被俘

(23) 염탐


photo

사로잡히다(23) 염탐






"사냥에 참여하실 의사는 없으신 거 맞죠?"



박지민이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간부가 직접 나를 만난 것도 지금 놀랄 일인데, 사냥제에 참여하자고 권유도 하고 있었다.



"아 .. 아직 정기모임 나간 것도 1년정도여서.. 
 진수가 이삼년 안에 사냥제에 참여여하는 것은 무척 어렵다고 했었거든요"


"그건 맞긴 한데... 
 해주씨에게는 제가 특혜를 주려고 하는 거에요..
 자격이 있어보인다고 해야할까요...? 

 제 권한으로 드리는 겁니다."



아니 왜 때문에...? 무슨 자격인 거지? 박지민은 나를 떠보는 건가.. 표정에서 그의 기분을 알기가 어려웠다. 



"아직은 때가 아닌 것 같아요..
 이번 사냥제 때 참관만 하고 다음에 참여해보겠습니다.
 지금 진수도 없고 혼자 하는 건 좀 겁이 나네요.

 아무래도 앉아있는 일을 하다보니, 몸 쓰는 게 익숙하질 않아서... 사냥제 참여 전까지는 미리 준비를 하고 싶어요. 체력도 기르고.. 기왕 하는 거 제대로 해야죠."



애써 거절은 했는데 박지민에게서 나의 거절에 대한 아쉬운 건지, 당황스러운 건지 아무것도 읽히지 않다. 간부가 먼저 나를 만나자고 나올 줄 몰랐는 걸? 적당히 그냥 겁많은 샌님인 척 정중히 거절했다.



약물은 직접 만나서 건네 받기로 했다. 시내 번화가 근처의 골목이었다. 사냥제 하루 전 새벽에 받기로 했으니까 아직 시간이 꽤 남아있었다.



"그럼 다음에 뵙죠.. 먼저 일어나겠습니다."



나는 박지민에게 정중히 인사하고 일어섰다.



.   .   .



지민은 해주가 나간뒤 어디론가 전화를 했다.


"사냥제 참여는 거절하고 약물 관리는 수락했어. 

 니가 말한 애, 얘 맞아? 
 난 아직 잘 모르겠다..?"



[맞아, 걔야 걔.. 내가 조사 좀 해봤지. 아주 재미있게 됐는 걸..]




기분 나쁜 목소리가 수화기로 흘러나왔다.



"에효, 이 미친놈아. 

너가 어떻게 할려고 하는지 난 상관 안 할란다. 
알아서 잘 해보셔. 난 옆에서 보기만 할 꺼니까.."



지민은 통화를 마친 뒤, 어느새 다가온 검은 승용차에 올라탔다.




.   .   .




사냥제가 다가오는 동안 나는 김남준 개인 연구실을 염탐했다. 

그쪽은 외부에서 의뢰된 약물을 생산하는 쪽이어서 내부 연구실들과는 분리된 곳있고, 그래서 뭔가를 알아내기가 어려웠다. 

최근에 부쩍 친해진 정호석은 내가 그쪽 연구실에 관심있어하자 아는 선배가 있다며 소개팅을 시켜줬다. 아무래도 그 편이 이것 저것 가볍게 묻기 좋겠다고 생각이 든 나도 냉큼 수락해버렸다. 전정국이 알면 난리 치겠지만, 알게 뭐야?

바쁜 와중에 나온 그 선배 이름은 신지호. 지호씨는 최근에 대량 주문이 있어 바쁘다며 투덜거렸었다. 그리고 잇따른 야근 때문에 한 두 번 만난 후로는 연구소 밖에서 못 만나고 있었다. 그냥 종종 점심시간에 구내식당에서 보는 정도이다. 정말로 이 곳에서 사냥제에 쓰일 약물을 만드는 걸까..? 심증이 점점 짙어진다.



"그럼 그쪽에서 사냥제에 쓰일 약물을 생산하고 있나보네.."



새벽에 만난 전정국이 나에게 물었다. 나는 새벽에 만난 정국이에게 염탐한 내용을 이야기해주었다. 물론 소개팅 이야기는 빼고...



"아마도..? 

어떤 약물인지 용도도 잘 모르겠고.. 

지호선배가 그 쪽 연구실인데, 요즘 엄청 바쁜 것 같더라고.. 
아직 많이 친하질 않아서.. 이것저것 막 묻긴 어려운데,
 
그나마 조금 물어보니까, 외부 의뢰된 약이라고 하더라고..
더이상 묻기가 그랬어. 아직은 정확히 알기가 어렵네.."


"그나저나.. 그럼 너 이번에는 확실히 사냥제에 가는 거지?"


"그렇지.. 내가 중간 운반책인 것 같아. 
 갔다가 되도록 빨리 빠져나올께. 

안되면... 
어떻게 방법이 있겠지..?"


"..."



전정국은 내가 이번에 현장에 가는 것이 마음에 안드는 것 같았다. 그런데 뭐 어쩌겠어.. 그치? 내가 맡은 일을 하는 건데...



"나 갈께. 다음 포인트 때 만나."



떠나려고 할 때였다. 전정국이 또 내 손을 잡더니 끌어 당겼다. 



"해주야, 너 꼭 거기 가야해?"



자연스럽게 당겨진 나를 정국이가 끌어안는다.



"야, 이러지마..전정국... "



나는 정국이를 반사적으로 밀어냈다. 진짜.. 얘 때문에 미치겠다..나도 얘를 밀어내야할 떄마다 기분이 썩 좋질 않았다.



"무슨.. 너 상사가 직원한테 일하지 말라고 하는 것 처럼 들리네? 우리 전정국씨.. 내 담당이라면서요... 

 담당자는 일하라고 막 쪼아야하는 거 아니야? 
 왜 자꾸 가지 말래...?

우리 공사는 구분하자. 알았지? "



내가  밀어내자 왠지 상처받은 듯한 정국이의 표정에 마음이 조금 아프다. 요즘 마음도 자꾸 약해지는데.. 자꾸 이러지 말라고..



쪽-



약해진 마음에 그만 정국이 입에 가볍게 입을 맞춰주었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나 진짜 갈께~"



얼굴이 붉어진 정국이를 두고 냅다 자전거에 올라탔다.




=======


*모든 이야기는 작가 머릿속에서 나온 이야기입니다. 
무단 배포 및 복제를 금합니다.


©️ 내 머릿속에 지진정 (2023)




田柾國粉絲常讀作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