一步之遥
我喜欢它


그렇게 해당 프로그램은 박수갈채 속에 막을 내렸다.

수많은 스태프들과 아티스트들이 정신없이 이동하는 무대 뒤편, 서연은 스태프들에게 고개를 숙여 수고했다

인사를 건넨 뒤, 조용히 무대 뒤 복도를 빠져나오고 있었다.

손에 쥔 대본카드의 모서리는 그녀가 무심코 구긴 흔적으로 흐트러져 있었고, 손끝이 떨리는 걸 그녀는 모르고 있었다.

그러던 찰나―

저 멀리 복도 끝, 무대 의상 그대로 정한과 원우가 퇴근하듯 스태프들과 함께 걷고 있는 모습이보였다.

심장이 순간적으로 뛰었다.

대본카드도 자신도 모르게 떨어뜨리고 지금 아니면 못 잡겠다는 강한 직감이 일었다.

이서연
“저… 정한, 선배님…!!”

자신도 모르게 입에서 튀어나온 목소리.

예상보다 큰 울림에 서연은 스스로 놀랐고, 멈춰 선 정한과 고개를 돌린 원우의 시선이 동시에 그녀를 향했다.

순간 모든 게 멎은 것처럼 느껴졌다. 정한은 멈춰 선 채 서연을 봤다. 아주 짧은 찰나, 눈빛이 스쳤다.

그 피하는 눈길은 너무도 명확해서, 서연의 가슴에 조용히 금이 갔다. 그럼에도 서연은 천천히 다가갔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채, 그저 본능적으로 가까이 다가가면서 입을 열었다.

이서연
"아...저 안녕하세요..."

그저 그런 인사 한 마디. 하지만 마음은 속절없이 덜컥거렸다.


원우
“아, 안녕하세요~~”

원우가 그녀를 보며 자연스레 웃으며 인사를 건넸고, 서연도 웃으며 가볍게 인사를 돌려줬다.

그러나 정한은 단 한 번도 그녀와 눈을 맞추지 않았다. 그의 눈은 회피했고, 그의 입은 다물려 있었고, 그의 표정은 철저하게 담담했다.

똑같은 거리인데도 서연은 도무지 닿을 수 없는 곳에 있는 사람 같았다.

그 모습을 본 원우는 이 분위기를 어떻게든 풀고 싶었는지 갑작스럽게 말을 꺼냈다.


원우
“아, 서연씨! 저희 곡 챌린지 같이 찍으실래요?”

이서연
“네…?”

순간 놀란 서연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고개를 들었다.


원우
“같은 회사기도 하고, 우리 아직 하나도 못 찍었는데! 지금 잠깐 배우고 같이 찍어요. 어때요?”

서연은 망설였지만,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이서연
"아...네 좋아요..."

정한은 약간 움찔하더니, 바로 옆에 섰다. 그는 굳이 말은 하지 않았지만, 눈을 내리깔며 무표정하게 그녀 곁에 섰다.

어깨 너머로 느껴지는 그의 기척에, 서연의 숨이가늘게 떨렸다.

잠시 후, 원우는"카메라랑 매니저님 부를게요~"라며 먼저 자리를 떴다. 순간적으로 남겨진 둘만의 공간.

긴장과 어색함이 대기실 복도 구석을 눌렀다.


정한
“…그러니까 이 부분에서, 이렇게 손을 하고…”

정한은 최대한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하면서도 형식적으로 동작을 가르쳐주었다.

서연은 그런 그를 조용히 바라봤다. 눈으로만, 숨으로만, 마음으로만. 손짓을 따라하지만 눈은 계속 그를 향해 있었다.

그때, 조용히 입을 열었다.

이서연
"...선배님.."

정한은 멈칫하고 고개만 살짝 돌렸다.


정한
"...왜요 후배님."

그 말투. 담담하게 툭, 떨어지는 그 말투에 서연은 왈칵 울컥해버렸다.

이서연
“선배님… 진짜...진짜....너무해요.”

움직이던 동작이 멈췄고, 그녀는 두 눈을 가만히 정한에게 고정시켰다.

이서연
“그렇게 키스해놓고… 그렇게 사람 흔들어놓고 왜 저 피해요…?”

정한은 갑작스런 서연의 말에 크게 눈을 떴고, 당황한 듯 입술을 떴다 다물었다.

이서연
“그렇게 다정하게 안아놓고… 그렇게 설레게 해놓고… 왜요?

이서연
왜 저, 이제 안보려고 해요… 왜… 왜 다 그렇게 이기적이냐구요…

이서연
물론...처음부터 제가 선배님 앞에서 다른사람이 좋다고 한것도 맞고, 이렇게 말하면 왔다갔다하는 사람처럼 보일까봐...그랬는데..."

서연은 애써 눈물을 참으려 고개를 살짝 위로 들었지만, 이미 목소리는 갈라지고 있었다.

이서연
"....좋다고

이서연
좋아한다고요… 선배님. 안 보면 보고싶고… 계속 생각나고…나를 그렇게 까지 뒤흔드는데 어떻게 내가 모른척 하냐구요...

이서연
좋아한다고요… 정말로…”

결국 터져버린 감정에 울음을 터뜨리려는 찰나― 정한은 눈빛이 흔들렸다.

순간 그녀를 와락 끌어안았다.전혀 준비되지 않은 듯, 감정에 밀린 듯, 조급한 팔이 그녀의 허리를 휘감았다.


정한
“…아아… 내가 진짜… 너 때문에 못 살겠다…”

그 한마디는 참았던 모든 감정이 터져버리는 절규 같았다.

정한의 팔은 서연을 놓지 않았고, 서연은 그의 품 안에서 조용히 눈을 감았다.

어깨는 떨렸고, 심장은 폭죽처럼 터지고 있었다. 그 순간만큼은 둘만의 세상이었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감정의 정점. 이건… 이제 되돌릴 수 없는 감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