恶霸男孩
故事7



몇 분이 지났을까, 등 뒤로 옥상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내 쪽으로 걸어들어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발자국 소리가 불규칙한 걸 보니 박지민인 것 같았다.

자신이 절뚝거리는 이유가 어렸을 때 교통사고 후유증이라고 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지민이는 어렸을 때부터 사건사고가 많았던 것 같다.


전정국
“…왔냐.”


박지민
“……어.”


우리는 서로 살짝 어색해했다. 어제 싸우고 화해하려고 하면 조혜린 때문에 못하고 더 싸우고 해서 이제야 좀 제대로 된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제일 먼저 약은 왜 했냐 물어보고 싶지만 참아야지.

박지민은 이 어색한 공기를 참지 못하고 담배를 꺼내들었다. 폐 썩게 왜 피는지 모르겠다. 조혜린만 아니었으면 안 폈을 텐데 말이다.


“야 박지민~ 너도 펴볼래?”

“미쳤냐? 안 펴, 폐 썩은 년아.”

“아니~ 한 번만~ 한 번 정도는 괜찮아 새꺟ㅎ.”

“꺼져 도른 년아.”

“야 원래 이럴 때 배우는 거야, 그치 정국아?ㅎㅎ”

“……어ㅎ.”

“지랄 똥 싸네. 전정국도 안 피잖아.”


아, 왜 갑자기 옛날 생각이….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든 까닭일까, 나는 충동적으로 박지민이 들고 있던 담배를 집어 옥상 밑으로 던져버렸다.

잠시 동안 짧지만 긴 정적이 흘렀다. 나는 제대로 당황해 속으로 박지민의 눈치를 작살나게 보았고, 박지민은 뇌의 회로 연결이 끊긴 듯 멈춰있었다. 그 어떤 숨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박지민
“미쳤냐?”

정적을 깬 사람은 박지민이었다. 온갖 어이없음과 함께, 아니 그냥 머릿속에는 어이없음만 있는듯해 보였다.


전정국
“아…아니…. ㅋㅋㅋ, 미안ㅋㅋㅋㅋㅋㅋㅋ.”

나는 그냥 갑자기 그 상황이 너무 웃겨서 웃어버렸다. 웃으면 안 되는데. 지금 생각해도 웃기다. 진짜 왜 던졌지.


박지민
“아니…ㅋㅋㅋㅋㅋㅋㅋㅋ 씨발 새끼가,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미안햌ㅋㅋㅋㅋ주워와라,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미친 새끼ㅋㅋㅋ.”


그렇게 한참 웃은 듯했다. 우리 화해한 건가. 그래, 약 한건 나중에 물어보지 뭐. 물론 박지민이 너무나도 잘못했지만, 그래도 얘가 좋은 걸 어떡해. 친구인데.


몇 시간이 지났을까, 나는 갑자기 내 몸을 흔들며 깨우는 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


최수연
“야, 여기서 뭐해. 지금 몇 교시인 줄 알아?"

정여주
“……. 몇 교신데.”


최수연
“6교시 쉬는 시간이야 미친년아.”

정여주
“……헐.”

미쳤구나. 아마 4교시 쉬는 시간에 전정국과 싸우고 보건실에서 잠들었을 것 같은데, 그럼 점심시간도 뛰어넘고, 5교시, …6교시까지…. 난 미친년이구나.


최수연
“ㅋㅋㅋㅋ 잠깐 나갔다 오는 게 보건실 와서 자는 거였어?ㅋㅋㅋㅋ.”

정여주
“아니…아니거든…!!! 그냥…….”

나는 말을 하다 멈췄다. 그래. 전정국과 싸운 얘기는 최대한 늦게 하고, 일단 7교시 수업은 놓치지 않게 서둘러서 가자.라고 생각하는 순간,

-꼬르르르륵.

내 뱃속에서 마치 6살 때 내 공포심의 대상이었던 천둥번개 중 천둥이 울려 퍼졌다. 그것도 조금 크게.

아 진짜 개 쪽팔리네.


최수연
“……. 배고프냐…? ㅋㅋㅋㅋㅋ.”

정여주
“……아 나 매점 좀…ㅋㅋㅋㅋ.”

그래, 금강산도 식후경이니 매점부터 가고, 7교시 중간에 들어가도 괜찮을 거야. 암 그렇고말고….


나는 생각하는 사고방식을 조금 바꿔야 할 필요가 있을 듯하다. 여태까지의 내 결정들은 왜 하나같이 다 옳지 못할까.

지금 무슨 상황이 나면 하필 우리 학교의 유명한 호랑이 선생님의 수업이 7교시였던 것이다. 그 쌤이 특히 싫어하는 게 자기 수업 방해하는 건데, 차라리 7교시를 빼고 8교시에 들어갈걸. 하고 후회했다.

뭐 그래도 생각보다 별로 안 혼났다. 운동장 5바퀴 돌으라고 시킬 줄 알았는데 말로만 혼내시고 별로 안 혼내셨다. 그 선생님의 혼 내시는 방법에 내가 익숙해진 건지는 모른다.



그다지 길지 않은 7교시가 끝나고 석식을 먹기 전, 청소를 하기 위해 나는 걸레를 빨러 복도로 나갔다. 왜 맨날 가위바위보에서 져서 지겹도록 걸레질을 하는지는 나도 모른다.


나처럼 걸레 빨러 가는 애들이 한두 명 정도 보였다. 오늘따라 애들이 조금 시끄럽네. 처음에는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신경을 써야 했다. 왜냐하면 내 옆에서 자꾸 시끄럽게 장난치는데 물도 조금 튀는 것 같고 좀 별로였다. 이 상황의 범인들은 자기네만 모른다는 듯이 옆에서 피해를 보든 말든 자기네들끼리 떠들고 지난 치기 바빴다.

슬슬 짜증이 올라오려고 할 때, 물이 내 쪽으로 확 튀면서 내 안의 짜증이 터지려고 하는 순간.

“아 진짜 매너 다 뒤졌네, ㅋㅋㅋ.”


민윤기
“ㅋㅋㅋ 옆에 여자애 물 맞잖아 애새끼들아 ㅋㅋ.”

옆에 여자애면, 여기 주변에 여자애라고 하면 나밖에 없는걸 보니 나를 말하는 것 같고, 뭐야 쟤는. 실실 쪼개면서 건들 건들하게 다가오는 거 보니까 싸가지없을 거 같은데.

아니나 다를까, 그 장난치던 남자애들은 철없던 모습은 어디 가고 다 쫄아서 아무 말 못 하고 가더라. 고맙긴 한데 왠지 나에게 말을 걸어올 것 같은 느낌.


민윤기
“안녕? 여주야?”

정여주
“응. 안ㄴ,”

잠깐. 얘 내 이름 어떻게 아는 거야. 분명히 안녕 여주야 하지 않았나. 두 귀로 똑똑히 들었는데.

“민윤기~.”


민윤기
“뭐.”

당황스러움에 빠져있을 때, 누군가가 민윤기를 불렀고 그에 내 이름을 아는 애가 대답을 했다. 그럼 얘는 민윤기일 테고, 나는 얘를 부른 남자애가 궁금해져서 고개를 돌렸고, 우리는 눈이 마주쳤다.


전정국
“…….”

아씨, 전정국이잖아. 나는 여기에 더 있으면 골치 아플 것 같아 최대한 빠르게 걸레를 빨고 빠른 걸음으로 다시 반으로 돌아갔다. 왜 하필 전정국인 거야.



지겨운 8교시가 끝나고 최수빈한테 빌린 게 있어서 돌려주러 3반으로 향했다. 솔직히 3반 가기 싫었는데 어쩔 수 없지, 얘는 왜 3반인 거야.

정여주
“최수빈!”


최수빈
“…이제야 돌려주네.”

사실 3교시 끝나고 수행평가 보려고 빌린 거거든. 미안하다 이제 줘서, 그동안 좀 많은 일들이 있어서 이제서야 줄 수밖에 없었다.


최수빈
“이제 안 빌려줄 거야.”

정여주
“뭐라고?ㅎ”


최수빈
“너가 가져오셈. 페메도 보냈는데.”

아뿔싸, 얘 페메 알림 껐는데…. 사실대로 말할까 숨길까 고민하던 나는 당당하게 사실대로 말하기로 했다.

정여주
“미안. 네 페메 알람 껐다.”

역시나 이 친구의 표정은 썩어들어갔고, 내일부터 아는척하지 말란다. 아이고 최수빈 없으면 나 학교생활 못하는데 어쩌지.

정여주
“ㅇ, 야…ㅎ 우린 친구잖아 안 그래? 응? 초등학교 친구잖아ㅎㅎ….”


최수연
“정여주 안가냐.”

정여주
“어, 가~. 최수빈 안녕. 내일 다시 올게.”

그런데 갑자기 최수연이 3반 문쪽으로 다가오더니, 수줍게 안녕…ㅎ을 하지를 않나. 뭐지 뭐지, 누구에게 한 거지.


최수빈
“어…ㅎ 안녕.”


어머나 어머나, 얘네 둘 지금 말로만 듣던 그.린.라.이.트인 건가. 둘은 서로 얼굴을 붉히며 수줍게 청순하게 인사를 나눴다. 와, 연회를 열어야 한다.

내 3년 친구와 10년 친구가 썸이라니, 경축할 일이 따로 없었다. 나는 바로 최수연에게 이리로 와보라고 하며 수연이를 끌고 갔다.


“아 왜 부르는데.”

정여주
“너, 최수빈 좋아하지.”

너무 직설적인가. 뭐 상관없다. 수연이가 엄청 당황하겠지만 어쩔 수 없다. 나는 하루빨리 이 둘을 이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최수연
“뭐…?ㅎ 아닌데?ㅎ.”

다 티난다 수연아. 수연이는 이미 나에게 잡힌 생쥐일 뿐이다. 아 너무 흥분했나.

정여주
“최수빈도 너 좋아하는 거 같음.”


최수연
“진짜??????”

안 좋아한다면서 왜 이렇게 좋아할까, 역시 얘는 최수빈을 좋아하고 있었을 것이다.

정여주
“뭐야, ㅎ 안 좋아한다며?”


최수연
“ㅇ, 아니…. 아 씨 좋아한다 뭐!!!”

정여주
“ㅋㅋㅋㅋㅋㅋㅋㅋ이어줄까?”


최수연
“……맘대로 하던지.”

정여주
“그럼 뭐해줄 건데?”

최수연은 내 말에 어이가 없다는 듯 쳐다봤다. 솔직히 내가 이렇게까지 해주는데 기브 앤 테이크 해야 하지 않나. 물론 장난이다.


최수연
“……꺼져 시금치야.”

정여주
“뭐? 지는 콩나물 대가리면서.”


최수연
“응 너는 말라비틀어진 도라지 배추~.”

정여주
“ㅋㅋㅋㅋㅋㅋㅋ너는 양파 껍ㄷ,”

정여주
“아!!!”

코너에서 어떤 남자애가 뛰어오더니, 나와 제대로 부딪혀버렸다. 나는 정말 웃기게 그 남자애가 차고 있던 명찰에 코를 세게 부딪혔고, 덕분에 코에서는 피가 흘러나왔다.


최수연
“ㅇ야…. 너 피….”

정여주
“뭐? 정말? 아…. 누구야 진짜, 어떤 새끼야 하아씨….”

아픈 코를 부여잡고 고개를 들어보니 내가 세상에서 제일 보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었다. 한참 전부터 뛰어다녔는지 숨은 불규칙적이었고, 헉헉거렸다. 진짜 개 민폐.


전정국
“야…미안…. 보건실 가자.”

정여주
“놔!!! 혼자 갈 거야.”

나는 같이 보건실 가자고 하는 전정국을 뿌리치고 혼자서 코 양옆을 누르며 갔다. 뒤에서는 누가 같이 오는 게 느껴졌다. 전정국이겠지.


정여주
“따라오지 마.”


전정국
“싫어.”

정여주
“허.”

뭐 이렇게 고집이 센지, 아까부터 따라오지 말래도 계속 싫어싫어 거리며 따라오는 전정국이다. 덕분에 외롭지는 않지만 차라리 외로운 편이 낫지 않을까.

나는 끝까지 따라오는 전정국을 계속 무시하며 보건실로 들어왔다. 원래는 선생님이 없는 게 국룰이지만, 지금은 보건 선생님이 계셨다.

“어~. 어디 아파서 왔냐.”

정여주
“코피 나여, 쌤.”

“뭐?! 빨리 앉아. 어쩌다 그런 거야….”

선생님의 말에 나는 전정국을 노려보듯 쳐다보았다. 그에 전정국은 살짝 뻘쭘한 기색이었다.


전정국
“…….”

“아하하…. 자 여기 봐봐.”


나는 치료가 끝났고, 잠시 코를 잡고 있으라는 선생님의 말씀에 코를 잡고 있었다.

“끝났고, 저 남자친구는 일지 써놓고.”

엥. 이 사람이 지금, 아니 이 선생님이 지금 뭔 말을 하시는 거지. 전정국 보고 남자친구라고? 우리 둘은 사귀는커녕 오히려 싸워서 지금 사이도 안 좋은데, 남자친구라니. 혈압 오른다.

전정국도 나와 같이 당황했는지 잠깐 말이 없었다. 그에 선생님은 잘못 짚었구나 하는 생각에 남자친구 아니냐고 물어보았다. 그에 나는 당장 아니라고 대답하려는 순간,


전정국
“아니요. 남자친구 맞아요.”

“그렇지? 빨리 꺼져. 서럽게 하지 말고.”

하, 얘는 또 왜 이럴까. 아주 그냥 둘이 북 치고 장구 치고 쿵짝이 잘 맞네 잘 맞아. 지금 나 놀리는 거야 뭐야. 미쳐버릴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