被俘

(18)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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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로잡히다 (18) 포인트

 




그로부터 2주 뒤였다.

나는 그동안 밀린 연구실 일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오랜만에 돌아간 연구실은 그대로였다. 왜 연락 안 했냐는 나의 투덜거림에 다들 아픈 애에게 뭘 연락을 하냐며...그럼 아픈 애에게 일거리를 보낸 건 뭔데? 다들 대충 넘기는 분위기였고, 나도 더이상 토를 달고 싶진 않았다. 이후로 실험을 하고 데이터를 뽑고 효과를 분석하는 일상이 계속 반복 되고 있었다.

정호석은 평상시와 별로 다를 바가 없었다. 답답하지만 정확히 아는 게 앖으니 일단 모르는 척 하는 수 밖에... 아직 가르처줄 것이 많아서 종종 단 둘이 이야기 나눌 일들이 있었지만, 정호석이 일할 때는 무척이나 진지해는 스타일이고, 나도 사적인 이야기는 잘 나누지 않는 스타일이어서 딱히 더 알아볼 게 없었다. 그렇게 일 속에 파묻혀 지내는 동안, 가끔 전정국이 생각나긴 했지만 나는 애써 외면하고 있었다.  


.   .   .


먼동이 트기 전 아직 어두운 새벽 4시.

김석진 서장과 만나는 정기적인 포인트인 공원 한 구석. 
우리는 매달 두번씩 이렇게 공원에서 만나고 있었다.




... 그러니까... 니가 왜 거기서 나오는데....?????




늘 검은 캡모자에 가죽 재킷을 입고 나오던 김석진 서장이 자리에 없었다. 늦으시는 건가... 항상 먼저 와계셨는데 무슨 일이 있으신 걸까.. 살짝 걱정하며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기다리고 있는데, 툭... 누군가 어께를 쳐서 보니 검은 버킷햇에 커다란 멘투멘 티를 입은 정국이가 있었다. 뭐야 너, 변장이라도 해야지 너무 전정국이잖아.. 

나는 눈이 커져서는 어이없어 하며 정국이를 쳐다보았다. 공원 한켠에서 다시 만난 정국은 내가 보던 잡지 책을 가져가더니 그 사이에 있던 USB는 가져가고 다른 USB를 끼워서 다시 돌려주었다. 그것은 서장과 내가 서로 정보를 주고 받던 방식이었다. 

모자 아래로 얼핏 본 정국이의 맑은 눈동자는 반가움에 반짝이고 있었다. 



"속닥) 그러니까 너 뭔데.... 니가 여길 왜 나와?"


"속닥) 어색하니까 좀 걸으며 얘기할까?"



우리는 도심 속 공원의 깊숙한 곳으로 들어갔다. 열대야의 습기를 머금은 공기가 얼굴에 부딧치자 방울방울 물기가 맺히는 것 같았다. 끈적한 여름날의 새벽이었다.

정국이는 몇 걸음 앞서 걷더니 나에게 옆에 앉으라는 듯 벤치에 앉았다. 참나... 그러니까 아 너 뭐냐고....



"그래서, 서장님은? 아니 니가 여길 왜 나와?"


"일단 해주야,

 오랜만에 만났는데 나한테 반갑다 친구야. 잘 지냈니? 
 이게 먼저 아니야? "


"아니 됬고, 전정국, 얼굴 말짱해보이는 구만... 
 말로 꼭 해야하나? 

 서장님께 뭔 일 생긴 거 아니지?"


"어, 아닌데...? 그게 아니고.. 네 담당, 내가 하기로 했어. "


"뭐..? "



서장님께 전화가 시급해지는 시점이었다. 아니 저 쉐키 잊고 지내려고 했는데 왜 다시 나와.. 심란하게... 나의 얼굴이 복잡해졌다. 차라리 담당을 민윤기로 바꿔달라고 할까..? 그 사람은 깔끔해보이던데... 여튼 전정국은 부담스러웠다. 나에게 잘 해주려는 건 알지만 저 자식은 나에게 흑심이 있고, 나는 지금은 흑심을 받아줄 여유가 없다. 그래서 이런 사람과 일하는 건 너무 위험한데... 



"끝까지 반갑다고 말 안 할꺼야? 
 우리 몇 주만에 만난 건데..."


"반갑긴 한데 전정국, 
 나 말야, 너랑 공적으로 얽히고 싶진 않다."


"뭐? 공적..? 그럼 나 사적으로는 친구 맞는 거지? 그치?"


"얘가 뭐래니.. 
 지금 그거 따질 때야? 나는 널..!!"


"내가 뭐???? 나 니 친구 맞지.. 그치?"



뭐지 이 커다란 댕댕이 같은 눈빛은....? 
머리가 지끈거려서 손으로 이마를 감쌌다..



"해주야, 니 소식에 너무 궁금해서... 
 너에 대해 공부도 많이 했어... 
 너 연구실은 어딘지 석사랑 박사 논문은 뭔지... 등등."



이게 미쳤나....? 내 뒷조사를 했단 얘기잖아.. 아주 형사가 되서는 그런 이야기를 술술 당사자에게 막 밝혀버리네... 그리고 그런 얘기를 나한테 하는 이유가 뭔데...? 전정국은 혼란스러워 하는 나를 아랑곳 않고 계속 말을 이어갔다. 



"내가 먼저 서장님께 요청하긴 했지만, 서장님이 마침 사정이 생겨서 널 만나는 것이 어려울 것 같았대.

 더 비밀리에 만나는게 좋을 것 같다고 담당자를 지정해야할지 고민이었는데, 때 마침 내가 먼저 제안한 거지. 

그런데 나는 마침 너도 알고 하니까 내가 적당한 것 같다고 하셔서 니 담당, 내가 하기로 했어."



아니, 김석진씨...그래도 나랑 의논을 해야하잖수...저 녀석은.. 내가... 피하려고 아.. 진짜.. 일부러 연락처 교환도 안 했는데.. 이 녀석을 만나는 순간 부터 서장에게 하고 싶은 말은 쌓여갔다. 마음만 답답하다. 이렇게 된 이상 그냥 전정국을 만나야하는 건가..



"자, 전정국 너 내 얼굴 봤으니 나 무사한 거 알겠지? 
 나 이만 간다."



 그렇게 인사하고 자리를 뜨려는데 정국이 먼저 내 손목을 잡았다. 그대로 지나가려고 했는데, 속절없이 또 전정국에게 붙잡혀버렸다. 



"아직 아침 먹기 전이지? 

 너무 반가운데 우리 집에 가서 밥이라도 먹을래? 

 지금 새벽 4시니까 밥 먹고 집에 가도 출근 준비는 안 늦을 것 같은데...나 아침에 북엇국 끓여놓고 나왔단 말야"



와나...... 얘 진짜 끈질기네....... 그나저나 밥은 좀 땡기기는 하다... 딱.. 한시간이면 될까...? 난 잠시 생각에 잠겨 전정국을 쳐다봤다. 



"저기.. 나 자전거 타고 왔는데.... 
 서장이 준 것도 봐야하고.. 

 시간이 될 런지...모르겠.."



망설이며 대답하고 있었는데, 전정국이 내 말을 또 잘라먹는다.



"그래? 난 조깅하면서 뛰어왔어.

  그럼 여기서 각자 찟어졌다가 우리집 앞에서 볼까..?."



무슨 마음이 이렇게 급한 건지 전정국이 당장이라도 뛰어가려는 듯 뒤돌았다. 나는 급히 전정국 옷 끝을 잡아 당겼다.



"엇갈리는 거 싫으니까 자전거 뒤에 타, 태워줄께"



그렇게 전정국을 자전거 뒷좌석에 태웠다. 녀석이 내 허리를 붙잡자 살짝 귀가 달아오르는 것 같기도 했다. 나는 얘한테 왜 이렇게 항상 말려드는 거지... 하아.. 자전거를 타고 가는 내내 스스로가 한심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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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이야기는 작가 머릿속에서 나온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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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머릿속에 지진정 (2023)


* 내일 하루만 콘서트 땜에 휴재합니다... 
재미나게 놀고 윤기도 맨 눈에 많이 담아오겠습니당..

월욜에 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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