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후 몇 시간이 지났는지, 창문 밖은 이미 어두컴컴해진 뒤였고, 기다림에 지친 태형은 자신도 모르게 깜빡 잠에 들었었다. 고요함을 깨는 전화벨 소리가 울리고 비몽사몽 전화기를 손에 든 태형은 발신자를 확인하지도 않고 전화를 받았다.
"으음... 여보세요."
딱 봐도 나 자다 깼어요 하는 말투로 얘기한 태형.
"아... 태형 씨 자고 계셨어요?"
전화 뒤에서 들려오는 한빛에 목소리에 태형의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 아니닙니다. 조금 졸려서..."
거짓말인게 다 티 나는데, 귀여운 대처를 하는 태형에 한빛은 살짝 웃었다.
물론 그녀가 웃는 모습은 전화기 뒤에 태형에게 보이지는 않지만,
"설주나 씨한테서 답장이 왔어요."

"정말요? 뭐라고 답장이 왔는데요?"
혹시나 주나가 거절을 했을까 봐, 태형은 긴장감에 침을 꿀꺽 삼켰다.
"정말로 이 인터뷰 기사화 안 할 거냐고 답장이 왔길래. 인터뷰를 목적으로 설주나 씨를 만날려고 하는게 아니니까, 기사화 안 한다고 믿어달라고 했어요."
"그래서 설주나 씨가 뭐래요?"
"그랬더니, 설주나 씨가 은쾌히 허락했어요! 인터뷰 날짜까지 잡았고요. 내일 오후 12시에 명동 에 있는 S카페에서 만나기로 했어요."
"설주나 씨가 허락해주셔서 참 다행이네요."
"그러게요. 혹시나 거절할까 봐 걱정했었는데, 다행이에요"
설주나가 인터뷰 요청을 거절할까 봐, 태형 뿐만이 아닌 한빛까지 마음을 졸였었는데, 승락 연 락을 받고 이 둘의 마음이 놓였다.
"그럼 푹 쉬고 내일 뵈요."
"네. 태형 씨도 푹 쉬고 내일 뵈요."
오늘 처음 만난 둘은 가수 서울의 단서를 찾다가 꽤 가까워졌지만, 막상 이렇게 전화통화를 하 면서 이런 얘기를 주고 받으니, 썸 타는 사이처럼 간질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 이 둘한테는 이런 감정이 중요치 않았다. 왜냐하면 중요한 건 가수 서울의 정체를 밝히는 일이었으니까.

두번째 날, 아침이 밝자마자 서둘러 준비를 한 태형은 자신의 사무소로 향했다. 가는 길에 편의점에서 대충 삼각김밥이랑 사과주스를 산 태형은 버스가 떠나기 전에 재빨리 탑승했다. 경기도에 살았지만, 그가 생각하는 서울은 정말로 아름다웠다 (가수 서울이 아닌 도시 서울).
어렸을 때, 부모님을 따라서 서울에 몇번 가봐던 것이 아직까지 생생할 정도로 태형은 서울에 애정이 있었다. 탐정이라는 꿈에 몰두하여 서울에 가보지 못한지 오래 되었는데, 마침 설주나랑 만날 장소가 서울특별시 중구에 있는 명동인 것이다.
얼굴 없는 가수 서울을 찾는 일이 우선이였지만, 서울에 간다는 설레는 마음을 진정 시킬 수 없었다.
한참 서울 생각을 하다보니, 어느새 내려야 될 정류장에 버스가 도착했다.
태형은 버스에서 내려 사무소로 들어갔다. 겉옷을 벗어두고는 의자에 걸터 앉고서는 가수 서울의 관한 단서들을 찾아보면서 밥을 달라고 요동치는 배 때문에 삼각김밥을 뜯은 태형은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한빛이 사무소로 들어온 것도 모른채 말이다.
“쿨럭쿨럭...!”
아무것도 마시지 않고 급하게 먹으니, 목에 걸린 것이다. 책상 위에 올려 있는 사과 주스를 딴 한빛은 사례에 걸린 테형에게 내밀었다. 누가 사과 주스를 따서 줬는지, 얼굴을 확인할 겨를도 없이 받은 태형은 벌컥벌컥 사과 주스를 마셨다.

“후하...이제야 좀 살 것 같네”
“천천히 드시지. 그러다가 체하겠어요.”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들어 그 사람의 얼굴을 확인한 태형은 꽤 놀랐는지, 잠시 말을 잇지 못하였다.
"태형 씨, 괜찮으세요?”
“...한빛 씨, 언제 오셨어요.”
“저 방금 왔어요"
"그런데 아침밥으로 삼각김밥만 드신 거예요?”
책상 위에 올려져 있는 삼각김밥의 껍데기를 슬쩍 옆에 있는 쓰레기통에 넣은 태형이 헛기침을 하면서 한빛의 질문에 답했다.

“아, 네. 일분 일초가 아까워서 원래 아침은 간단하게 먹어요.”
“삼각김밥은 간단한 것보다 너무 가벼운 것 같은데...”
아무리 일분 일초가 아깝다고 해도 이른 아침에 힘의 원천이 되는게 아침밥인데, 태형이 걱정이 된 한빛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