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競賽】你所擁有的價值

Copyright 2020. 안생. All Rights Reserves.



※로맨스, 썸 일절 없는 휴먼 장르입니다.※
감안하고 봐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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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 없어도 괜찮다.


공부를 못해도 괜찮다.


네가 가진 것엔 그 만한 가치가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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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하냐, 여기서."



의외의 인물에 놀라지도 않은 건지 담담한 서영의 말에 당황한 석진이 시선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얼버무리며 답했다.



"어, 나, 음악쌤 심부름 때문에."



갈게, 그러고는 홱 돌아서 음악실을 빠져나가는 석진이었다. 마치 금방 뭐가 지나가기라도 한 건지, 고개를 기울이며 곰곰이 석진이 왜 있던 건지 생각하던 서영이 이내 다시 악기실 문을 닫았다.



***



다음날



"책상 위 치워라, 영단어 시험 본다."



영어시간, 갑작스러운 영단어 시험 포고에 학생들이 저마다 싫은 소리를 내며 영어 교과서를 서랍 안으로 집어넣었다.

시험지가 서영과 석진이 앉은 맨 뒷줄까지 전달이 되고, 시험이 시작되자 석진은 막힘없이 영단어를 쓰고 있는 반면 서영은 이름만 쓴 뒤 시험지를 뒤집고는 자리에 엎드렸다.

그렇게 10분이 흐르고, 뒷줄에서 시험지를 걷고 몇 분간의 채점 시간이 끝나자 선생이 웃는 얼굴로 석진의 이름을 불렀다.



"꽤 어려운 단어로만 뽑았는데 석진이는 다 맞았네."



그러자 주변에서 학생들이 석진을 부러워하며 그에게 존경의 눈빛을 보냈다. 그리고 이내 다른 학생의 이름을 부르려는지 선생이 다른 학생의 시험지 하나를 집었다.



"한 개도 못 쓴 사람도 있어."

"윤서영이요!"



한 남학생이 서영의 이름을 집어서 부르자, 반 학생들이 웃기 시작하며 순식간에 반 분위기가 시끄러워졌다. 그 사이에는 말없이 조용히 서영을 비웃는 학생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이런 서영을 이해하는 모양이었다.



"역시 전교 꼴등 윤서영, 존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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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다, 아주."

"야, 그래도 이 학교에서 노래로 서영이 이길 수 있는 애 없거든."



이 학교에서 전교 꼴등에 9등급인 서영을 적대심을 갖고 바라보는 학생은 아무도 없다. 오히려 모든 학생의 위에 있는 석진을 이기기 위한 학생들이 더 넘쳐나니, 어떻게 보면 석진보다 서영이 인맥이 더 좋을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



방과후

또 와버렸다. 이 정도면 전교 1등의 은밀한 사생활이라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아무도 모르게 방과후 음악실을 찾아간 석진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왜 때문인지 악기실 안에서 서영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석진은 오늘은 서영이 없는 것인지 악기실 안을 보려 아무 생각 없이 문을 열었다가.



"아, 시···."



마이크를 들고 팔짱을 끼고는 정색한 표정으로 문 바로 앞에 서서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서영에 제대로 놀란 석진이었다. 석진이 어안이 벙해져 얼타자, 서영이 먼저 말을 꺼냈다.




"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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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왜 나 노래하는 거 몰래 듣냐, 변태야?"

"뭐, 변태라니."

"취향 참 특이하다, 남 노래하는 거 엿듣는 게 취미냐?"



졸지에 전교 꼴등에게 변태 취급을 받게 되었다. 어이가 없는 석진이 무슨 말이라도 해야겠다 싶지만 이 상황에서 제대로 된 말이 나올 수가 없었다. 그래서인지, 석진이 몇 초간 뜸을 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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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냥, 계속 듣고 싶은 목소리라서."



석진의 말을 듣더니 그를 쳐다보고 있던 서영의 날카로운 눈초리가 한층 누그러졌다. 기운 없고 약한 석진의 모습을 처음 본 서영이 그의 눈치를 살피더니 이내 석진을 불렀다.



"김석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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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올래?"



***



집으로 가는 길, 하교길이 같은 방향이라는 걸 처음 안 둘은 아무 말 없이 골목길을 걷고 있었다. 그러다 먼저 정적을 깬 사람은 석진이었다.



"너.. 노래부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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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되게 행복해 보이는 거 아냐."



뜻밖의 석진의 말에 서영의 걸음이 멈추었다. 행복해 보인다, 무슨 의미일까. 어떤 뜻으로 이런 말을 하는 걸까. 서영이 올려다보고 있는 석진의 눈동자는 슬퍼 보였다. 마치 다 이뤘지만 다 잃은 사람처럼.



"그냥.. 좋아하는 거니까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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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넌 공부가 좋아서 하는 거 아니야?"



공부가 좋아서 한다는 그 말이 석진에게는 아주 우습게 들렸다. 결국 다 대학과 취업을 위해 밤낮 안 가리며 공부하는 게 좋아서 하는 건 절대 아니었으니까.



"공부를 좋아서 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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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해야 하는 거니까, 하다 보니까 잘하게 된 거고."

"아무한테도 뒤지지 않게 열심히 하니까 전교 1등이 된 거지."



처음 듣는 석진의 속사정에 서영이 절로 말을 아꼈다. 좋아서 하는 건 줄 알았는데, 공부는 누구에게나 다 똑같이 적용되는구나. 공부는 그저 나에겐 하기 싫으니까 안 해버리는 것, 너에겐 하기 싫지만 버티며 해야하는 것.



"난 지금까지 1등급짜리 성적표 하나면 족했어, 내가 가진 건 공부가 다였으니까."

"그래서 앞으로 이렇게 공부만 한다면 행복해질 줄 알았어."

"근데, 나는 그 흔한 꿈 하나가 없더라."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어른들 말만 듣고 뒤도 안 돌아보고 여기까지 왔으니까 꿈꿔볼 시간은 당연히 없었어. 공부가 아닌 다른 것들은 필요 없다고 생각한 거야.



"네가 좋아하는 걸 하며 행복해하는 걸 보니까, 그제서야 꿈이 얼마나 가치 있는 건지 알게 됐어."

"그러고 계속 울었어, 지금까지 내가 해왔던 게 아무 의미가 없어진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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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워, 꿈이 있다는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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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인간의 가치는 그가 무엇을 받을 수 있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주느냐로 판단된다.

- 알버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