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기 5분 전에

03 . 그 날의 진실 (1)

*1화와 이어집니다.



































최연준은 나를 보곤 눈치 챘다는듯이 표정을 약간 찡그리곤 썩소를 지었다.


"뭡니까, 이 상황?"


....


그건 내가 묻고싶다....


"오랜만에 뵙네요 선생님."
"아, 이제 선생님이 아닌가."
"배은양? 배은씨?"


최연준은 쭈그려있는 내 앞에 무릎 한 쪽을 꿇고 앉았다.


"...너 뭐야..."


"쌤이 뭐가 힘들다고 울고있어요?"
"저희학교에 있던 쌤들중에 쌤이 가장 행복해보였던 거 알아요?"


그 말을 듣고 나는 깨달았다.
교직생활이 행복했다.


"....너 때문이잖아."


"뭐요?"


"그렇게 행복했던 내 인생을 니가 망쳤잖아."


"내가 망치긴 뭘 망쳐."
“아니다, 그래.”
“내가 망쳤다고 치자.”
“근데?”
”근데 당신은-“
"도망친 건 당신이잖아."


”…이기적인 새끼.“




























































똑똑똑-


드르륵-


"쌤."


연준은 웬일인지? 노크를 하고 교무실 문을 열었다.


"어, 연준아."
"들어와."


연준은 터벅터벅 걸어 내 책상 앞에 섰다.


키는 멀대같이 커가지고.


"무슨 일이야?"


"저 조퇴좀요."


ㅅㅂ....그럼 그렇지.


"...."
"왜? 어디 아파?"


"졸려서요."
"쌤들이 자꾸 뭐라고 하길래 그냥 집 가서 자려고요."


나는 어이없음에 웃음이 나왔다.


"ㅋㅋㅋ...."
"장난해 너...?"


"진심인데."


"할머니께 전화드릴까?"
"졸려서 조퇴한다고?"


"아니 진짜 이번 한 번만 시켜주시면 안돼요?"


"어, 안 돼. 들어가."


"아니...."


연준은 검은 머리칼을 쓸어넘겼다.


"연준아, 쌤이라면 이럴 시간에 잠을 자서 피곤함을 줄이겠다."
"과학적으로 증명된 연구 결과인데 공부 하다가 피곤할 때, 10분에서 15분정도 쪽잠을 자면은 잠이 깬다는 연구결......"


"아니 모르겠고, 전 10분 15분이 아니고 그냥 쭉 자고싶다니깐요."


"....."


이 새끼가 진짜........


"ㅎㅎㅎㅎ"
"재밌지 아주?"


"ㄴㄴ 자야 재밌음."


"빨리 안 가?!"
"진짜 연락 드린다?"


"아, 진짜."












































PM 5:30


휴- 오늘도 힘든 하루였다.
드디어 퇴근이다 ㅆㅃ!!!!!!!

ㅎㅎ집가서 뭐 먹지?




















나는 퇴근하고 반찬가게를 들렸다가 집에 가던 길이었다.


"아 걍 엽떡 먹을걸 그랬나?"
"흐음....아니다, 엄마가 건강한 거 먹으랬으니까 그냥 밥 먹자!"


그렇게 혼잣말을 하며 길을 걷던 중, 난 누군가를 발견하고 멈칫했다.


최연준이었다.







근데, 쟤 지금 뭐하는거지?


최연준은 옆에 최연준의 할머니라고 유추할 수 있는 사람에게 버럭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왜 가냐고 왜!!!"


아니, 저 싸가지 없는 새.....


"며칠 전까지 아파서 누워있었으면서 뭔 일을 나가냐고!!"


"너 먹여 살릴라믄 나가야지, 이 썅놈새끼야-"


"아니 내가 알바 해서 돈 벌어오잖아! 그걸로 된거지 할머니가 왜 또 돈을 벌어오냐고!!"
"그러다가 쓰러지면 어쩌려고!"


"시끄러. 들어가 이 잡놈아."


"그깟 일 한다고 하루에 만원 벌까 말깐데, 굳이 왜 가는건데!!"
"할머니 그거 다 나은 거 아니라고!"


"내 몸은 내가 알어, 이 새끼야."
"빨리 안 들가?"


할머니는 그러시곤 어디론가 갔다.


나는 그 모습만 짠하게 바라보고 있었는데....


최연준이랑 눈이 마주쳤다.


나는 뻘쭘해서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최연준은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최연준!..."
"밥 먹었어...?"


“…”
"아니요."


나는 가방에서 주섬주섬 반찬들을 꺼냈다.


"자."
"가서 할머니랑 같이 먹어."


“쌤 먹으려고 산 거 아니에요?“


”….맞긴한데.”
“갑자기 딴 게 먹고싶어져서.”
“끼니 거르지 말고-”


“…”
“감사합니다.”


최연준한테 처음으로 호의적이고 긍정적인 말을 들으니까 뭔가 이상했다.


나는 정적 속에 입을 열었다.


“…혹시 그…”
“어른 도움 필요하면, 쌤한테 연락 해.”
“알겠지?”


“제가 왜요?”


하……웬일로 훈훈하게 끝나나 했다 ㅅㅂ.


”아니..그냥.“
”좀, 내가 어딘가엔 쓸데가 있지 않을까?“
“그 때 연락하라구.. 이 자식아-“


”ㅋㅋ장난이예요.”
“그럴게요.”


“크흠.”
“아, 배고파.”
“나 이제 간다?”
“내일 봐.”


“아, 그 쌤.“


”응?“


”….“
”아, 아니에요.“
”먼저 들어갈게요.“


”응- 밥 맛있게 먹고.“






























확실히 성격이 나아지긴 했군….






























다음 날, 나는 교무실로 최연준을 불렀다.


“최연준!”
“앞에 앉아.”


“하…왜요?”


“또 자다왔지.”
“잠은 집에서 자라니까..”


“아니 왜 불렀는데요.”


“저번에 너 상담 다 못했잖아.”
“니가 중간에 나가서.”
“그래서 못 다한거 하려고.”


“아 네-”


“그냥 편하게 답변해주면 돼.”
“너무 불편하게 느끼지 말고.”


“아 상관 없으니까 빨리 끝내주세요.”


“…”
“그…”
“부모님하고는 연락 하고 지내?“


”…”
“엄마랑만 하는데요.”


“아… 아빠랑은 안 하는구나.”
“왜…?”


“아빠가 뭐하고 사는지도 모르는데요?”
“얼굴도 몰라요, 기억도 없고.”


“아하…”
“근데 지금 지내시는 분은 친할머니시잖아.”
“친할머니는 아빠의 어머니고.”


“할머니도 아빠랑 사이 안 좋아요.”
“그냥 다 연 끊었어요.“


”으음…“
”엄마랑은 사이 좋은 편이야?“


최연준은 엄마 얘기를 꺼내니 말이 없어졌다.


“그냥 진짜 편하게 얘기해주면 돼!”
“거리낌 별로 안 느꼈으면 좋겠어서 교무실 빌 때 부른거야.”


“엄마랑은…”
“좋은데, 안 좋은거 같기도 해요.”


“좋은데 안 좋다…?”
“무슨 뜻인지 물어봐도 돼?”


“엄마는…”
“저한테 잘 해줘요.”


“그럼 사이 좋은거네!”


“근데 전 엄마한테 학대 받으면서 자랐어요.”


“…”
“응..?”
“뭐…뭐가 어떻게..?”


최연준은 교복 셔츠 소매를 걷고선 나에게 상처를 보여주었다.


“6살때 엄마가 술 마시고 난동부리는 거 말리다가 칼에 찔린거예요.”


그 상처는 보기에 불쾌할 정도로 크고 깊었다.


“…많이 아팠겠다.”
“연준이가 많이 힘들었을 것 같아.”















몇 시간 뒤, 학교에서 결정적인 일이 터졌다.


이 일이 없었더라면, 아마 나는 아직도 교사를 하고 있지 않았을까.


12시 50분 쯤, 그니까 한창 점심시간 때쯤 애들은 소란스러웠다.


그 때 나는 급식실에서 밥을 먹고 있었는데 우리반 반장이 나한테 찾아왔다.


“쌤, 지금 최연준 싸움났어요!”
“치고 박고 난리도 아니에요!!”


나는 그 말을 듣고 곧장 벌떡 일어나서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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