주
— 집에 가자, 그냥.
김태형
— 됐어.
김태형은 일으켜 세우려는 나의 손을 뿌리치고 술을 들이켰다.
김태형
— 몇 잔이면 잊힐까···.
이여주
— 아, 몰라. 맘대로 마셔라. 잊힐 때까지 그냥 마시라고.
김태형
— 뭐야··· 갑자기.
이여주
— 원하는 만큼 마시고 빨리 잊으라고.
김태형
— 하··· 내 인생 왜 그러냐···.
이여주
— 야, 김태형. 너 우냐···?
김태형
— ···뭐래. 내가 뭘 울어···.
내가 우냐고 물어보자 아니라며 빨리 눈물을 훔치는 태형이었다. 너무 안쓰러웠다. 그래도 옆에서 태형이가
연애하면서 행복해 보이는 걸 내가 봐왔는데 그래서 그런지 태형이의 슬픔이 나에게도 깊게 닿았다.
이여주
— 지금까지 참았던 눈물에 그냥 한 번 울컥해도 괜찮으니까 울어. 참지 말라고.

김태형
— 바보같이 흐··· 왜 우냐···.
이여주
— 그러면서 너 지금 울고 있어, 바보야.
김태형
— 안 울거든··· 흑···.
나는 묵묵히 태형이를 안아 토닥여 주었다. 태형이가
우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내 눈에도 어느새 눈물이 핑
돌았다.
이여주
— 흐···.
김태형
— 넌··· 왜 우는데···.
이여주
— 그러게···. 나 왜 울지? 그런데 너무 슬퍼, 네가 우니까···.
김태형
— 이러니까 내가 너 앞에서 못 우는 거야. 왜 같이 우냐고.
이여주
— 난 이게··· 좋아.
김태형
— 뭐가 좋냐 우는 게···.
이여주
— 네가 나한테 얘기 털어놓고 힘들면 울어주는 게 좋다고, 난. 힘들면 제발 울어. 참지 말고. 흑흑···.
김태형
— 왜 네가 더 울어. 진짜 못 살아.
이여주
— ···때론 너무 지쳐서 울고 싶을 때 이렇게 언제나 불러. 같이 울어줄게. 힘들면 좀 울어도 괜찮아. 그래야 마음이 좀 편하지.
김태형
— 이 꼬맹이가 위로는 잘한다니까···.
이여주
— 그래서 네가 나만 찾는구나. 암튼 이렇게 힘들다고
너무 술이나 퍼붓지 말고.
김태형
— 걱정하냐?
이여주
— 그래, 걱정이다.
김태형
— 하··· 암튼 잊고 싶은데 왜 안 잊히냐, 정말. 몇 잔을
마셔도 걘 못 잊을 거 같다.
이여주
— 그 몇 잔 말고도 잊는 방법 있잖아.
김태형
— ···뭔데?
이여주
— 사랑.
그러고는 나는 입을 맞췄다. 지난 슬픈 사랑을 잊기 위한 방법은 새로운 사랑. 어떻게든 잊어 보려 하지만 안
된다. 그 최선의 방법이 내가 사랑을 해주는 거다. 태형이를 좋아하지만, 좋아하지 못했는데 이제는 아니다.
태형이 곁에서 훨씬 더 나은 사랑을 해주고 싶다.
내 눈에서는 눈물이 또르르 흘렀고 마찬가지로 태형의
눈에서도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우리는 다시 한번 진
심을 공유했다.
이여주
— 사랑, 그거 내가 해줄게.

김태형
— 고마워··· 여주야.
누구도 사귀자는 말 한마디도 하지 않았지만 이미 우리는 진심이 오가고 마음을 확인했다. 말하지 않아도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그럴 수 있는 이유는
그만큼 진심을 많이 공유했고 서로에 대해 잘 안다. 그리고 지금은 사랑한 시간이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우리는 안다. 현재 우리는 서로를 사랑한다는 것을. 태형이었기에 진심이 공유됐고, 태형이었기에 사랑이 바로 가능했다. 그리고··· 나였기에 태형이가 울컥해도 괜찮을
수 있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