天上的云
奇怪的女孩


맑고 창창한 새벽녘.

새벽과 아침 사이의 경계는 세상에서 가장 청명한 숨을 품고 있었다.

하늘은 밤의 어두움을 다 씻어내지 못한 듯, 짙은 남색에 옅은 분홍빛을 번지게 했고,

차가운 공기는 미세하게 흔들리는 나뭇잎 사이로 파고들며 나른하게 퍼져 있었다.

그 공기 속을 걷는 한 사람—

회색 트레이닝 팬츠에 검은 바람막이,

그리고 후드 위에 모자를 눌러쓴 채 조용히 숨을 고르며 산을 오르는 남자가 있었다.

세븐틴의 승관.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않은 도시의 소음을 뒤로한 채, 승관은 익숙한 산책로를 따라 걸었다.

조용한 시간을 유난히 좋아하던 그는, 어제는 친구와 배드민턴을 치며 땀을 흘렸고,

오늘은 차분한 기분으로 몸을 움직이고 싶어 가벼운 등산을 선택한 참이었다.


승관
"후우—"

입김이 새벽 공기와 섞이며 허공에 녹아들었다. 그는 자연스럽게 어깨를 굴리고 목을 풀었다.

등 뒤로 어스름이 밀려오고, 앞으론 햇살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정상까지는 아직 멀었지만, 중간 지점에 다다랐을 즈음,

아침 햇살이 구름 사이로 스며들며 산의 풍경을 온화하게 물들였다.

그 순간, 승관은 발걸음을 멈췄다. 절경 때문은 아니었다.

작은 바위 하나

길 오른편 완만한 언덕에 하얀색 원피스를 입은 여자가 혼자 앉아 있었다.

찬 공기를 무시한 듯한 차림이었다.

바람에 흩날리는 갈색 머리카락은 빛을 받아 은은하게 윤이 났고,

긴 속눈썹 아래로는 커다란 눈동자가 아래를 향해 조용히 깜빡이고 있었다.


승관
"... ..."

승관은 순간 멈칫했다.

그녀는… 어디선가 본 적 없는 얼굴인데, 이 시간, 이 산, 이 복장에서 상상할 수 없는 존재처럼 보였다.


승관
‘관광객인가…?


승관
촬영이라도 하나?’

머릿속으로 여러 시나리오가 스쳐갔지만, 그녀는 아무 장비도, 동행도 없었다.

모자를 눌러쓴 승관은 자신을 눈치채기 전에 지나가려 고개를 푹 숙였다.

걸음을 옮기며 자연스럽게 몸을 돌리려던 그때

김지연
"어! 세븐틴 승관이다!"


승관
".....!"

들렸다. 말투는 가볍고, 반가움 섞인 음성이었다.

뒤를 돌아보진 않았지만, 승관은 분명히 느꼈다. 그녀가 자신을 보고 있었다는 것을.

괜히 민망해진 그는 익숙한 듯 걸음을 재촉했다.


승관
‘어차피 다가오진 않겠지… 그냥 팬인가 보다.’

하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한 발짝, 또 한 발짝 뒤따라오며 계속 들려왔다.

김지연
“우와, 신기하다. 화면에서 볼 때보다 키가 크네~

김지연
연예인은 연예인이다. 역시 느낌이 있어. 아~ 다른 멤버들은 없나? 세븐틴 꼭 보고 싶었는데~”

승관의 이마에 살짝 주름이 졌다. 이상했다.

지금 상황 자체가 이상했다.

그녀는 그를 향해 직접 다가오지도, 정면에서 말을 걸지도 않았다.

그저… 뒤에서 그냥 계속 얘기만 이어갈 뿐이었다.


승관
‘대놓고 말 걸고 싶진 않고… 관심은 받고 싶고… 그런 건가?’

승관은 애써 머리를 굴렸다.

그러나 곧이어 들려온 말은 그의 고개를 절로 젖게 만들었다.

김지연
“티비랑 실물이랑 꽤 다르긴 하구나. 근데 얼굴… 되게 말랑말랑할 것 같아. 귤같아, 승관이~ 승관아~~”


승관
"...이건 좀..."

도저히 못 참겠다는 듯, 승관은 결국 걸음을 멈추고 돌아섰다.


승관
“저기요, 저희 팬이신가요?”

그는 정색하진 않았지만, 말끝엔 살짝의 짜증이 섞여 있었다.

그러나 그 다음 순간. 그녀의 반응은 그 어떤 상상도 뛰어넘는 것이었다.

김지연
“...?! 으아아아아악!!!”

비명을 지르며 두 눈을 크게 뜨고는 마치 유령을 본 사람처럼 뒷걸음질쳤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엉덩방아를 찧듯 주저앉았다.


승관
".....???"

이번엔 승관이 당황할 차례였다.


승관
‘아니, 들리게 말해놓고 내가 말 거니까 놀라는 건 뭐람?'

하지만 일단은 그녀가 넘어진 상황. 승관은 다시 조심스럽게 다가가 손을 뻗으며 말했다.


승관
"..괜찮아요?"

그녀는 조심스럽게 승관의 얼굴을 올려다보더니 입술을 떨며 중얼거렸다.

김지연
“…제, 제가 한 말… 들으셨어요? 지금 제 말이 들리세요…?”

그 말에 승관은 순간 뒷목이 서늘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승관
"…그럼 그렇게 대놓고 말하는데 안 들려요 그게? 일단 일어나 봐요."

손을 내밀며 대답했지만, 그녀는 그의 손을 잡지 못한 채 화들짝 일어나 반대 방향으로 달아나 버렸다.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던 승관은 그녀가 사라진 언덕을 바라보며 그저 입술을 달싹였다.


승관
"뭐야...도대체.."

그의 숨은, 언제나보다 깊고 느려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