我將度過你的一天

第三集:你度過的那一天

대학교 강의실은 생각보다 시끄러웠다.

의자가 끌리는 소리, 친구들끼리 떠드는 소리, 노트북이 켜지는 소리.

명재현은 그 사이에 조용히 앉아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여주의 몸으로 앉아 있었다.

손에 들고 있는 필기 노트를 한 번 내려다봤다.

작은 글씨로 빽빽하게 적혀 있는 내용들.

‘이걸… 다 듣고 있는 거야?’

교수의 목소리가 강의실을 채우고 있었다.

“이 부분은 시험에 반드시 나옵니다.”

학생들이 동시에 노트를 움직였다.

재현도 따라 펜을 들었다.

하지만 몇 줄 적다가 멈췄다.

‘어렵다.’

생각보다 훨씬.

그때 옆에서 누군가 툭 건드렸다.

“야.”

재현이 고개를 돌렸다.

짧은 머리의 여자 학생이었다.

“너 오늘 왜 이렇게 조용해?”

재현은 잠깐 멈칫했다.

이 사람은 분명 여주의 친구일 것이다.

말투도, 분위기도 너무 자연스러웠다.

“어… 좀 피곤해서.”

대충 둘러댔다.

“또 알바 갔다 왔지?”

재현의 눈이 잠깐 흔들렸다.

알바.

친구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너 요즘 너무 무리해.”

“….”

“과제도 많잖아.”

재현은 잠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강의는 한 시간 더 이어졌다.

수업이 끝나자 학생들이 우르르 밖으로 나갔다.

친구가 가방을 메며 말했다.

“오늘 알바지?”

“…응.”

“진짜 대단하다 너.”

그 말에 재현은 잠깐 웃었다.

대단하다는 말.

이 몸의 주인이 듣던 말일까.

 

 


강의실을 나와 밖으로 걸었다.

휴대폰이 진동했다.

여주였다.

재현은 바로 전화를 받았다.

(명재현) “연습 끝났어요?”

전화기 너머에서 숨을 고르는 소리가 들렸다.

(여주) “…네.”

조금 지친 목소리였다.

(명재현) “오늘도 힘들었죠.”

(여주) “엄청요…”

잠깐 웃는 소리가 들렸다.

(여주) “저 오늘 진짜 죽을 뻔했어요.”

재현은 조용히 웃었다.

(명재현) “그래도 버텼네요.”

(여주) “재현 씨는 지금 뭐 하고 있어요?”

재현은 잠깐 하늘을 올려다봤다.

(명재현) “대학교요.”

잠깐의 침묵.

그리고 놀란 목소리.

(여주) “어때요?”

재현은 잠깐 생각했다.

(명재현) “…생각보다 어렵네요.”

(여주) “그렇죠?”

둘이 동시에 웃었다.

하지만 잠깐 뒤.

재현이 물었다.

(명재현) “오늘 알바도 가요?”

여주가 잠깐 멈췄다.

(여주) “아… 네.”

“….”

(여주) “카페 알바요.”

재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명재현) “제가 가겠습니다.”

(여주) “…네?”

(명재현) “오늘은 제가 여주 하루니까요.”

전화기 너머에서 아무 말도 없었다.

잠시 후, 조용한 목소리가 들렸다.

(여주) “…힘들 거예요.”

재현은 웃었다.

(명재현) “괜찮아요.”

“저도.”

“….”

“한 번 살아봐야죠.”

전화가 끊어졌다.

 


 

카페 문을 열자 커피 향이 퍼졌다.

“어 왔어?”

사장이 손을 흔들었다.

재현은 앞치마를 받았다.

생각보다 손님이 많았다.

주문.

음료 제조.

정리.

정신없이 시간이 흘렀다.

손님 한 명이 말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하나요.”

재현은 기계처럼 움직였다.

하지만 손이 느렸다.

사장이 웃으며 말했다.

“오늘 왜 이렇게 긴장했어?”

“…죄송합니다.”

재현은 다시 커피를 내렸다.

그러다 계산대 옆에 놓인 작은 메모를 발견했다.

포스트잇이었다.

거기에는 짧게 적혀 있었다.

“오늘도 버티자.”

재현은 그 글씨를 잠깐 바라봤다.

여주의 글씨였다.

그 순간.

조금 이상한 감정이 올라왔다.

이 사람은.

매일.

수업을 듣고.

알바를 하고.

과제를 하고.

그 와중에도 웃고.

그리고.

콘서트에 와서.

자신을 응원했을 것이다.

재현은 커피 머신 버튼을 누르며 생각했다.

‘…이렇게 살고 있었구나.’

카페 문이 다시 열렸다.

손님이 들어왔다.

“아메리카노 하나 주세요.”

재현은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말했다.

“네, 금방 드릴게요.”

손이 조금 더 빨라졌다.

조금 더 익숙해졌다.

그리고.

조금 더 이해하게 됐다.

 


밤.

재현은 여주의 방에 앉아 있었다.

벽에 붙어 있는 포스터.

그리고 그 아래,

작은 글씨로 적혀 있는 문장.

“명재현 오래 노래해줘.”

재현은 한참 그 글을 바라봤다.

그리고 아주 작게 웃었다.

“버티고 있었습니다.”

아무도 듣지 못할 목소리로.