被俘

(7)瘋狂的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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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로잡히다 (7) 미친 뱀새끼


후송은 조용히 이뤄졌다. 눈에 띄지 않는 복장으로 갈아입은 뒤 얼굴은 가린 채로 전정국의 차를 타고 그의 집으로 들어왔다. 어떤 스파이들은 자동차 소리와 회전하는 방향을 보고 자신이 얼마나 떨어지는지 직감적으로 안다는데, 초보 첩자인 나는 그딴 거 따윈 되질 않는다. 하긴 이번 현장 출동도 처음이었는데... 말 다했지 뭐. 어쨋건 사택은 그렇게 멀지 않은 곳에 있다는 정도는 알 수 있었다. 

교외 지역의 단독주택인 전정집은 들어서니 최소한의 가구만 있는 심플한 곳이었다. 남자 혼자 사는 집 치고는 꽤나 깔끔한 느낌..  책상 위에는 몇 개의 탄산수 캔들이 굴러다니도 있긴 했지만, 지금 내가 사는 집에 비하면 정말 깨끗한 상태였다. 



"여기서 머물면 되"



전정국이 거실을 가로질러 방문을 열어줬다. 안에는 운동방으로 썼던 듯 덤벨과 바벨이 몇개 널려있었고 한켠에 매트리스가 커버도 없이 놓여있었다. 뭐냐 이 쌩뚱맞은 매트리스는?


"아니 운동하는 방에 매트리스가 왜 있는 거야?"


"아, 내가 운동하다가 눕고 싶으면 누우려고 매트리스를 갖다둔건데, 이렇게 쓰게 될 줄 몰랐네. 이불이랑 베게 갖다줄테니까, 오늘은 그냥 자고 내일은 내가 운동 기구 좀 치워줄께. 나도 너무 갑작스러워서..."



전정국이 이불을 갖다주는 동안 잠시 매트리스에 앉아서 방을 둘러보았다. 이 방 정말 맘에 안 든다..  이 테스토스테론 가득한 방이라니..? 왠지 저 근육가득한 남자가 여기서 운동하는 모습이 그려지는 듯 했다. 한벽은 거울로 되어있고, 푸쉬업용 바 옆으로는 바벨과 덤벨들이 급히 정국이 정리하고 간 덕분에 나름 규칙적으로 쌓여있었다. 그나저나..  여기서 자라고...? 어이 없어서 멍하니 있었다. 게다가 나도 갑자기 와서 잠옷이고 뭐고 아무 것도 없는데 설마 옷차림 이대로 자야하나? 그냥 외현화해서 오소리 모습으로 잘까..? 와..  진짜 당황스럽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매트리스에 잠시 앉아있는데 전정국이 금새 이불과 베게를 들고 왔다.



"저.. 내가 짐을 싸서 온 게 아니라서 말이야... 
 잠옷이랑 씻을 것도 좀 필요할 것 같은데..."


"아...."



당황해하는 전정국 표정... 뭔가 생각하는 듯 했다. 아 성가신가...?  진짜, 니가 날 그때 거기서 잡지만 않았어도...!  이건 니가 자초한 거다.. 그렇게 말짱히 지나가려던 사람은 왜 물어가지고...


전정국은 잠시 서서 뭔가 생각하는 듯하더니, 곧 방에 가서 회색 무지티와 츄리닝 바지, 칫솔 등을 가지고 왔다. 



"바지는 안 맞을 것 같긴 한데 고무줄이니까 접어서라도 입고, 
 내일부턴 나도 출근안하니까 시간이 있어서.. 
 낮에 마트가서 필요한 것 좀 사올께"


"알았어."



문을 닫고 방으로 들어왔다. 한쪽 벽이 거울인 것이 자려고 누웠더니 잠이 참 안왔다. 창밖의 가로등 불빛이 거울 반사되서 방안이 약한 무드등을 켜둔 듯 전체적으로 환했다.


"아 ㅆㅂ 잠 존나 안오네... 
 누구때문에 낮에 많이 자서 그런가..."


전정국도 자러 들어갔을 것 같아서 티비라도 볼 요량으로 방에서 나왔다. 방 밖에 나오니, 이 코브라 새끼도 맥주 한 캔 마시고 있었다. 



"야, 잠 진짜 안와..  나도 맥주 좀 줘봐"



내말에 전정국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본다. 새꺄 뭘 그렇게 봐... 넌 마셔도 되고 난 안되냐?



"아, 일단 한 캔만 줘.. "



말을 던져놓고 식탁에 앉았는데 존나 어색하네... 생각해보니 나 지금 생판 모르는 남자랑 한집에 둘이 있는 거잖아..? 전정국은 되게 친절해 보이는 표정으로 맥주를 한캔 따더니 뒤돌아 찬장에서 커다란 맥주컵을 꺼내서는 콸콸 담아줬다. 
아씨.. 거품 다 빠지잖아. 아, 거품 빠진 맥주가 소화가 잘된다던데 배려해준 건가..? 여튼 컵에 따라서 주고.. 이럭저럭 손님대접 해주는 것 같기도 하고..   과잉친절 좋군...ㅋㅋㅋㅋ



"한 캔 갖고 취하진 않지..?
 내가 괜히 수습해야할 일 만들진 마"



전정국이 갑자기 한소리 던진다. 수습이라니.. ㅋㅋㅋ 난 궤짝으로 갖다줘도 먹을 수 있거든?? 오소리 간이 해독능력이 얼마나 좋은데... 술따위 ㅋㅋㅋ그나저나 이 녀석 나를 의식하나본데...? 그런데 어쩌지...? 의식하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재미진다. 나는 이 상황이 무척 흥미로워졌다. 장난치고 싶어지잖아.. 



"참나, 말해 뭐해"



나는 컵을 받아들고는 벌컥벌컥 들이켰다. 
아 시원하니 좋타...! 



"야, 전정국 너 말이야...."



말하려는데, 머리가 핑... 아 씨발...  친절하게 컵을 골라서 꺼내는 것 같더니... 이새끼...뭘 타고 있었구만..? 그러고 보니 맛도 좀 이상했어....!!



"너... 여기 다 무슨 짓.. 했어.."


"너 나 귀찮게 하지 말고 빨리 자라고 뭣 좀 탔지..."


"야, 이 미친 뱀 새끼야!!!."



쾅!!!

난 그 외침을 끝으로 그대로 식탁에 머리박고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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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이야기는 작가 머릿속에서 나온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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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머릿속에 지진정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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