与魔鬼同居
第一集



늘 푸른 무지개가 드리워져 온 시야를 밝게 비추는 이곳은, 천계.

하얗게 빛나는 찬란한 날개들을 펼쳐보이며 사방을 날아다니는 천사들의 안식처.

평화로울 줄만 알았던 우리의 안일한 일상은 검은 연기에 휩싸여 모조리 날아가 버렸다.

나, 천사 이여주가 장담하건데,

이건, 틀림없이 악마의 짓이다.

그것도 저승에서 한을 풀지못해 탈주해버린 아주 악독한 놈일테지.

이 놈은 어떻게 잡아서 다시 돌려보내야 할까, 응?

지긋지긋한데 말이지.

한유라
어머어머, 여주야. 여기와봐...!!

한유라
웬 어린애가 울고 있어...!! 너, 집이 어디니? 혼자왔어?


김석진
저....길을 잃었는데요...

이여주
..........너는,

분명 악마의 기가 느껴지는데, 정확하지가 않아서 뭘 할 수도 없고....

이여주
일단, 빈 집이 하나 있으니까 오늘은 거기서 자. 허튼 생각하지말고.


김석진
그냥, 여기서 살면 안되요...?

이여주
너, 어떻게 악ㅁ, 아니 천계로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내일 당장 나가. 대부님께 걸리면 우리들 다 죽는거야, 알았어?


김석진
.................

한유라
애한테 왜 그래. 응? 빨리가서 자.

한유라
그리고, 여주야.

이여주
이상하다니까....

한유라
야, 이여주. 듣고 있어? 응?

이여주
어, 어? 어, 응.

한유라
애 관리 똑바로 해. 또 저번처럼 대부님한테 걸려서 우리 분위기 싸하게 만들지말고.

이여주
야, 내가 관리를 왜 해? ㅇ, 야!!

결국......

이여주
너, 어디서 왔어?

잘 준비를 하는 석진 위로 이불보를 덮어준 여주가 불을 끄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아까부터 계속 불길한 예감이 드는 게, 별 시원찮지가 않단 말이지.


김석진
모르겠어요..... 눈 떠보니까 여기였어요. 집도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고요.

이여주
진짜, 그렇게 온 거 맞아?


김석진
네, 그렇다니까요.

이여주
알았어, 잘자라.

탁, 소리나게 불을 끈 여주가 자는 모양새를 한 석진쪽으로 고개를 한 번 돌려보곤 문을 열었다.

몰라, 아니겠지.

그저 생각하는 최악의 상황만은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면서 그대로 문을 확, 닫았다.

그대로 문이 닫히는 소리가 귓전을 울리고,

어느새 작은 방 안에는 마치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고요한 적막만이 흐르고 있었다.

모두가 잠든 암흑같은 밤의 시간아래,

사삭사삭, 하는 소리가 조심스레 좁은 방안에 울려퍼졌다.

그 소리를 만든 이는 곧이어 빗을 잡고 검은 머리칼을 일직선으로 빗어내리더니,

흰 가운 사이로 튀어나온 검은 흑빛 날개를 손질하기 시작했다.

드넓게 침대를 다 채우는 너비에 검은색 윤기가 흐르는 고운 빛깔에 넋놓고 바라보고 있기도 잠시,

유려하게 올라간 그 입꼬리에 기다란 미소가 드리워졌다.

순진난만한, 하지만 분노가 서려있는, 그런.

위험한 미소였다.

"큰일났어요!!!!!!!!"

온 천지를 뒤덮을 듯 울려퍼지는 기함소리에 화들짝 놀란 여주가 이불을 홱 뒤집아쓰고 귀를 막았다.

"일어나 보세요!!!!!!"

이여주
아, 누구야.

다시금 귀를 찢어버릴듯 들려오는 그 목소리에 성깔있게 이불보가 바닥에 내던져지고,

그대로 하얀 날개를 대충 손질한 여주가 어디 한 번 두고보자, 하는 표정으로 세차게 문을 열었다.

이여주
어...?

문을 여니 보이는 황홀하니 기막힌 장관이 딱 시야에 들어차는 게 아닌가.

하급 천사는 물론, 대천사님도 모여 앉아있는 그 풍경은.....

어디 집회라도 모였나.

도대체 뭐 때문인건데, 어?

뭐가 뭔질 몰라 멀뚱히 숨만 쉬며 서 있는 여주를 꿰뚫어보기라도 했는지,

이어서 굵은 목소리가 이번에는 천계를 매울 듯 울려퍼졌다.


천계 대부
자자, 조용히 해.


천계 대부
긴급 비상이다.

이여주
예?

혹시 내가 생각하는, 아니 생각했어야만 했던 그...건 아니겠지?

한유라
야, 소문 못들었어?

한유라
악마가 나타났다나 뭐라나.

이여주
악마라고?

한유라
어. 그것도 무시무시한 원한을 품고 있는 검은 속내모를 악마.

한유라
어젯밤에 온 천계를 쑥대밭으로 휩쓸고 도망쳤다잖아.

한유라
그것땜에 대부님 잠도 못이루시고 대낮부터 큰 소리치시고 있는 중이시잖냐.

피곤하다는듯 눈꺼풀을 비비며 하품하는 유라를 앞에 두고 잠시나마 멀뚱히 서있던 여주가,

어제 보았던 어두운 기를 생각하려 애썼다.

이여주
나, 뭔지 알 것 같아. 어디 좀 갔다올게.

한유라
어, 어디가...?

이여주
쉿. 금방 와.

어젯밤 봤던, 그 길 잃은 아이를, 그 악마를.

잡아야만 했다.

그래야만 이 사태를 해결할 수 있을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