短篇小說集

玩具#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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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감


#1
















"아니 그래서~"



날 앞에 세워두고 잘도 떠드는구나. 김태형.



"태형아, 쟤도 참 웃겨. 용케 버티고 있는 것 봐."



여자를 끼고선 애인인 날 신경 쓰지도 않는다. 그래, 그래... 난 장난이지. 질리면 가지고 놀지도 않는.



"날 부른 용건이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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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놀자고. 데이트 안 한 지도 꽤 됐잖아?"



웃기지도 않았다. 이미 잘 놀고 있던 도중에 갑자기 이곳에 불러 놓고선 이게 무슨 데이트야.



"데이트를 쟤네랑 같이 하라고?"



옆에 여자는 치우고 말했으면 좋았을 텐데.



"사람은 많을수록 좋은 거잖아?"

"...그래. 네 알아서 해."



난 김태형의 옆자리도 아닌 구석진 곳에 앉았다. 노래방이라 퀴퀴한 냄새와 담배 냄새가 섞여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냥 집에 보내줬으면...



"뭐야~ 우리 여친님 삐졌어?"



발도 빠르지. 그 사이에 내 옆자리를 차지하곤 나에게 가깝게 달라붙는다. 내 눈을 지그시 바라보는 너. 비참하게도 나는 그런 너에게 반응한다.



"몸은 거짓말 안 하더라, 넌."



붉어진 내 얼굴과 빠르게 뛰는 내 심장.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난 저런 녀석을 좋아한다. 쓰레기인 걸 알면서도 나는 너를 벗어나지 못하지.



"그래서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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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다고. 그런 점이."



정말 짜증 나. 넌 모든 게 거짓말인데도 나는 그런 너를 좋아해.



"다행이네. 좋아하는 점이 있기라도 해서."

"그러게. 참 다행이야. 안 그랬으면 넌 여기에 오지도 못했을 거니까."

"....."



씁쓸했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비아냥. 익숙해질 때도 됐지만 익숙해지지 않았다. 주위에서 불리는 내 이름은 장난감. 김태형 전용 장난감이었다.



참으로 유치했다. 하지만 김태형은 내가 그렇게 불리는 거에 만족했다. 마치 날 완전히 소유하고 있다는 거에 만족하듯이 말이다.



"넌 나 없으면 안 되잖아."

"....."

"너한테 이렇게 대하는 건 너뿐이야. 넌 내 애인이니까."

"...응, 알아."



마음에 드는 대답을 해야 한다. 그래야 날 더 봐주겠지. 그래야 화내지 않겠지.



그래야... 날 죽이지 않겠...



뭐야. 난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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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정이 왜 그래."



날 걱정이라도 하는 것 같은 저 말엔 칼날이 숨겨져 있다.



야, 표정 안 펴?



머릿속에서 울리는 목소리. 떨리는 손을 뒤로 숨긴 채 억지로 미소를 지어본다.



"나 화장실 다녀올게."

"···그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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룸에서 벗어나자마자 나는 복도에 주저앉았다. 알 수 없는 공포심. 분명 그는 내 애인인데... 그의 눈빛이 왜 이렇게도 무서운지.



"빨리 갔다 오자. 날 찾을 거야."



화장실에 가서 화장을 고쳤다. 그리고 다시 룸으로 들어갔을까. 본 적 없는 인물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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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안녕. 네가 태형이 여친이구나?"



햇살 같은 사람. 여기에 있는 사람들과는 달리 보였다. 누구지?



"내 친구야. 인사해."

"아... 태형이 친구였구나. 안녕."

"반가워. 생각한 것보다 엄청 다른 이미지네?"



늘 김태형 옆에는 몸매도 좋고 섹시한 여자들이 득실거렸다. 하지만 난 몸매가 좋은 것도, 섹시한 것도 아니었다. 예쁜 것도 아니었고.



"태형이가 너한테 완전 반했나 보다. 알다시피 얘가 워낙 자주 애인이 바뀌는데, 넌 벌써 5개월째라며?"

"아, 그런가..."



이 점은 나도 의문이었다. 내가 뭐가 잘나서 지금까지 나를 만나주고 있는 걸까. 나는 한 달도 못 갈 거라는 걸 알고 있었고, 그걸 알아도 김태형이 너무 좋아서 사귀고 있는 거였다. 큰 기대 없이 사귄 거였다.



그저 김태형이 좋아서.



"이렇게 예쁘니까 오래 사귀는 거긴 하겠다!"



비아냥이 아닌 진심. 햇살 같은 미소로 남들에게 한 번도 들은 적이 없는 저 말에 내 마음은 간질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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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둘이 그만 얘기하지."



약간의 미소로 건네는 말. 하지만 미묘하게 그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이열~ 질투까지? 태형이 많이 변했네."



오랜만에 본 친구인 걸까. 친구라기엔 저 애는 태형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다. 진짜 김태형의 모습을.



"너네끼리 놀고 있어. 시간 늦었으니까 난 여주 데려다주고 올게."



난 김태형의 손에 끌려 나갔다. 집으로 가는 동안 서로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래도 데려다주는 것에 난 좋았다.



"다 왔네. 잘 자라."

"응, 고마워."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뒤를 돌았을까. 갑자기 김태형이 내 손목을 잡아당기더니 자신을 쳐다보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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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보내면 섭섭할 테니까."



진득하게 입을 맞춰오는 김태형. 나는 자연스레 눈을 감았고 김태형의 혀의 움직임에 따랐다.



숨을 고를 틈도 없이 계속해서 입을 맞췄을까. 몸에 힘이 빠졌고, 그런 날 지탱하던 김태형은 천천히 입을 뗐다.



"하아... 하..."



아무 말 없이 날 쳐다보는 그 눈빛은 지독하게도 야했다.




"넌 내 거야. 다른 새끼는 눈에도 들이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너를 위해서."



경고였다. 하지만 나는 그거대로 좋았다. 내게 신경을 써주고 있는 거잖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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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톡방]





교수님

개인 사정으로 인해 
오늘 강의는 없습니다.





"음... 도서관이나 갈까."



다음 강의도 없겠다 할 것도 없기에 도서관으로 몸을 이끌었다. 슬슬 시험 기간이기 때문에.



도서관 근처까지 걸어왔을까. 어제 봤던 사람이 눈에 띄었다. 내 시선을 사로잡는 것 같았다.



"어? 김여주?"

"안녕."

"태형이랑 같이 안 있네?"

"아, 응."

"어디 가?"

"강의가 없어서 도서관이나 갈까 해서."



공부는 너무 재미없다며 자기 할 말을 늘어놓는 그에 여주는 조용히 듣고만 있었다. 이상하게 이제 두 번째 보는 건데 그가 편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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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형이가 오늘 어딨는지 연락도 안 되더라고. 내가 이렇게 지네 학교까지 찾아왔는데."

"아, 너 이거 먹을래?"



다짜고짜 나에게 건네는 건 샌드위치였다.



"부족할까 봐 2개 샀는데 1개로 충분해서."

"아..."



난 머뭇거렸다. 마침 점심시간이었지만 김태형이 싫어할 것만 같았다.



"...잘 먹을게."



기분이 이상했다. 내가 왜 이렇게까지 김태형 신경을 쓰고 있는 걸까. 걔는 내가 뭘 하는지도, 뭘 좋아하는지도 모르는데. 난 자연스럽게 김태형이 싫어할 만한 행동에 신경을 쓰고 있다.



"맛있게 먹어!"

"...그런데.. 네 이름이 뭐야?"



생각해 보니 나는 쟤 이름도 모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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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소개도 안 했구나. 난 호석이야, 정호석!"

"아하."

"아, 김태형한테 연락 왔다. 난 이만 가볼게. 그거 맛있게 먹어!"

"응, 잘 가."



기분이 좋았다. 원래라면 나한텐 아직까지 연락이 없는 태형에 속상해하고 있었겠지만 이상하게 기분이 좋았다. 마침 내가 좋아하는 샌드위치를 받아서일까. 아님 햇살 같은 사람 덕분인 걸까.



왜 인지 느껴서는 안 될 감정을 느끼고 있는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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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생긴 김태형과 햇살 같은 정호석... 
후... 난 둘 다 좋다^^



이 편은 소재 신청 글에서 추천 받은 피폐물일 거 같네요🤭



나중에 변하는 여주를 기대해 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