执着的男人

痴迷的男人:04

우진씨는 내 말에 볼이 빨개진 채 괜히 다른 곳을 응시하며 음식을 먹었다. 그렇게 조금 어색하지만 좋은 시간을 보내고, 레스토랑을 나왔다.

박 우진 image

박 우진

"벌써 어두워졌네."

김 여주

"오늘은 이만 갈게요."

박 우진 image

박 우진

"난 너랑 더 있고 싶은데."

김 여주

"나도 우진씨랑 더 있고 싶은데 내일 회사도 가야 하고, 너무 늦었으니까 어쩔 수 없죠."

박 우진 image

박 우진

"그깟 회사, 내일도 빠지면 되지."

김 여주

"하루 빠진 것만으로도 눈치보이는데 어떻게 또 빠져요. 내일은 우진씨도 꼭 회사가야 해요."

박 우진 image

박 우진

"..뭐, 네가 가면 나도 가야지."

김 여주

"그럼 내일 봐요!"

박우진씨가 날 데려다준다고 할까 봐 박우진씨의 머리를 쓰다듬곤 무작정 뛰었다. 괜히 먼 우리 집에 데려다주다간 시간낭비일테니.

집에 가려면 꼭 지나쳐야 하는 어두운 골목을 걷다보니 무섭지만, 그래도 뒤에서 나는 걸음 소리 덕분에 같은 방향인 사람이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골목을 거의 다 지날 때까지 나와 너무 붙어 걷는 뒷사람에, 너무 무서워져 핸드폰을 겨우 들고 박우진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김 여주

- "우진씨, 나 지금 너무 무서운데요.."

박 우진 image

박 우진

- "그러니까 왜 뛰어갔어, 어딘데 그래?"

김 여주

- "여기, 골목..-"

말을 잇기도 전에, 손이 떨리던 탓인지 핸드폰을 떨어뜨렸다. 주우려던 참에, 갑작스레 내 허리와 배에 닿는 촉감에 두려워 아무 것도 하지 못 했다.

황 민현 image

황 민현

"..여주야, 나 술 조금 먹었어.. 끅, 아으.. 딸꾹질나."

김 여주

"사람 잘못 보셨습니다.."

황 민현 image

황 민현

"김여주 맞잖아."

오랜만에 들은 목소리지만, 한 번에 알아들을 수 있었다. 목소리를 듣고 누군지 알게 되니 더욱 무서워져, 아무 것도 할 수가 없겠다. 그래서 모르는 척이라도 해보려 했지만, 1년 지났다고 못 알아보진 않는가 보다.

황 민현 image

황 민현

"흐으, 내가 진짜 많이 반성했어. 많이 보고 싶었어, 여주야."

저의 상태를 보니, 많이 취한 상태라는 것을 알겠다. 말은 제대로 해도, 자꾸만 비틀거리며 몸을 못 가누는 행동이 딱 예전에 많이 취했을 때와 비슷하니까 말이다.

김 여주

"술 많이 취했나 본데, 빨리 가. 나한테 왜 이래?"

황 민현 image

황 민현

"내가 많이 반성했어, 진짜.. 미안해, 응?"

사과를 하더니, 갑작스레 날 벽에 밀치고는 나의 입술을 매만지는 저다.

김 여주

"..! 이러지 마, 진짜."

황 민현 image

황 민현

"여주야."

김 여주

"진짜 하지 말라고 했어."

황 민현 image

황 민현

"후으으.."

김 여주

"흐읍, 흐..!"

경고를 했음에도 만취한 저에겐 들리지도 않는 건지, 나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포개는 저다. 역겨운 와중에 숨까지 막히니 미쳐버릴 것 같다.

김 여주

"읍, 흐읍.. 으흐.."

황 민현 image

황 민현

"..아윽!"

갑작스레 신음을 내뱉으며 바닥으로 넘어지더니 쓰러진 저다. 다리에 힘이 풀려 털썩 주저앉자, 황민현을 저리 만든 사람이 내게 친절히 묻는다.

옹 성우 image

옹 성우

"괜찮아요, 아가씨?"

김 여주

"..감사합니다.. 진짜 감사해요."

옹 성우 image

옹 성우

"억지로 키스당하고 있는 사람을 도와주는게 당연한 거죠. 깜깜해서 안 보이는지라 저 새끼 얼굴도 잘 안 보이네요. 어휴, 변태새끼."

옹 성우 image

옹 성우

"..아, 참. 내 이름은 옹성우에요."

김 여주

"..네, 저는 김여주에요."

문득 주머니에 손을 넣으니 잡히는 커터칼을 꺼냈다. 모르는 사람 앞에서, 예전에 하던 이 짓을 하긴 싫었지만 미쳐버릴 것 같아서 결국 나의 손목을 긋기 시작했다.

옹 성우 image

옹 성우

"저기요, 지금 뭐하는 겁니까?!"

김 여주

"그냥 무시해요, 죽으려고 그러는 거니까."

옹 성우 image

옹 성우

"이 아가씨가, 진짜.. 어떻게 무시해요, 옆에서 갑자기 죽으려 그러는데."

김 여주

"갑자기 아니니까, 신경쓰지 말고 그냥 가주세.. 읏."

옹 성우 image

옹 성우

"거봐요, 아프잖아요. 왜 그래요, 하지 마세요."

저 사람에겐 미안하지만, 말을 무시한 채 손목을 더욱 더 그었다. 그렇게 미친 듯 손목을 긋다가도, 갑작스레 들려오는 목소리에 그 짓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박 우진 image

박 우진

"..김여주."

김 여주

"..."

박 우진 image

박 우진

"지금 뭐하는 거야, 너-"

김 여주

"..가, 너무 힘들어서 그래요. 죽고 싶어서요."

박 우진 image

박 우진

"..해봐."

김 여주

"..뭐라고요?"

박 우진 image

박 우진

"어디 한 번 해보라고. 죽으려는 거 아니였어? 해보라니까."

그 말을 들으니 울컥해, 나의 손목을 바라보았다. 하도 많이 그어서 이제 헐어버린 듯한 손목에, 나의 눈물이 닿았다.

박 우진 image

박 우진

"김여주, 너 죽기 싫은 거 알아. 네가 죽고 싶어한다고 생각했으면, 애초에 내가 너한테 죽어보라고 했겠어?"

바닥에 풀썩 앉아있는 나와 눈 높이가 비슷해지도록 쪼그려 앉는 박우진씨가, 눈물을 흘리느라 시야가 흐려진 날 안더니, 따뜻하게 내 이름을 불러보인다.

박 우진 image

박 우진

"..여주야."

저에게 안긴 채 흐느끼는 목소리로 대답하니, 다정하게 말을 해주는 박우진씨다.

박 우진 image

박 우진

"죽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어. 누구나 살고 싶어해. 그러니까 다들 죽기가 두렵다는 거야."

박 우진 image

박 우진

"죽고 싶다고 생각하는 건, 그저 자신의 삶을 살기 싫다는 것 뿐이야. 새로운 삶을 살고 싶은 거지, 누가 삶을 포기하고 싶겠어?"

박 우진 image

박 우진

"너도 저 새끼랑 엮인 삶이 싫은 거잖아. 그럼 이제라도 새로운 삶을 살면 돼, 여주야. 한 사람 때문에 한 번뿐인 인생을 포기하긴 너무 아깝고 속상하잖아."

내게 따뜻하게 말해주는 박우진씨 덕분에 마음이 많이 좋아졌다. 금새 죽고 싶다는 생각은 없어진 채, 박우진씨 덕에 안도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김 여주

"..고마워요."

박 우진 image

박 우진

"고마우면 앞으로 이러지 마. 예쁜 손목에 이게 뭐하는 거야? 힘들면 내 몸에 그어, 네 몸 말고."

김 여주

"..안 그을게요."

박 우진 image

박 우진

"그래, 착하네."

그제서야 미소를 짓더니, 나에게 손을 건네 일으켜주는 박우진씨다. 그러더니 금방 내게 묻는다.

박 우진 image

박 우진

"쓰러져있는 저 새끼가, 나한테 말했던 그 전남친이야?"

김 여주

"으응.."

박 우진 image

박 우진

"죽일까?"

옹 성우 image

옹 성우

"제가 처리할테니까 가세요. 죽이는 건 좀.. 위험하잖습니까."

박 우진 image

박 우진

"..알았습니다, 감사하네요."

옹 성우 image

옹 성우

"네, 가보세요."

김 여주

"..감사합니다, 그럼 이만."

내 집에 도착해, 내 방까지 데려다주는 저에게 이제 가봐도 된다고 말했다. 그러자 내게, 날 찾아다니느라 힘들었다며 재워주라는 박우진씨다.

김 여주

"안 돼요!"

박 우진 image

박 우진

"우으응, 왜."

애교를 부리며 재워달라는 박우진씨에 넘어가 결국,

김 여주

"..오늘만이에요."

수락해버렸다.

박 우진 image

박 우진

"후흐, 그럼 자자."

내 침대에 누우며 말하는 박우진씨에, 난 쇼파에서 잘 거라고 말했다. 한 방에서 연인이 같이 잔다니, 조금 위험하고 이상한 것 같으니 말이다.

박 우진 image

박 우진

"왜, 같이 자자. 손만 잡고 잘게, 응?"

김 여주

"..푸흐, 알았어요."

결국 또 이렇게 박우진씨에게 넘어가, 침대에 함께 누웠다.

박 우진 image

박 우진

"후흐.."

김 여주

"뭐가 그렇게 좋아서 웃으세요, 우진씨~."

박 우진 image

박 우진

"우진씨 싫어, 오빠라고 불러줘."

김 여주

"우진씨라고 부를래요, 오빠는 좀 그래."

박 우진 image

박 우진

"치, 나빴어."

김 여주

"치는 무슨, 얼른 자요."

박 우진 image

박 우진

"알았어, 우리 여주 잘 자."

김 여주

"네, 잘 자요."

몇 분쯤이 지났을까, 우진씨는 벌써 잠든 듯했다. 누구는 떨려서 잠도 못 자고 있는데 혼자 잘도 잔다며 혼잣말하다가, 갑작스레 들려오는 목소리에 놀랐다.

박 우진 image

박 우진

"..안 자. 여주야, 뜬금없이 미안한데 나 정말 너 엄청 좋아해. 그러니까 아까같은 일 생기게 하지 마, 나 미쳐."

박 우진 image

박 우진

"앞으로 늘 내 곁에만 있어줄 거지?"

김 여주

"당연하죠, 사랑해요."

박 우진 image

박 우진

"나도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