短篇小說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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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 원해_

도용시 사과문 3000자













내가 연애를 안 한 지 얼마나 됐더라? 늘 연애를 하면 금방 마음이 식어버리곤 했고, 귀차니즘이 심한 나에겐 남친이라는 존재는 딱히 필요한 것이 아니었다.


난 딱 짝사랑이 좋았다. 좀 더 깊게 가자면 썸. 이상하게 연애는 싫었다. 그냥 좀 괜찮은 사람이 눈에 들어오면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고 혼자 짝사랑에 빠진다. 문제는 금방 마음이 식어버리지. 마음이 오랫동안 유지될 땐 썸까지 가는 게 다다.


다들 나를 욕할 수도 있겠지. 어장관리니 뭐니, 금사빠니... 근데 뭐 어쩌라고? 나는 정말 누군가를 가지고 싶어서 애가 탈 정도로 누군가를 사랑해 본 적이 없는걸.



"야, 이여주!"

"어어···."

"뭐야, 너 뭘 그렇게 빤히 쳐다 봐?"

"너 저 사람 누군지 알아?"



나 이여주. 연화 대학교 신입생이다. 워낙 넓은 대학교에 길을 외우려면 한참을 걸릴 것 같은 이곳에서 눈길이 가는 사람이 또 생겨버렸다.



"또또 시작이네. 성인이 돼도 달라진 게 없냐, 너는?"

"사랑이 죄는 아니잖아...!"

"지랄을 하네, 이게."

"그래서 저 사람 누군지 아냐고ㅋㅋㅋㅋ"

"김남준 선배 아니야?"



친구들 사이에 낑겨서 쩔쩔매고 있는 저 사람이 김남준이라는 사람이란 말이지? 키도 크고...



"공부 존나 잘하게 생겼네."

"과탑임."

"홀리쉣... 사기캔가;;?"

"사기캐긴 하지. 공부도 잘해, 피지컬은 말해 뭐해. 인성도 좋지. 인기 많아, 저 선배."

"호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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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제도 마무리 안 해놓고 술을 마시러 가자고...?"

"빠지게?"

"그건... 아니지."

"그치, 술 마시는데 네가 빠질 리가 없지ㅋㅋ"



대화를 엿들어 보니 꽤 인간미도 있는 사람인 것 같다. 나도 참... 입학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이러고 있는지.



"학식이나 먹으러 가자ㅋㅋ"

"그래, 오늘 돈까스더라."



이때까지 난 몰랐다. 저 김남준이라는 사람과 내가 아주 많이 가까운 사이가 될 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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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미쳤냐ㅋㅋㅋ"

"아니 내 말 들어 봐. 교수 새끼가 먼저···."



뭐지... 기분 탓인가...

"또 뭐하냐."

"이상하게 어딜 가든 저 선배가 보여. 겹치는 강의도 많고..."

"운명이니 뭐니, 이 지랄하면 뺨따귀 조사버린다."

"아니 그냥 신기하다고;;^^"



자주 마주치니 이상하게 내 눈길은 자연스레 그 선배에게로 향했다. 신기한 건 저 선배랑 난 서로 다른 학과라는 것! 진짜 운명 마냥 자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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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친해지라는 하늘의 계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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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년이 또 지랄이네, 진짜."

"으응~ 어쩔방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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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이, 김남준. 뭐 보냐?"

"아무것도 아니야. 가자."

"음,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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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마셔마셔!!"

"김석진이 좋아하는 랜덤~ 게임! 무슨 게임!?"

"폭탄주 다 만들었다ㅋㅋ 딱 대 이것들아~!"



"나는 어디? 여긴 누구?" 

"벌써 취했냐. 뭐라는 거야?"



정신 차려보니 다른 학과랑 술을 마시고 있었다. 분명 우리 학과들끼리 마시는 자리였다. 그런데 왜 김남준 선배가 있는 학과랑...



알딸딸한 지금. 이 정도면 정말로 친해지라는 계시인 게 분명하다는 걸 직감한 나는 자리를 옮기기로 결심했다.



"저 여기 앉아도 돼요?"

"오~ 신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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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이여주 신입생이다."

"...? 절 아세요?"



취했는지 헤실헤실 웃으며 자신의 머리카락을 베베 꼬며 앉아 있다. 다른 한 손으로는 턱을 괴며 말이다. 꼬시는 건가...ㅎ



"어딜 가나 보이던데."

"저요?"

"네, 그쪽이요."

"아...ㅎ 제가 그렇게 눈에 띄는 존재는 아닌데..."

"눈에 띄는 존재가 아니라기엔 친구 분들이랑 복도에서 질주도 하시고 그러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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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어주시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여주님 너무 귀여우시네요."

"ㅖ...? 귀여운 건 그쪽인데요..."



뭐지. 어쩌다가 이렇게 됐지. 서로 술이 들어가서 그런지 쉬지도 않고 대화를 나누고 있다. 물론 대화 주제가 서로 주접을 떠는 거라 주위에서 지켜보는 이들은 재밌다며 깔깔 웃어댔다.



"아니이~ 그쪽이 훨씬 더 잘났다니까여?"

"그쪽이 더 그런 거 같은데."

"키도 크고, 공부도 잘하고, 귀엽고···."

"아, 그만. 저 부끄러워요..."



어머머, 이 사람 뭐야? 칭찬 난이도를 높일 때마다 붉어지는 얼굴에 놀리는 맛이 아주 끝내준다. 그리고 취할 때마다 한다는 자신의 머리카락 베베 꼬기! 지켜보는 내내 저러고 있는데 귀여워 죽겠다.



무표정일 땐 그 누구보다 무뚝뚝하고 차가워 보였는데... 그냥 귀여움 그 자체잖아? 이 선배... 덕질 좀 할 만한데!?



"선배, 저랑 친하게 지내주세요!"

"그거 내가 말하려고 한 건데."

"저희 좀 통하는 듯^^?"



뭐가 그렇게 재밌는지 둘 다 웃음을 잃지 않은 채로 술을 들이켜 마셨다. 꽐라가 될 때까지.



"후배니임~ 괜찮요오?"

"엏ㅎ, 저 갠차는데여?

"혀 꼬였는뎁."

"아뉜뎁."



이젠 하다하다 서로 안 취했다고 주장하기 바쁘다. 다른 사람들도 거의 다 취해서 이 둘을 신경 쓸 힘은 없었는지 뻗어가기 바빴다.



딸랑 - !



가게 문이 조금은 신경질적으로 열렸을까? 문을 열고 들어온 남자는 두리번거리더니 곧장 여주에게로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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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간까지 보라는 연락은 안 보고 꽐라가 될 때까지 술을 마시고 있네."

"으어? 찌밍~!!"

"어쭈, 날 알아보기는 하나 봐?"

"아아, 찌밍아~ 내가 미아내... 까먹구 무음으로 해놨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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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꼭 취하면 애교 부리더라."

"엥~? 내가 언제ㅔ."

"됐고, 일어나. 늦었어."



남자가 여주의 손목을 살포시 잡자 남준은 입을 열었다.



"...그쪽이 누군 줄 알고 여주를 그냥 보내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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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 친군데요. 그리고 그쪽은 뭔데 여주랑 단둘이 술을 마시고 있는지."

"친한 사이에요."

"아, 예···."



남자는 남준을 흘겨 보다가 여주를 일으켜 세워 붙잡았다. 남준의 시선은 여주의 허리에 둘려진 저 남자의 손으로 향했고.



"그럼 저희는 이만."

"선배님 안녕~!!"

"...내일 봐요."



억지로 말아올린 미소 뒤에는 알 수 없는 감정이 꿈틀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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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술 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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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 욱. 후. 욱.

나는 왜 고3인가. 젠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